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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 4천 년 전에 분화한 인도네시아의 토바 화산은 현재 세계 최대의 칼데라호인 토바 호수가 되어 있다. <출처: (cc) Edubucher at Wikimedia.org>

초창기의 인류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던 중 7만 4천 년 전에 멸절의 위기를 한 차례 맞았었다. '초화산(supervolcano)'인 토바 화산이 분화를 했기 때문이다. 빙심 시추와 해양퇴적물에 의해 토바 화산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 화산의 폭발이 일어나고 수십 년 동안의 얼음 코어 속 산소동위원소 비율은 지난 수만 년을 통틀어 가장 낮았다. 다시 말해 토바 화산이 폭발한 뒤 수십 년 동안은 빙하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보다도 더 추웠다는 것이다. 지구 전역에 걸쳐 기온이 16℃ 정도 하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적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일수록 기온이 더 많이 떨어졌다.

이처럼 기후조건이 악화되면서 식량이 줄어들고 전염병이 창궐했다. 인류는 기근과 질병이라는 두 가지 재앙 앞에 무기력했다. 유럽과 중국 북부에 살던 초기 인류는 아마 완전히 멸종했을 것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가장 적게 미쳤던 지역의 인류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곳이 바로 아프리카였다. 이전의 인류가 멸절되고 아프리카에서 현생 인류가 퍼져 나온 것은 바로 토바 화산 때문이었다.

1. 태양 복사량의 변화

1941년에 세르비아의 천문학자 밀란코비치(Milutin Milanković, 1879~1958)는 과거 100만 년 동안의 지구궤도 운동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이 연구로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량을 밝힌 정밀한 계산 결과를 발표했다.

   

기후역사의 연구에 엄청난 기여를 한 세르비아의 천문학자 밀란코비치.

밀란코비치가 이 계산을 했던 북반구의 고위도 지방은 기후변화를 파악함에 있어 중요한 지역이다. 빙하기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거대한 대륙 빙상이 형성되고 소멸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밀란코비치는 여름 동안 태양 복사에너지가 줄어든 기간을 분석했다.

그는 이 데이터와 65만 년에 걸쳐 유럽 대륙 전역에서 일어났다고 알려진 네 번의 빙하기 사이에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밀란코비치 이전에도 지구의 기후변동이 천문학적 요인 때문이라고 주장한 학자들은 있었다. 그러나 밀란코비치처럼 정확하게 분석한 과학자는 없었다.

태양 복사에너지의 차이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궤도변화는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량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지구의 장기적인 기후변화에 중대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량에 변화를 일으키는 궤도변화는 3가지가 있다. 지구궤도의 형태와 연관된 이심률, 지축의 기울기인 경사도의 변화, 세차운동 등이다.

이심률(eccentricity)

이심률은 지구궤도의 형태 변화를 나타낸다.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의 궤도는 완전한 원이 아니다. 지구의 공전궤도는 오랜 기간에 걸쳐 원에 가까운 형태에서 타원형으로 점차 변하다가 다시 원형으로 되돌아간다.

지구가 태양에서 가장 멀리 있을 때와 가장 가까이 있을 때 태양 복사에너지의 차이는 이심률 차이의 4배보다 조금 더 크다. 지구궤도는 원에서 타원으로 움직이며 매 9만 6천 년마다 다시 돌아온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타원의 장축 길이가 변화하는 것이다.

이심률이 0인 원형 궤도

이심률이 0.5인 궤도

지구와 태양이 가장 가까운 위치(1억 4,600만㎞)에 있는 지점을 근일점, 지구와 태양이 가장 먼 거리에 위치한 지점을 원일점이라 한다. 이심률의 변화는 전체 연간 태양 복사열의 약 0.3%의 차이를 가져온다. 그러나 이 정도로도 계절변화를 만들 수 있다. 만약 지구의 공전궤도가 완벽한 원이었다면 태양에너지의 계절변화는 없었을 것이다.

