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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파인만(Richard Feynman, 1918~1988) 교수는 "모든 인간의 지식에서 가장 중요한 생각은 만물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많은 화학자들은 화학 물질이 대부분 분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원자' 대신 '원자와 분자'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보가드로의 가설로 원자와 분자를 구별하고, 아보가드로의 수로 주어진 양의 물질에 들어 있는 원자와 분자의 수와 이들 개개의 무게를 구할 수 있게 되었으니, 화학적 관점에서는 이들이야말로 과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생각과 발견이라 볼 수 있다.

돌턴, 원자론을 통해 질량보존의 법칙과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설명하였다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새로운 물질을 얻기 위해 화학 반응을 이용하여 왔으나, 화학 반응에 관한 기본 원리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후반부터이다. 1774년 라부아지에(Antoine L. Lavoisier, 1743~1794)는 화학 반응에서는 반응 전후에 전체 질량의 변화가 없다는 '질량보존의 법칙'을 발견하였다. 이로써 화학 반응의 양적 관계 탐구의 길이 열렸다. 뒤이어 1779년에 프루스트(Joseph L. Proust, 1754~1826)는 주어진 화합물에서 이를 구성하는 각 성분 원소의 질량비는 항상 일정하다는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발견하였다.

돌턴(John Dalton, 1766~1844)은 이들 두 가지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 학자에 의해 제기되었으나 2300년 동안 잊혀졌던 원자론을 부활시켰다. 1803년에 처음 발표된 돌턴의 원자론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모든 물질은 더 이상 나눌 수 없고, 파괴될 수도 없는

원자로 되어 있다.

2. 한 원소의 원자는 크기나 성질이 같다.

3. 화합물은 두가지 이상의 원자들의 결합으로 만들어진다.

4. 화학 반응은 원자들의 재배열이다.

   

맨체스터 시청에 있는 돌턴의 동상. 돌턴은 원자설을 부활시킨 공이 크다.

<출처: Kaishu Tai at en.wikipedia.com>

   

그 후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원자가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 보다 간단한 기본 입자로 쪼개질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하나의 원소에 서로 다른 원자, 즉 동위원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져서, 돌턴의 원자론은 일부 수정되었다.

돌턴이 잘못 구한 원자량, 아보가드로의 가설로 바로 잡으려고 하다

돌턴은 수소 원자의 질량을 1로 하여 여러 가지 원자들의 상대적 질량, 즉 원자량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그의 방법 자체는 오늘날에도 타당하나, 중요한 실수를 범하였다. 그는 물(H2O)의 화학식을 HO로, 그리고 암모니아(NH3)의 화학식을 NH로 가정하고 산소와 질소의 원자량을 각각 8과 5로 구하였다. 화학식의 가정이 틀린 관계로, 산소의 원자량은 실제 값 16의 1/2로, 그리고 질소의 원자량은 실제 값의 1/3로 구해졌다. 이렇게 잘못 구해진 원자량을 바탕으로, 이들 원소와 반응하는 다른 원소들의 원자량을 구한 값들도 실제 값과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1808년에 게이-뤼삭(Joseph L. Gay-Lussac, 1778~1850)은 같은 온도와 압력에 있는 기체들이 반응할 때, 기체 부피들 사이에는 항상 간단한 정수비가 성립된다는 '기체 반응의 법칙'을 발견하였다. 한 예로, 항상 2 부피의 수소 기체와 1 부피의 산소 기체가 반응하여 2 부피의 수증기를 생성하며, 1 부피의 질소 기체와 1 부피의 산소 기체가 반응하여 2부피의 일산화질소 기체를 만든다.

아보가드로(Amedeo Avogadro, 1776~1856)는 1811년에 (1) '같은 온도, 압력에서 같은 부피 속에 존재하는 기체 입자(분자)의 수는 기체의 종류에 상관없이 같다.'라는 것과 (2) '기체 분자는 2개 또는 그 이상의 기본 입자(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라는 과감한 가정(아보가드로의 가설)을 하였다. 그는 첫 번째 가설에 근거하여 기체의 밀도를 비교함으로써 분자의 상대적 무게를 구하였는데, 산소와 질소의 원자량을 각각 15(실제는 16)와 13(실제는 14)이라고 제안하였다.

아보가드로는 '분자'라는 개념을 통해, 원자량에 대한 실수를 바로잡았다.(왼쪽)

달걀12개를 1다스(dozen)라고 표현하듯, 입자가 아보가드로 수만큼 모여있는 것을 1몰이라고 부른다.(오른쪽)

<출처: C.Sentier at en.wikipedia.com(왼쪽)>

   

아보가드로는 또한 게이-뤼삭의 실험 결과로부터 물 분자는 HO가 아니라 H2O이며, 수소, 산소, 질소 기체는 이원자 분자, 즉 H2, O2, N2 형태로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따라 앞서 예를 든 기체반응의 반응식은 아래와 같이 된다. 그는 또한 암모니아 기체의 밀도로부터 암모니아의 화학식은 NH가 아니고 NH3라고 바르게 제안하였다.

