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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은 일본의 진주만 공격에서 시작되었다. 항공모함 6척을 포함한 일본의 대규모 기동함대는 본토를 출발, 12일을 항해하여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 공격했다. 미국은 엄청난 타격을 받았고, 전쟁 초반 위기에 빠지게 된다. 여기까지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런데, 일본의 함대가 어떻게 미국에 들키지 않고 항해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그건 바로 안개 때문이었다. 일본 기습항모부대는 알류샨열도까지 진행할 때는 저기압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전선 뒤에 발생하는 전선안개가 이들을 감춰주었다. 알류샨열도에서 하와이 방향으로 갈 때는 증기무가 짙게 끼어있는 바다를 통과했다. 안개가 세계 전사에 드문 기습공격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안개는 전쟁의 승패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건강이나 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주는데 특히 도로의 자동차나 바다의 선박, 공항의 항공기의 안전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2001년 2월 20일 발생한 경기도 자유로 35중 충돌사고와 2006년 10월 3일 발생하여 엄청난 인명피해 및 재산피해를 가져온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는 대표적이다. 도로에서의 안개가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차량의 주행속도가 102km일때 정지거리는 212미터, 93.5km 일때는 183.6미터, 85키로일때는 153.8미터나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개가 짙게 끼는 경우 정지거리를 확보할 수 없으므로 연쇄추돌이 발생하는 것이다. 안개로 인한 선박의 사고의 경우에는 자연환경에 대한 치명적인 영향 가능성이 높으며, 항공기의 경우 항공기 사고로도 엄청난 피해를 입지만 매년 항공기 지연으로 인한 피해만도 1,000억 원 이상일 정도로 안개는 자연재해 중 높은 사고 빈도를 보이는 기상현상이다. 특히 도로에서의 추돌사고의 경우 다른 기상현상에 비해 가장 높은 치사율을 보이는 것이 안개이다.

안개가 만들어지는 원리

안개의 정의

안개란 아주 작은 다수의 물방울들이 대기 중에 떠있는 현상으로, 수평시정이 1km 이하일 때를 말한다. 구름과 안개의 차이는 그 밑 부분이 지면과 접하고 있는가 또는 떨어져 있는가에 따라 결정한다. 밑부분이 지면과 접하여 있으면 안개(fog), 떨어져 있으면 구름(cloud)이라고 한다. 안개 속에서의 대기는 습하고 차갑게 느껴지며, 상대습도는 100%에 가깝다. 대체로 백색이지만, 공업지대에서는 연기와 먼지로 인해 회색이나 황색을 띠게 된다. 공업지대 등에서 안개와 연기가 섞인 것을 스모그(smog)라고 한다. 안개가 낮고 연직방향으로 엷어서, 하늘이 들여다보이는 것을 낮은안개(shallow fog)라고 하고, 눈높이의 수평시정은 1km 이상이 되지만, 지면부근에 낮게 깔린 안개를 땅안개(ground fog)라고 부른다.

중국 베이징의 스모그<출처 : (cc) Brian Jeffery Beggerly / Kevin Dooley>

안개가 만들어지려면?

안개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하여 생성된 것이므로, 응결이 일어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되어야 한다. 대기 중에 수증기가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어야 하고, 공기가 이슬점온도 이하로 냉각되어야 하며, 대기 중에 응결을 촉진시키는 흡습성의 미립자, 즉 응결핵이 많이 떠 있어야 하고 대기 중으로 외부에서 많은 수증기가 공급되어야 한다.

안개를 구성하는 물방울을 초고속 카메라로 잡은 사진.