경사도의 변화(obliquity)

   

경사도의 변화

경사도의 변화는 지구의 공전궤도면(지구궤도가 만들어내는 가상의 면)에 대한 지축의 기울기 변화와 연관이 있다. 밀란코비치는 오랜 시간 수작업으로 지축의 경사 감소가 여름철 복사량의 감소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그 효과가 위도에 따라 다르다는 것도 밝혀냈다.

고위도의 지구-태양 거리 경사주기는 4만 1,000년, 적도의 주기는 2만 2,000년이었다. 그는 기후의 영향을 받는 적설이 여름철 복사의 변화에 따라 얼마나 증가할 수 있는지를 알아냈다. 산악의 설선(snow lines) 자료를 사용한 그의 분석은 정확한 것으로 후에 밝혀졌다.

지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지구에는 계절이 나타난다. 아울러 계절에 따른 태양 복사에너지의 진폭이 생긴다. 지축의 기울기는 최소 21.5도에서 최대 24.5도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한다. 현재의 기울기는 23.5도에 가깝고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서기 1만 년경에는 최솟값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차운동(axial precession)

세 번째 궤도 메커니즘은 세차운동이라고 하는 춘분점(북반구의 경우) 이동과 연관된 근일점 경도의 변화다. 간단히 말해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지축의 요동을 말한다. 태양계의 다른 행성, 주로 목성과 토성이 지구에 미치는 인력에 의해 나타난다.

   

세차운동

세차운동으로 인해 항성을 기준으로 한 지구 자전축의 회전 방향이 바뀐다. 따라서 세차운동은 1년 중 지구의 공전궤도가 태양에 가장 가까운 지점인 근일점과 가장 먼 지점인 원일점이 나타나는 시기를 변화시킨다. 약 1만 9,000년과 2만 3,000년의 주기를 가지고 있다.

세차운동은 (위도 0°인 적도에 미치는 경사의 영향과는 다르게) 열대지방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열대지방에 발생하는 일사량의 직접적인 효과는 세차운동에 의해 조절된 이심률 때문이다.

현재는 보다 정교한 기후이론이 나오고 있지만 밀란코비치의 발견은 기후역사의 연구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20세기 후반기의 기후학 연구는 대부분 지구 대기의 서로 다른 기후 되먹임 과정(climate-feedbackmechanism)을 밝히고 평가하는 것과 연관이 있었다. 밀란코비치의 연구는 이 되먹임 과정의 내용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그가 세심하게 계산한 궤도 이론은 지난 200만 년 동안 빙하기가 발생한 원인을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2. 태양 흑점의 변화

기원후 지구 역사상 가장 추웠던 시기가 17세기 중반이었다. 어떤 원인으로 그토록 추웠던 것일까? 천문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당시에 태양의 흑점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즉 소빙하기 중에서도 가장 추웠던 17세기 중반은 태양의 표면에 생기는 흑점의 수가 현저히 감소한 시대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렇다면 지구의 기후변화에 태양 흑점이 영향을 준 것일까? 많은 학자들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태양 흑점은 기원전에 중국의 천문학자들이 발견한 바 있다. 동양의 기록을 분석해보면 태양 흑점의 증감을 알 수 있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이용해 태양 흑점을 관측한 후 상세한 기록을 남겼다. 그 기록에 따르면 서기 1645년에서 1715년까지는 태양 흑점이 거의 관측되지 않았다. 이 시기를 태양 흑점의 극소기라 하여, 기후와 태양 흑점변화의 연관성을 입증한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워드 마운더(Edward Walter Maunder, 1851~1928)의 이름을 따 '마운더 극소기'라고 부른다.

