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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과 일

동력과 에너지2016. 10. 24. 14:20

자연과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용어 중의 하나는 아마도 에너지일 것이다. 에너지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에너지에 관한 얘기에는 "우주의 에너지는 보존된다."라는 말도 있고, 에너지 개발이나 고갈 그리고 절약이라는 말도 있다. 얼핏 생각하면 서로 모순적인 이런 표현은 에너지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에너지는 자연현상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이처럼 다양한 표현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현상을 설명하고, 이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자연환경에서 일어나는 물리화학적 변화를 위해서는 열과 일이 필요하다

인류는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이용하여 (heat)을 얻고 (work)을 하면서 삶을 영위한다. 앞에서 말한 변화는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는 변하지 않고 단지 물질의 모양이나 상태가 변하는 '물리적 변화'와 분자가 다른 것으로 변하는 '화학적 변화'를 모두 포함한다. 천연가스나 석유가 타는 것은 화학적 변화이고, 이때 나오는 열로 난방을 하고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일 등을 할 수 있다. 한편 높은 위치에 있는 물이 떨어지는 물리적 변화로 인해 수력 발전이 가능하고, 여기서 생산된 전기로 열을 얻거나 일을 하기도 한다. 섭취된 음식물의 생체 내 화학적 변화를 통해 우리는 열을 얻고, 몸을 움직이며, 일을 하기도 한다.

물이 떨어지는 물리적인 변화를 이용하여, 전기 에너지를 발생하는 수력발전소

   

열과 일의 정의는 사뭇 다르다

열은 물체가 흡수하면 물체 온도가 올라가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흡수된 열의 양을 열량이라 하는데, 열량의 단위로 칼로리(cal)를 사용한다. 1cal는 물 1g의 온도를 1℃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으로 정의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주어진 물체 온도를 1℃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을 열용량(heat capacity)이라 하며, 물체가 흡수한 열량은 열용량(heat capacity)과 변화된 온도(℃)의 곱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0℃의 얼음이 0℃의 물이 될 때처럼, 열을 흡수하여도 온도 변화가 없을 수 있다. 이때에 열은 물체에 숨어 있다고 생각하고, 숨은 열(latent heat)이라 부른다.

일은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어떤 것에 힘(F)이 작용하여 거리 s만큼 이동하였을 때 일을 하였다고 하며, 일의 양은 Fs로 주어진다. 기계적인 일의 경우, 힘은 질량과 가속도의 곱이므로 일의 단위는 kgm2/s2이고, 1kgm2/s2의 일을 1 줄(J)이라 한다.

줄은 실험을 통해, 열과 일이 같음을 보였다

   

(James Prescott Joule, 1818-1889)은 1843년에 열과 일은 상호 변환할 수 있고, 따라서 열과 일이 대등하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보였다. 줄은 그림과 같은 장치를 만들고, 용기로 열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단열하고 나서, 끈에 매단 물체가 중력에 의해 내려갈 때 물속에 있는 프로펠러가 회전하여 물이 데워지는 것을 관찰하였다. 물론 물은 일을 가하지 않고 열만 가해도 데워진다. 정밀한 실험 결과 열량 1cal는 일 4.184J에 해당함을 보였다. 이 실험 결과로 이제는 열과 일의 단위를 모두 줄(J)로 나타내기도 한다.

앞에서 보았듯이, 물의 상태를 나타내는 물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열을 가하거나, 일을 해주어야 한다. 열과 일을 둘 다 해줄 때는 열 또는 일 한 가지만 해줄 때에 비해 적은 양의 열과 일로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을 데운 방법에는 상관없이, 데워진 물은 온도만 같으면 모든 성질이 똑같다. 따라서 물의 상태에만 의존하는 어떤 고유한 성질이 열 또는 일에 의해 변했다고 볼 수 있으며, 이와 같은 고유한 성질을 내부에너지(E)라 한다. 어떤 상태 변화에서 내부 에너지의 변화량은 마지막 상태의 값과 처음 상태의 값의 차이이다. 그러나, 열과 일은 상태 변화가 어떤 경로에 따라 일어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경로 의존 함수'이다.

   

줄은 이 장치를 이용하여 열과 기계적인 일이 같음을 보였다(1843년).<출처:Ian Duster at en. wikipedia.com>

   

열역학 제1법칙 : 고립계의 에너지는 변화가 없으며, 다만 형태가 변할 뿐이다

화학에서는 우리가 관심을 주는 대상을 계(system)라 하고, 계를 제외한 나머지를 주변이라 한다. 열역학 제1법칙은 계의 내부에너지 변화량(ΔE)은 계가 주변에서 받은 열(Q)과 계에 가해진 일(W)의 합으로 나타낸다.

