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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광법

상태와 변화2016. 10. 24. 14:54

분자는 너무 작아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으나, 우리는 정확한 분자 구조와 크기까지도 알고 있다. 여기에 사용된 가장 오래된 방법이 분광법이다. 이는 화학이 발전하던 초기에는 새로운 원소 발견의 주된 도구였으며, 이제는 화학물질의 분석과 구조 규명에서 필수적인 도구이다. 분광법은 최근에는 분자의 변화 과정을 볼 수 있는 <분자 영화>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였고,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데도 쓰이며, 별이나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원소와 분자들을 발견하는 데도 이용되고 있다.

뉴턴에 의해 개척된 분광법, 무지개는 스펙트럼이다

빛이 여러 색의 혼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무지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17세기 중반까지는 사람들은 무지개의 이런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신비스러운 것으로 여겼다. 물체 운동에 대한 법칙을 완성한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은 초기에는 빛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그는 프리즘을 통과한 태양 빛이 무지개처럼 여러 색으로 나누어지는(즉 분광되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를 '스펙트럼'이라 불렀으며, 여러 색으로 나누어진 빛을 합치면 다시 흰색의 빛이 되는 것을 알아내었다. 이렇게 뉴턴에서부터 분광법은 발전하게 된다. 즉, 빛을 파장 (또는 에너지) 별로 나누어 파장에 따른 세기를 측정하는 것이 분광법이다. 또한 이에 사용되는 장치를 분광기라 한다.

   

빛은 프리즘을 통과하면 여러 색깔로 파장에 따라 나눠진다.

<출처: Kieff ko.wikipedia.com>

   

태양 스펙트럼에 존재하는 검은 선들의 비밀

   

19세기 초반에 이르러서는 분광기의 분해 성능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이를 사용하여 태양 빛을 나누어 자세히 조사한 결과 수백 개의 검은 선들이 관찰되었다. 특히 1814년, 프라운호퍼(Joseph von Fraunhofer, 1787-1826)는 검은 선들의 상대적 위치를 정확하게 재었는데, 이들 프라운호퍼 선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만족할 만한 설명은 하지 못하였다. 1830년에는 금속 염을 불꽃에 넣으면 금속 종류에 따라 특유한 색의 빛이 나오는 것이 관찰되었으며, 개량된 분광기를 통해 이 빛을 분산시켜 조사한 결과, 규칙적인 여러 선들이 발견되었다.

1859년 키르히호프(Gustav Robert Kirchhoff, 1824~1887)와 분젠(Robert Bunsen, 1811~1899)은 금속 염을 넣은 불꽃에 빛을 통과시킨 후, 통과된 빛을 분산시켰다. 분산된 스펙트럼에는 금속 원소가 빛을 흡수하여 생긴 검은 선이 생김을 관찰하였고, 그 검은 선의 위치가 빛을 통과시키지 않았을 때, 불꽃에서 나오는 빛의 선과 똑 같은 위치에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이로부터 '스펙트럼에서 어떤 원소가 흡수하는 빛의 파장과 방출하는 빛의 파장은 정확하게 똑 같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들은 나아가 프라운호퍼 선은 태양 주위의 차가운 대기 층에 존재하는 원소가 태양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 설명하였고, 여러 금속 원소의 스펙트럼과 태양 빛의 스펙트럼을 비교하여 어떤 원소가 태양에 존재하는가도 밝혔다. 이 방법은 현재 물질에 존재하는 금속 원소를 찾아내고, 흡수나 방출 세기로부터 농도를 구하는 원자분광법의 기본이 되었다.

   

분광학의 발전에 이바지한 세 사람

(왼쪽부터 키르히호프, 분젠,로스코)

<출처:Astrochemist at en. wikipedia.com>

   

분광법을 이용하여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다

키르히호프와 분젠의 원소 스펙트럼을 얻는 방법은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는 데 사용되었다. 알려진 원소의 화합물을 넣은 불꽃의 스펙트럼으로부터 그 원소의 스펙트럼을 얻는 방법으로, 알려진 모든 원소들의 스펙트럼을 정리한 후, 미지 광물의 스펙트럼을 이들과 비교하여 그 광물에 어떤 원소가 들어있는가를 알게 되었다. 그때까지 알려진 원소들의 스펙트럼에 맞출 수 없는 스펙트럼 선이 발견되면 이는 곧 새로운 원소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되었고, 뒤이어 이를 분리함으로써 새 원소의 실체를 확인하였다. 원소의 이름에는 불꽃 스펙트럼 선의 색에서 유래된 것들이 있는데, 인듐(In)은 푸른색 염료인 인디고에서, 루비듐(Rb)은 진한 붉은색의 그리스어인 루비디우스(rubidinus)에서 나왔다. 멘델레예프(Dmitrii Ivanovich Mendeleev, 1834~1907)의 주기율표에서 빈 자리로 남아있던 원소들도 불꽃의 스펙트럼에서 나타난 새로운 선들에서 처음으로 그 존재가 확인되었다. 또한 1868년 개기일식 때 얻은 태양 빛의 스펙트럼에서 지구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원소의 스펙트럼이 발견되었는데, 이를 태양을 뜻한 그리스어 헬리오(helio)를 따서 헬륨이라 명명하였다. 헬륨은 1895년에 지구상에서도 발견되었다.