태양 흑점 개수의 변화 <출처: NASA>

흑점현상이 많아지면 태양에는 주위보다 온도가 높은 백반(白班)현상이 증가한다. 태양표면이 활발하게 대류운동을 한다는 뜻으로 폭발이나 플레어(flare)1) 현상도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태양의 복사에너지는 흑점이 많을 때 크고, 적을 때는 작아진다. 그래서 흑점을 소빙하기의 원인으로 꼽았고 태양 흑점의 변화를 연구해 기후변화를 추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탐측기술이 발달하면서 흑점 수 변화에 따른 입사에너지의 변동이 1㎡ 당 약 1~2와트로 매우 작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기후학자들은 태양의 흑점활동이 소빙하기의 한랭한 기후를 만들었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흑점현상으로 인한 자외선 복사감소의 2차적 영향, 우주선(cosmic rays) 강도의 변동 등 여러 가능성이 겹쳐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3. 지각운동과 화산분출

지구가 처음부터 지금의 대륙과 해양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계속적인 지각운동으로 변화를 거듭해 왔다. 판구조론에서 설명하는 것 처럼 지각운동의 영향으로 대륙의 위치와 크기가 바뀌었다. 해양분지의 형태나 배열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었고, 산지와 고원의 크기와 위치도 변화되어 왔다. 그 결과 세계적인 대기대순환(大氣大循環)과 해양순환의 패턴이 바뀌게 되었다.

해양순환이 바뀌면 표층해류나 심층해류가 바뀐다. 또 대륙 위치의 변화는 주요 빙하기(페름·석탄기의 빙하기)뿐 아니라 습윤하거나 건조한 환경이 발달한 시기(페름·트라이아스)가 나타나도록 했다. 현재 티베트 고원과 히말라야 산맥이 융기하고 있는 것도 지각운동의 하나다. 이로 인해 중국 서부와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건조한 사막 환경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기후변화를 가져오는 것 중의 하나가 화산 분출이다. 강력한 폭발성 화산 분화는 먼지와 이산화황 분진을 성층권으로 분출시킨다. 이로 인해 지구 상공에 화산 분진이 돌면서 극심한 기후변화가 일어난다. 적도에서 분화된 물질들은 양쪽 반구로 확산된다. 그러나 중위도에서 분출되어 고위도로 확산되는 것은 분출된 반구 쪽으로만 영향을 준다.

파푸아뉴기니 타부르부르 화산의 분화 <출처: (cc) Taro Taylor at Wikimedia.org>

화산의 분화 기록들은 남극과 그린란드 빙상에 보존되어 있다. 최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화산 분화는 1815년의 탐보라 화산2) 분화이다. 다량의 화산 물질이 성층권으로 치솟으면서 북반구에 3년 동안 여름이 없는 기후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식량감산과 유럽의 폭동, 발진티푸스, 장티푸스의 창궐, 금융대공황이 발생했다.

4. 대기 조성의 변화

온실효과가 반드시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증가만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산업활동과 구별되는, 대기 조성의 변화로 발생하는 자연적인 온실효과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열염대순환의 변화로 인한 해양에서의 미량 기체의 흡수가 있다. 또 지표 식생에 미치는 빙기-간빙기 변화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메탄 함량의 변화를 가져온다.

온실가스(이산화탄소나 메탄)와 지구 온도의 변화는 빙기와 간빙기 동안에 실제로 동시에 일어났다. 그렇기에 명확한 원인을 알기는 어렵다. 많은 기후학자들은 극 빙상 연구로 나타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장기간 및 단기간의 변화 모두가 해양과 육지의 생물 활동과 해양 해류 순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외에 기후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자연적인 원인으로 혜성이나 소행성 또는 큰 운석들과의 충돌이 있다. 지구는 지난 수십억 년 동안 외계물질과의 수없는 충돌에 의해 지금의 질량을 갖게 된 것이다.

캐나다의 퀘벡 주에 있는 운석 구덩이

대표적인 사례가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거대한 운석이다. 이 운석의 직경은 5~15㎞ 정도로 추정된다. 운석이 지구에 부딪치면서 엄청난 지각변동과 함께 먼지가 성층권까지 솟아올랐다. 결국 대량의 먼지가 성층권과 대류권 내의 에어러졸3)을 증가시켰고 이것이 지구의 기후를 바꾼 원인이 되었다. 에어로졸이 태양빛을 가리면서 기온이 뚝 떨어진 것이다. 당시 지구에 번성했던 공룡 등의 파충류들은 변온동물이라 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멸종한 것으로 보인다.