계가 주변으로 열을 방출하거나 주변에 일하게 되면, Q와 W의 부호는 음(-)이 된다. 이는 계의 에너지가 감소할 때 일어난다. 이처럼 열과 일은 계의 에너지가 변할 때 계에서 외부로 (또는 외부에서 계로) 전달되는 것이다. 계의 에너지가 감소하는 과정에서 열이 전혀 방출되지 않으면 (Q=0), 계의 내부에너지 감소는 외부에 한 일(-W)과 같다. 따라서 내부에너지는 계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

내부에너지는 계가 갖는 모든 에너지의 합이다. 에너지는 열이나 일로 변환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하는데, 여러 가지 형태로 나누어 구분하기도 한다. 변화되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핵화학위치 또는 물질 이름 등을 에너지 앞에 붙이거나, 에너지가 어떤 형식으로 있는가에 따라 빛전기표면운동음향 등을 에너지 앞에 붙이기도 한다.

계가 주변에서 완전히 차단된 고립된 계에서는 계가 주변에서 열을 받거나 줄 수 없고, 또 주변에서 계로 일을 해주거나 계에서 주변으로 일할 수도 없다. 이 경우 Q와 W가 모두 0이 되므로, ΔE = 0, 즉 계의 에너지 총량인 E의 변화가 없다. 우주는 하나의 고립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열역학 제1 법칙은 '우주와 같은 고립계의 에너지 보존 법칙'으로 볼 수 있다. 우주 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도, 우주의 에너지는 변화가 없으며, 다만 에너지 형태가 변할 뿐이다.

화학적인 일은 주로 압력과 부피가 변하는 반응을 말한다

일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화학에서 중요한 일은 압력(P)-부피(V) 일, 전기적 일(전위차 x 이동한 전하량), 표면 일(표면장력 x 늘어난 표면적) 등이 있다. 상태 변화나 화학 반응 등을 고려할 때는 대부분은 P-V 일만 고려하면 한다. 압력은 단위 면적당 작용하는 힘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외부 압력에 대항하여 부피가 팽창하는 것은 외부에 대해 일을 하는 것이고, 그 일은 PΔV가 된다. 따라서 다른 일이 없는 경우, 열역학 제1법칙은 다음과 같이 된다.

어떤 변화가 일어날 때의 부피 변화가 없으면 PΔV =0이므로, 내부에너지 변화량은 받은 열량과 같다. 예로 설탕이 연소할 때의 내부에너지 변화량(ΔE)은 설탕과 산소를 혼합시킨 것을 용기에 넣고, 반응을 유발하여 설탕을 연소하고 나서 용기 전체의 부피와 온도가 연소 전의 부피와 온도와 같게 하기 위해 주변에서 계로 가해져야 할 열량과 같다. 실제는 이 반응은 내부에너지가 감소하는 반응으로, 이의 감소량은 주변으로 방출되는 열량과 같다.

외부 압력에 대한 부피 팽창은 일은 라흔 넋임을 보이는 그림(왼쪽).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고립된 계는 보온병이다(오른쪽).

<출처:Denae Bedard at en. wikipedia.com>(오른쪽)

   

이처럼 어떤 변화를 부피가 일정하도록 한 상태에서 일으키고, 이때 주변에서 계로 가해지거나 계에서 주변으로 방출되는 열량을 측정하면 내부에너지 변화량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설탕을 섭취하였을 때, 체내에서 연소하여 방출되는 열량은 연소 반응의 내부에너지 변화량과는 다르다. 왜냐면 체내에서의 연소는 일정 부피 하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일정 압력 아래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자연계에서는 일정 압력 하에서의 변화가 더 많다

자연계에서의 대부분의 변화는 대기압(1기압)하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일정 부피에서 일어나는 변화보다는 일정 압력에서 일어나는 변화에서 얼마의 열과 일을 얻을 수 있는가를 아는 것이 실제적으로는 더욱 중요하게 된다. 이는 엔탈피(enthalpy)를 도입하여, 열역학 제1법칙으로부터 쉽게 유도할 수 있다.

박준우 /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템플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이다. 저서로 [인간과 사회와 함께한 과학기술 발전의 발자취]가 있고, 역서로 [젊은 과학도에 드리는 조언] 등이 있다.

   

발행일 2010.03.04

   

원본 위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2174&path=|453|489|&leafId=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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