   

리튬의 불꽃 반응색

<출처:Saperaud at en. wikipedia.

com>

나트륨의 불꽃 반응색

<출처:Swn at en. wikipedia.com>

칼륨의 불꽃 반응색

<출처:Saperaud at en. wikipedia.

com>

구리의 불꽃 반응색

<출처:Swn at en. wikipedia.com>

   

분광법으로 분자 구조도 알아낼 수 있다

1900년대 초에는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이라고 알려졌으며, 또한 아인슈타인에 의해 빛이 입자의 성질을 갖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원자나 분자가 낮은 에너지 상태에서 높은 에너지 상태로 되기 위해서는 그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빛 알갱이(광자)를 흡수하여야 하며,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낮은 에너지 상태로 전이하면 그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빛(광자)을 방출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양자역학의 발전으로 원자나 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 상태가 어떤 것인가도 알려졌다.

분자의 경우에는 전자의 에너지 상태 외에도 진동과 회전에너지 상태가 있다. 이들 에너지 상태의 값은 분자 구조에 의해 결정되며, 에너지 간격은 전자에너지, 진동에너지, 회전에너지 순으로 작아진다. 따라서 전자에너지가 변할 때는 큰 에너지 빛인 자외선-가시광선(UV-Visible)을, 진동에너지 상태가 변할 때는 적외선(IR: infrared)을, 회전에너지가 변할 때는 보다 파장이 긴 마이크로파를 흡수 또는 방출한다. 물론 전자의 에너지 상태가 변할 때 회전이나, 진동에너지 상태도 변하고, 진동에너지 상태가 변할 때는 회전에너지 상태도 변한다.

원자 스펙트럼이 원자마다 독특하듯이, 분자 스펙트럼도 분자마다 독특하다. 따라서 분자의 스펙트럼을 얻으면 어떤 분자가 얼마의 농도로 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진동에너지 간격은 진동하는 결합의 힘 상수와, 회전에너지 간격은 분자의 관성 모멘트와 양자역학적으로 연관되므로 이들의 스펙트럼 분석에서 분자 구조(원자간 결합 거리 및 각도)도 알 수 있다. 그리고 간단한 분자의 경우, 양자역학적 계산으로 분자의 스펙트럼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도 있다.

   

핵자기공명(NMR), 자기공명영상(MRI)등에 분광학이 응용된다

   

MRI로 촬영한 영상을 가지고 몸 속 질병을 알아볼 수 있다.

   

수소 원자핵 등 일부 원자핵이나 홑 전자는 스핀을 갖고 있으며, 이들은 자기장에서 스핀 상태가 다른 여러 (수소 원자핵은 두 가지) 에너지 상태를 갖는다. 따라서 자기장 하에서 이들 스핀 상태의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전자기파를 쪼이면 흡수가 일어나서 높은 에너지 스핀 상태가 되며, 높은 에너지 스핀 상태는 같은 파장의 전자기파의 영향으로 낮은 에너지 스핀 상태가 된다. 이를 자기공명(magnetic resonance)이라 하는데, 전자 스핀의 자기공명은 보통 마이크로파에서, 핵자기공명은 라디오파에서 일어난다. 화학이나 생물학에서 많이 사용되는 핵자기공명(NMR)은 주로 수소원자핵의 자기공명을 사용한다. 핵에 작용하는 자기장은 핵 주위 환경에 따라 외부에서 걸어준 자기장과 약간씩 다르고, 또 이들 핵의 자기 쌍극자는 이웃에 있는 다른 핵과 상호작용을 하며, 상호작용의 정도는 핵 사이의 거리와 연결 형태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핵자기공명 스펙트럼을 분석함으로써 환경이 다른 핵이 몇 종류가 있고, 각 핵의 이웃에는 몇 개의 핵이 있으며, 이들간의 거리는 얼마인가를 알 수 있다.

   

핵자기공명은 유기화합물과 생물분자의 구조 규명에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또한 최근에는 신체의 조직에 있는 물 분자의 핵자기공명을 영상화시켜 비정상 조직, 즉 물의 상태가 다른 조직을 찾는 데 이용되고 있는데, 이것이 자기공명영상(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이다. 여기서 핵을 뺀 것은 이 말이 주는 거부감을 없게 하기 위함으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레이저를 사용한 초고속 분광법이 개발되어 분자가 진동 또는 회전하는 운동을 초고속으로 추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로써 약 1조 분의 1초 정도의 시간 분해능으로 얻어지는 스펙트럼에서 화학적 변화가 어떤 순간에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보여줄 수 있는 '분자 영화'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박준우 /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원본 위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1456&path=|453|489|&leafId=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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