반기성 |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

연세대 천문기상학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공군 기상전대장과 한국기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이며, 조선대학교 대기과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연세대에도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워렌버핏이 날씨시장으로 온 까닭은?], [날씨가 바꾼 서프라이징 세계사] 등 15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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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 현장을 가다] 공포의 런던 스모그…맑은 하늘 되찾기 수십년 걸렸다

A14면1단| 기사입력 2016-12-13 20:33 | 최종수정 2016-12-13 21:21

   

1952년 극심한 스모그 런던 덮쳐 / 사고 빈발… 응급실에 환자 넘쳐나 / 5일간 4000여명 주민 사망하기도 / 1956년 대기청정법 만들며 개선 / 미세먼지·아황산가스 밀도 급감 / 오염원 변화 발맞춰 규제 확대도

"네, 이게 런던이에요. 걱정하지 말아요. 런던이 이렇게 안개에 숨어있는 날은 겨울철 며칠뿐이에요." 체코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미로슬라프 샤셰크가 2004년 발간한 동화책 '이것이 런던입니다(This is London)'의 첫 페이지는 황갈색으로 메워진 채 시작한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스모그의 도시 런던을 형상화한 것이다. 지난달 영국 남부 항구도시 브라이턴에서 만난 존 베넷(56)씨는 샤셰크의 책 첫 장을 보여주며 어린 시절 봤던 런던을 회상했다. 그의 아버지는 1950년대까지 런던에서 거주하다 60년대 브라이턴으로 이주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런던의 공기가 참을 수 없이 혼탁해진 것도 그가 이주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베넷씨는 "아버지를 따라 어릴 적 런던에 간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 당시 런던에서 쾌청한 날씨를 만나기란 매우 어려웠다"며 "젊은 세대들이 예전보다 맑아진 공기를 누리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영국에는 베넷씨 가족과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영국의 젊은 세대들도 할아버지·할머니 세대에 일어난 '런던스모그'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런던 하늘의 어제와 오늘 1952년 12월 스모그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런던 거리에서 교통정리 담당자가 손전등을 들고 버스가 갈 길을 밝히고 있다(왼쪽). 런던 시민들이 지난달 7일 중심가인 스트랜드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런던=정선형 기자·영국기상학회 제공

런던스모그는 1952년 12월4∼8일 런던지역에 이어진 극심한 스모그다. 런던의 가정과 인근 공장에서 내뿜은 매연과 이산화황가스 등이 겨울철 차가운 공기와 합쳐져 도시에 내려앉아 정체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당시 런던의 평균 시계는 3∼5㎞였지만 런던스모그 사태가 발생한 5일 동안은 짙은 안개로 버스와 열차 교통사고가 빈발했다. 악화된 대기질로 응급실에는 심장발작이나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들로 넘쳐났다. 영국 보건환경국은 5일간의 스모그로 당시 4000여명의 주민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1952년 12월 스모그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런던 스트랜드 거리에서 런던 경찰이 버스가 갈 길을 밝히기 위해 불을 들고 서 있다. 영국기상학회 제공

60년 전 이뤄진 '대기오염방지법'… 과실을 얻은 후손들

   

런던스모그가 일어난 지 6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런던의 대기질은 크게 개선됐다. 런던 중심에 위치한 트래펄가 광장과 광장에서 이어진 스트랜드 거리는 지난달 방문 당시 매우 쾌청한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미세먼지 농도도 23㎍/㎥에 불과해 국내 기준으로 '좋음' 수준을 보였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영국 정부가 1956년 만든 '대기청정법'(Clean Air Act)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이 법은 공장, 기차 등 공공시설에서부터 일반 가정에서 때는 석탄연료까지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매연감독관(Smoke Inspector)을 임명해 과도한 매연을 내뿜은 공장이나 가정을 규제해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1952년 12월 스모그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런던 거리에서 교통정리담당자가 손전등을 들고 버스가 갈 길을 밝히고 있다. 영국기상학회 제공

   

영국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주된 환경오염 원인의 변화에 발맞춰 법을 순차적으로 개정하고 적용 대상을 확장해 나갔다. 1968년 법 적용 대상을 확장한 데 이어 1993년에는 미세먼지, 탄화수소, 다이옥신 등 새로운 오염물질도 규제대상에 포함했다. 

