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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연료

상태와 변화2016. 10. 24. 15:12

최근에 우주 선진국의 꿈을 안고 나로호가 발사되었다. 비록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지는 못했지만 실패로부터 얻는 기술의 축적은 미래에 우리의 재산이 될 것이다. 실패하면서 배우고 축적되는 기술은 우리만의 기술로 승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보면 그렇게 실망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발사체 개발은 물론 위성의 운용과 관련된 기술들은 선진국에서 이전하기를 꺼리는 분야이다. 왜냐하면 그들도 많은 돈과 인력, 인고의 세월을 보낸 후에 확보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공짜가 없는 세상이니 비용을 지불하고 경험을 쌓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무거운 발사체를 우주로 보내기 위해서는 큰 힘이 필요하다

   

발사체가 싣고 가는 위성(과학기술 위성 2호, STSAT-2)의 질량은 겨우 100 kg(0.1 톤)에 불과하다. 하지만 발사체의 총 질량은 무려 140 톤에 달한다. 나로호의 1단 엔진의 힘은 170톤의 질량을 발사할 수 있는 정도로, 2단 엔진은 8톤의 질량을 추진할 수 있는 정도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무지막지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연료가 필요하기에 발사체 질량의 대부분은 연료와 연료탱크가 차지하고 있다.

지구 표면에 놓여 있는 질량 1 kg의 물체에는 약 9.8 뉴턴(N)의 힘이 작용하므로, 140톤의 물체를 발사하려면 엄청난 힘이 필요할 것이다. 로켓이 지구를 벗어나는데 필요한 이론적인 최소 속도, 공기의 저항 등의 변수들을 고려하면 위성을 안정하게 궤도에 진입시키는 일은 정밀한 과학이 뒷받침되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기술로 제작된 과학기술위성2호(STSAT-2)의 지구 쪽 모습

<출처: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로켓의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스의 힘을 추력이라 부른다

   

연소되는 가스의 힘이 로켓을 쏘아 올린다.

   

로켓의 뒤 꽁무니에서 방출되는 가스의 힘으로 로켓은 지구 중력을 벗어난다. 로켓이 필요한 힘, 즉 추력(thrust)은 연소실에서 연소되면서 발생되는 가스가 노즐을 통해서 분사되면서 내는 힘의 반대방향으로 작용되는 힘이다.

뉴턴의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로켓의 추력(T = dm/dt* v)은 연소반응 결과 노즐 밖으로 방출되는 질량 변화율(dm/dt)에 가스의 분출속도(v)를 곱한 양으로 표현된다. 추력(kg/sec* m/sec = kg* m/sec2)은 단위가 뉴턴(kg* m/sec2)로 표시할 수 있는 힘인 셈이다.

   

로켓 연료의 효율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는 비추력

비추력(specific impulse, Isp)은 로켓 추진제의 효율을 판단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초(sec) 단위로 표현). 그것은 연료를 태워 얻은 추력(T)을 태운 연료의 중량(W) 변화(dW/dt)로 나누어 계산한다. 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분출 속도(v)가 클수록 더 큰 비추력을 가지며, 효율이 좋은 추진제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비추력이 큰 추진제를 사용하면 적은 양의 연료를 가지고도 큰 추력을 유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나로호에 사용된 액체 추진제(연료로는 케로신과 산화제로는 액체 산소를 사용)의 비추력은 대략 300 sec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된다. 액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면 비추력은 좋지만 수소의 밀도(약 0.071 g/mL)가 매우 낮아서 발사체의 부피가 커지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면 매우 큰 비추력을 얻을 수 있고, 환경 친화적이라는 좋은 점이 있다.

로켓의 불꽃과 굉음은 일종의 폭발 반응의 결과

로켓이 발사될 때 볼 수 있는 거대한 불꽃과 굉음은 연소반응 결과 생기는 것이다. 연소반응은 물질이 산소와 반응하면서 열이나 빛을 내는 것을 말한다. 폭발은 연소 반응의 일종으로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며, 부피 변화가 매우 크다는 특징이 있다. 로켓에 사용되는 폭발 반응을 정교하게 제어하기 위해서는 연료는 물론, 연소탱크를 만드는 재료, 연소 과정에서 일어나는 급격한 압력, 발생된 가스 배출의 동역학 등을 고려한 세심한 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대표적인 폭약, 화약과 불꽃놀이의 화학

   