지금은 아보가드로의 가설이 옳다는 것이 증명되어 아보가드로의 법칙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당시의 화학자들은 이 가설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당시 화학자들은 화학적 방법에 의해 더 단순한 물질로 분해될 수 없는 물질을 일컫는 원소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었고, 원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 입자인 원자와 두 개 이상의 원자가 강한 힘으로 서로 결합하여 하나의 독립된 입자로 행동하는 원자 집단인 분자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었다. 돌턴의 실수에 의해 여러 원소의 원자량이 실제와 다르고 제각각 이었기 때문에, 화합물의 화학식도 제각각 이었고 이는 화학의 혼돈으로 이어졌다. 1861년에 발간된 한 교과서에는 아세트산(CH3COOH)에 대해 무려 16가지의 화학식을 적기도 하였다.

아보가드로의 가설은 후에 칸니자로(Stanislao Cannizzaro, 1826-1910)의 노력으로 1800년대 후반부터 받아들여지기 시작하였으며, 이로 인해 화학 혼돈이 정리될 길이 열렷다. 멘델레예프(Dmitri I. Mendeleev, 1834~1907)는 아보가드로의 가설을 바탕으로 보고된 원소들의 원자량을 다시 수정하여, 1869년에 원소의 주기율표를 발표할 수 있게 되었다.

   

아보가드로의 수는 물질 1 몰에 들어있는 입자의 개수다

19세기 후반 화학자들은 물질의 양을 그램(gram)-분자 또는 그램-원자라는 용어로 나타내었는데, 1그램-원자 또는 1그램-분자는 원자량 또는 분자량에 해당하는 질량(그램)을 나타내는 것이다. 예로, 산소는 분자량이 32이므로 1그램 분자는 32g이다. 아보가드로 수는 처음에는 1그램 분자에 들어 있는 분자의 개수를 말하였다. 오늘날에는 아보가드로의 수만큼의 입자 묶음을 일컫는 말로 (mole)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즉 우리가 12개를 1 다스, 100개를 한 접이라 하듯이, 아보가드로의 수만큼 입자(예로, 원자·분자·전자)의 묶음을 1 몰이라 한다. 분자의 경우 1그램 분자는 1몰이 된다.

   

아보가드로의 수는 어떻게 구하였을까?

아보가드로의 수(NA)는 6.02214179x1023/mol이라는 어마어마하게 큰 숫자이다. 이 수는 1909년에 페랭(Jean B. Perrin: 1870-1942)이 브라운 운동의 실험적 관찰로부터 처음 구하였는데, 아보가드로를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브라운 운동은 액체나 기체에 분산된 입자가 지그재그로 무작위 운동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식물학자 브라운(Brown)이 1827년에 물에 분산된 꽃가루를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처음 발견한 것이다.

작은 입자의 브라운 운동을 통해, 아보가드로 수를 결정한 페렝(왼쪽)과 페렝이 관찰한 작은 입자의 운동을 그린 그림(오른쪽)

<출처: Kenosis at en.wikipedia.com(왼쪽) J.B Perrin, "Mouvement brownien et realite moleculaire."

Ann. de Chimie et de Physique(Ⅷ)18, 5-114(1909)(오른쪽)>

   

1800년대 후반에는 기체의 몰 수(n), 압력(P), 부피(V), 절대 온도(T) 사이에는 PV=nRT (여기서 R은 기체상수)의 관계식이 성립된다는 것이 알려졌었다. 한편, 볼츠만(Boltzmann)은 기체 운동에 대한 이론을 전개하여 PV = NkBT (여기서 N은 기체 분자의 개수이고, kB볼츠만 상수) 라는 식을 얻었다. N = n x NA는 이므로, kB = R/NA가 된다. 당시 R값은 알려졌었으므로, kB값을 구하면 아보가드로의 수인 NA값을 구할 수 있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입자의 브라운 운동이 용매 분자와의 충돌에 의한 것으로 보고, 기체 운동 이론을 적용하여 브라운 운동에 관한 이론식을 유도하였다. 이 식에 따르면 반경을 아는 입자가 점성도를 아는 매체에서 보이는 브라운 운동을 관찰하여 kB값을 구할 수 있다.

페랭은 자황나무진(gamboge) 가루에서 천신만고 끝에 같은 크기의 입자를 분리하고, 이 입자의 브라운 운동을 현미경으로 관찰하였다. 그 결과를 아인슈타인이 유도한 이론식에 넣어 kB를 구하고, R 값을 이 값으로 나누어 아보가드로 수를 계산하였다. 그 값은 7.05 x 1023/mol로 오늘날의 정확한 값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페랭은 아보가드로의 수를 구한 공로로 1926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페랭의 실험으로 100년 가까이 지속한 원자나 분자에 관련된 혼란이 끝나고, 분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애초 페랭은 아보가드로 수를 산소 1-그램 분자(1몰)에 들어 있는 산소 분자의 개수로 하였으나, 지금은 정확히 12g의 순수한 탄소 동위원소 C-12 중에 들어 있는 탄소 원자의 수와 같은 수로 정의한다. 원자나 분자 1개의 무게는 1그램 원자량 또는 1그램 분자량(단위 g/mol)을 아보가드로 수로 나누면 얻어진다.

박준우 /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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