   

영국 정부는 대기청정법에서 나아가 2020년에는 대기오염이 심각한 5개 도시에 '대기청정구역'(Clean Air Zone)을 설치할 예정이다. 5개 도시는 리즈 버밍햄 노팅엄 더비 사우샘프턴이다. 이 지역에서는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노후 버스 등 교통수단을 운행할 수 없다. 개인 차량은 제외된다.

   

   

런던 시민들이 지난달 7일 중심가인 스트랜드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런던=정선형 기자

이 같은 노력에 의해 오늘날의 런던을 비롯한 영국의 잉글랜드 지역은 연평균 미세먼지 분포도가 세계보건기구(WHO) 권장기준인 10㎍/㎥에 가까운 수준으로 개선됐다. 법이 만들어진 60년 전에 비해 런던의 대기중 아황산가스 밀도는 300분의 1수준으로 낮아졌다.

   

영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기청정법 60주년을 맞아 왕립외과협회(Royal College ofPhysician)를 중심으로 '실내 대기오염'에 대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구를 맞은 스티븐 홀게이트 RCP 석좌교수는 "대기청정법을 만든 후 60년간 대기오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연구했다"고 밝히며 "대기오염은 체내에 축적되는 방식이라 한번 오염물질을 흡입하면 이 물질이 지속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 기술 발달에 따라 대기오염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어 그 시대에 맞는 오염방지 방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더 나은 공기를 위해… 정부 상대 소송전도 벌여

   

이런 노력에도 영국 시민들은 정부가 대기질 개선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붓길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과거 대기오염에 따른 만성질환으로 사망한 런던 시민이 수천명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돼, 이에 대해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런던 해크니 지역에 위치한 공익법률시민단체 '클라이언트어스'(ClientEarth)는 3년 전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한 뒤 올해부터 2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1차 소송에서 패소한 정부가 법원이 제시한 개선안에 따라 대기오염을 줄여나가야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해 2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지난달 사무소에서 만난 클라이언트어스의 활동가 안드리아 리(43·여)는 "정부가 독일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이 연비를 조작한 사건이 불거져 이 때문에 개선안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깨끗한 공기를 위해 계속 정부를 법률로써 압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학계에서는 관련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RCP의 홀게이트 교수는 "대기오염을 방지하는 방법은 단순히 오염물질을 규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반 시민들의 체력 증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런던에서 일고 있는 자전거 타기 운동을 소개하기도 했다. 의사이기도 한 그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살이 쪘다고 불평하기보다 걷고, 자전거를 타면서 환경을 지키는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고 덧붙였다.

   

   

1953년 11월 도시노동자들이 오염된 공기를 걸러내기 위한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걷고 있다. 가디언 제공

◆ "대기오염 한 번 노출돼도 만성질환 겪어"

   

"한번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이는 그 사람의 평생에 영향을 미칩니다. 공기가 맑은 곳으로 이주해도 소용이 없죠."

   

지난달 영국 런던 왕립외과협회(Royal College of Physician)에서 만난 스티븐 홀게이트(Stephen Holgate·아래 사진) 석좌교수는 지난 2월 자신이 발표한 논문 '매일 우리가 쉬는 숨: 대기오염의 생애주기 영향(Every breath we take: the lifelong impact of airpolution)'을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홀게이트 교수는 영국 정부의 '대기청정법'이 시작된 지 60주년을 맞는 올해를 위해 2년여간 이번 논문을 준비했다. 60년 전 런던스모그를 비롯한 오염된 공기 속에서 살던 사람들과 반대로 깨끗한 환경에서 살던 사람들을 추적조사했다. 그 결과 한번 대기오염으로 피해를 본 신체는 깨끗한 공기가 있는 지역에 가더라도 쉽게 나아지지 않는 만성적 질환을 겪게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런 연구 결과 때문에 홀게이트 교수는 "대기오염 방지 방안을 좀 더 실생활에 밀접한 분야를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는 외부의 대기오염에 비해 실내 대기오염의 심각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점을 염려했다. 