대기 중에 수증기가 다량으로 함유되어있다 하더라도, 공기의 온도가 이슬점온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응결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온도는 내려가지 않아도 외부로부터 계속 수증기가 공급되면, 포화에 달하여 응결이 일어나며 또한 기압이 점점 내려가도 응결은 일어난다. 현재 함유되어 있는 수증기량을 증가시킬 수 있을 만큼 외부로부터 수증기의 공급이 없다고 해도, 기온이 이슬점온도 이하로 냉각되면 포화에 달하여 응결이 일어나지만, 다량의 수증기가 함유되어 있지 않으면 큰 안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량의 수증기를 함유하고 이슬점온도 이하로 공기가 냉각된다고 해도, 응결을 촉진하는 응결핵이 없으면 응결은 일어나기 어렵다. 이와 같이 대기 중의 수증기는 미립자를 중심핵으로 하여 그 표면에 응결을 하는 것이다.

응결핵으로는 해면에서 대기 중으로 날아온 염분을 띤 작은 결정이나,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의 입자 등 흡습성의 미립자가 가장 좋은 응결핵이다. 이 밖에도 풍향풍속이나 기온의 역전도 중요하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바람이 약하고 상공에 기온의 역전이 있으면 안개발생에 유리하다. 그러나 상공에 기온의 역전이 있어도 바람이 강하면, 상하의 혼합으로 지표면 부근은 안개가 생기지 않고 낮은 구름만 만든다. 짙은 안개는 습도온도바람 및 응결핵의 종류나 양 등에 의하여 결정된다. 공장지대는 응결핵이 많으므로 습도가 80% 정도만 되어도 안개가 발생하지만, 일반적으로는 97% 이상의 습도에서 발생한다.

안개가 걷히려면?

안개는 지표면이 따뜻해져서, 지표 부근의 역전이 해소되면 소산된다. 지표 부근의 바람이 강하게 불면, 난류에 의한 연직방향의 혼합이 증가되어 역전이 해소되므로, 안개는 걷힌다. 또 경사면을 따라서 하강하면, 공기덩이의 온도는 단열적으로 상승하므로 안개입자들은 증발하여 소산된다. 차고 밀도가 큰 공기가 안개가 낀 구역으로 들어오면, 안개는 상공으로 올라가거나 증발하여 소산된다.

안개는 어떻게 구분하는가?

안개는 만들어지는 원인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먼저 공기의 냉각으로 발생하는 안개가 있다. 복사안개의 종류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내륙지방에 아침에 자주 끼는 안개로 땅안개(ground fog)다. 지표면의 야간 복사냉각으로 만들어지는데 상대습도가 높고, 야간에 맑으며 대기가 안정할 때 끼는 안개로 주로 가을이나 봄에 자주 끼는 안개다.

땅안개. <출처 : (cc) Ian W. Fieggen>

두 번째가 공기가 이동해와 끼는 안개로 이류안개(advection fog)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다안개(sea fog)로 차가운 바다 위를 따뜻한 공기가 이동해 와 냉각되면서 만들어지는 안개로 바다와 공기의 기온차이가 클수록 많이 발생한다. 우리나라 해상에서는 6월부터 7월 사이에 서해상에서 자주 발생한다. 이류안개 중에 연안안개(coastal fog)도 있다. 연안지방에 발생하는 안개를 말한다. 수면 위의 습하고 따뜻한 공기가 연안의 찬 지면 위로 흘러갈 경우나, 지면 위의 따뜻한 공기가 찬 수면 위로 흘러갈 경우 또는 찬 해면 위에 발생한 바다안개가 침입할 경우 등에 나타나는 이류안개와 차고 안정된 공기가 비교적 따듯한 수면 위로 이동했을 때, 수면의 증발에 의하여 수증기의 공급을 받아서 발생하는 증발안개 두 가지로 나눈다. 연안안개의 발생이나 소산, 이동은 해륙풍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바다 안개 <출처 : 기상청 기상사진전>

세 번째가 이류복사안개(advection radiation fog)다. 해상에서 해안에 인접한 육상에 이동해온 온난습윤한 공기가 야간에 복사냉각 되어 만들어진다. 고기압 가장자리에서 바람이 약할 때, 해상의 수증기가 연안으로 침투한 후 복사냉각에 의해 안개가 일어난다.