   

그는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 대책 수립 △전문가와 일반인에 대한 교육 강화 △차량용 친환경 대체연료 개발 △오염발생자에 책임부과 △대기환경 감시시스템 도입 △대기오염 악화 시 시민보호 대책 마련 △불공평 해소 △노약자 보호 등 총 14가지 권고사항을 논문을 통해 밝혔다. 

   

그는 대기오염이 3단계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1단계는 '공장굴뚝'으로 대표되는 산업혁명에 따른 대기오염, 2단계는 '자동차 배기구'로 상징되는 자동차 수 증가에 따른 대기오염이다. 최근 3단계인 '실내 대기오염'이 새로운 연구과제로 떠올랐다. 홀게이트 교수는 "헤어스프레이는 물론, 음식을 할 때 나오는 탄소가스 등도 건강을 해치는 요인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사실 자동차 배기가스만 하더라도 바로 앞의 차량에서 뒤에 차량으로 들어오는 무색 무취의 공기가 가장 위험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다"며 밀폐된 공간에서의 대기오염에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1980년대 초를 시작으로 한국을 수차례 방문한 그는 "한국의 전통가옥이 실내 대기오염을 방지하는 데 가장 적합한 구조를 띠고 있다"며 "각각 분리된 공간을 두고 있는 데다가 문을 열면 환기하기 좋은 구조이기 때문에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런던=글·사진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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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진동' 교란…20년 새 최악 한파 예고

   

   

A14면1단| 기사입력 2016-12-13 22:10 

ㆍ북극 기온 기록적으로 높아 찬바람 묶는 제트기류 붕괴

ㆍ동북아·북미 강추위 '비상'

   

   

북극의 찬 소용돌이 바람이 올겨울 중위도 지역을 덮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이르면 15일(현지시간)부터 이례적인 한파가 닥치고, 중서부 지역 기온이 20년 새 최저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찬 바람을 북극권에 묶어두던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찬 바람이 북미와 러시아 시베리아, 동북아시아와 북유럽을 덮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1일부터 미국 아이오와, 일리노이, 인디애나 등 몇몇 주에서는 20㎝ 넘는 눈이 쌓였다. NBC 등은 미 중서부 주들과 캐나다 국경에 걸쳐진 5대호 일대에 강추위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오하이오의 경우 평년 기온보다 25도나 낮다. 캐나다 언론들도 올겨울 이례적인 한파를 예보했다. 미국에서는 2014년 1월 북극 찬 바람이 밀려내려와 한파가 몰아닥쳤다. 기상학자들은 당시와 지금의 기상 상황이 비슷하며, 중위도 지역의 평균기온이 20년 새 최저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위도 지역의 이례적인 한파는 북극진동이 교란됐기 때문이다. 북극진동은 북극의 찬 소용돌이 바람이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을 말한다. 북극진동 자체는 이상 현상이 아니다. 지구가 열대지방에서 남아도는 열을 북극으로 옮기려는 에너지 순환작용의 일부다. 문제는 찬 바람을 가둬두는 제트기류가 기후변화로 붕괴하면서 북극진동의 패턴이 달라지고 북극의 찬 바람이 더 남쪽으로 내려오게 되는 것이다.

   

북극의 찬 공기는 고기압이고 중위도의 따뜻한 공기는 저기압이어서 극지방을 감싸는 제트기류가 생긴다. 그런데 북극이 따뜻해져 중위도 지역과의 온도 차이가 줄어들면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지난달 북극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0도나 올라가는 등 올해 북극은 기록적으로 높은 기온을 보이고 있다. 몇몇 지역에서는 더운 바람이 밀고 올라가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찬 바람이 남쪽으로 내려오는데, 현재는 북극진동이 2개로 조각나다시피 했다. 밀려내려온 북극권의 찬 공기 중 한 덩어리는 러시아 쪽, 한 덩어리는 북미 대륙을 덮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올겨울 북극의 찬 바람이 더 자주, 더 남쪽으로 내려올 것이며 고위도와 중위도의 접경선인 북미와 동북아시아 일대가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봤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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