바다 안개가 해안으로 밀려들고 있다. <출처 : 기상청 기상사진전>

네 번째가 활승안개(upslope fog)다. 습윤하고 안정한 공기가 경사진 지형을 상승할 때, 건조단열적으로 냉각되어 형성된다. 경사면을 따라 상승하는 바람이 멎으면 활승안개는 소산된다. 복사안개와 달리 흐린 날씨에서도 형성되고, 매우 짙으며 높은 고도까지 발생한다. 일본의 후지산에 낮에 자주 발생하는 안개의 형태로 우리나라에서는 비가 내리다가 그칠 경우 산중턱에서 산을 향해 올라가는 안개가 좋은 예이다.

물안개가 산중턱을 넘어가고 있다. <출처 : 기상청 기상사진전>

다섯 번째가 수증기의 증발로 발생하는 안개가 있다. 대표적인 안개로 김안개(steam fog)가 있는데 이것은 한랭한 공기가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의 수면상을 이류할 때, 수면으로부터의 수증기 증발로 포화되면 발생한다. 겨울철 서해상에서 추운 공기가 내려올 때 서해 바다와의 온도 차이로 발생하는 안개의 형태가 대표적이다.

호수 위에서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있다. <출처 : 기상청 기상사진전>

마지막으로 얼음안개(Ice fog)가 있다. 대기 중에 무수히 많은 미세한 빙정들이 떠다니는 현상으로 수평시정이 1km 미만일 때를 말한다. 얼음안개는 대단히 저온이고, 바람이 없을 때 발생한다. 겨울에 북부산악지대에서 관측될 때가 있으며, 태양을 향한 방향의 시정이 대단히 나쁘다.

오스트리아 겨울의 얼음안개 <출처 : (cc) böhringer friedrich at Wikimedia.org>

박무와 연무

마지막으로 안개라 부르지는 않지만 안개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박무와 연무다. 안개, 박무, 연무는 시정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수평시정이 1km 미만이면 '안개', 그 이상이면 '박무'와 '연무'로 구분하며 각각의 기상현상을 다음과 같은 아이콘으로 표현한다.

주로 어떤 입자로 인해 기상현상이 나타나는 지에 따라서도 나누기도 한다. 안개와 박무는 물 현상, 연무는 먼지 현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상대습도 75% 이상, 시정 1km 미만이면 안개로 정의 내리며 박무는 안개와 상대습도 기준은 같지만 시정이 1km 이상 10km 미만일 때를 가리킨다.

박무. 옅은 안개다. 물현상이다. <출처 : (cc) Saperaud at Wikimedia.org>

연무. 미세한 먼지로 생기는 현상이다.

이에 반해 연무는 상대습도 75% 미만으로 습기나 먼지 등으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기상 현상이며 시정은 1~10km로 박무와 같다. 연무는 대개 습도가 낮으면서 대기 중 연기·먼지 등 건조하고 미세한 입자가 떠 있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화산의 분출물이나 바람에 날린 먼지·황사 등 천연 먼지가 공기와 섞이면서 발생하기도 한다. 도시나 공업 지대 등에서는 공장이나 주택 등으로부터 나오는 연기나 자동차의 배기가스 등 인간 활동에 따라 발생하는 인공 오염 물질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연무를 구성하는 입자들은 1㎛(마이크로미터=m의 백만분의 1) 이하로 최대 18㎛인 황사보다 훨씬 작아 폐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투해 건강에 더 위험한 기상이다. 연무는 일 년 내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수증기로 인해 봄, 가을, 일교차가 심할 때 나타나는 안개로 착각하면 안 된다.

반기성/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

호칭·직책

연세대 천문기상학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공군기상전대장과 한국기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이며,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연구원으로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워렌버핏이 날씨시장으로 온 까닭은?], [날씨가 바꾼 서프라이징 세계사]등 14권이 있다.

   

원본 위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16&contents_id=40631&leafId=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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