화학쟁이의 입장에서 로켓 발사에 사용되는 화학물질과 반응이 주요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먼저 규모가 작은 폭약의 성분과 폭발 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 지 알아 보자. 폭약의 주성분은 액체화합물, 혼합물 혹은 고체화합물이며, 폭발은 매우 짧은 순간에 액체 혹은 고체 상태로 있는 화학물질이 갑자기 질소, 이산화탄소와 같은 기체 상태로 변하면서 폭음, 빛, 연기가 발생하는 화학반응이다. 대표적인 폭약의 하나인 화약(gun powder)은 중국에서 처음 제조되었고, 주요 성분은 질산칼륨(KNO3)이 약 75%, 목탄(charco al, C)과 황(S)이 25% 정도이다. 각 성분의 비율에 따라 화약의 종류가 다르다. 질산칼륨은 연료로 사용되는 목탄에 산소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황은 점화속도를 높여주고, 점화 온도를 낮추어 주는 기능을 한다. 성냥 골에도 같은 이유로 황이 포함되어 있다. 성냥 골을 인(P)이나 염소산 칼륨(KClO3)의 혼합물로 만들면 실온에서 마찰에 의해 쉽게 불이 일어날 수 있다.

   

불꽃놀이. 화약과 폭발반응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 잡는다.

   

불꽃놀이도 화약과 폭발반응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 잡는 놀이이다. 불꽃놀이용 화약에는 색을 나타낼 수 있는 물질, 알루미늄(Al)과 같은 금속 분말, 과염소산 칼륨(KClO4)이 포함되어 있다. 물질들이 순간적으로 반응하면서 가스 분출이 되면 충격파로 인해 요란한 소리와 함께 화려한 색상이 우리 눈을 어지럽히는 것이다. 공기에 포함된 산소만으로는 급격한 폭발을 유도하기 어려워 과염소산 칼륨과 과염소산 암모늄 (NH4ClO4)과 같은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산화제를 첨가하는 것이다.

액체추진제 – 나로호 1단의 추진 방식

액체 추진제는 로켓 발사의 1단계 연료로 많이 사용된다. 액체 연료와 액체 산화제는 로켓에 내장된 탱크에 분리된 상태로 보관된다. 발사 직전에 연소실에서 혼합되어 점화되면 연소 폭발 반응이 시작되는 것이다. 반응 결과 생성된 높은 압력과 고온의 가스가 노즐을 통해 힘차게 분출되면 로켓이 지구의 중력을 거슬러 하늘로 치솟게 된다. 액체 추진제를 압력이 높은 연소실로 계속 공급하려면 액체 추진제에 일정한 압력을 가하는 비활성 기체를 보관하는 탱크도 있어야 한다.

액체 연료로는 액체수소(H2), 액체 히드라진(N2H4), 케로신(kerosene)등이 있다. 액체수소는 환경 친화적이며 비추력이 매우 큰 연료이다. 히드라진은 촉매와 접촉하면 질소, 수소, 암모니아 가스로 분해된다. 발열이 되면서 나오는 온도는 무려 1000oC 이상이 될 수 있다. 케로신 연료는 액체 산소를 산화제로 사용하여 1단계의 추진 동력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나로호도 케로신과 액체 산소를 사용하였으며, 220 여초 동안 연소하였다. 케로신은 가연성 탄화수소로 원유를 분별 증류하면 얻을 수 있다. 원유를 가열하여 약 150-275oC 정도에서 증발되어 나온 기체를 실온으로 식히면 케로신을 얻는다. 케로신은 제트 엔진의 연료로 흔히 사용되는 기름이다. 로켓 연료로 사용될 때는 케로신을 휠씬 더 엄밀하게 정제하여야 한다. 특히 로켓용 케로신에는 황, 방향족 화합물을 포함한 불포화 탄화수소들이 다른 항공유보다 휠씬 적게 포함되어 있다. 황은 높은 온도에서 로켓 엔진을 망가트리는 원인 물질이며, 불포화 탄화수소들은 보관 중에 연료가 변질되어 원하는 만큼의 비추력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케로신, 가장 대표적인 발사체의 연료

<출처: Magnus Manske at en. wikipedia.org>

   

액체 산화제는 플루오린(플루오르,F2), 질산(HNO3), 과산화수소(H2O2), 산소(O2)등이 있다. 액체 플루오린를 산화제로 사용하면 로켓의 추력은 좋아진다. 그러나 플루오린은 부식성이 매우 강하고, 연소 결과 연소실의 온도가 매우 높아 다루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강산인 질산(HNO3)은 산소 원자가 3개나 포함하고 있어 산화제로는 좋지만 강산을 다루어야 하고, 연소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이 해롭다는 단점이 있어 특정한 목적에만 사용된다고 한다. 많은 로켓 발사에서 액체 산소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환경에 덜 해롭고 다루기가 상대적으로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액체 산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탱크의 온도를 -183oC 이하로 유지해야 된다. 액체 산소는 발사 전에 탱크에다 충전할 때 많은 양이 공중으로 사라지는 단점도 있다.

   

고체추진제 – 나로호의 2단의 추진 방식

고체 추진제를 사용한 로켓은 일단 점화가 되면 반응을 중단할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보관하고 다루기가 편리한 장점도 있다. 우주 왕복선의 발사에 보조 로켓에 이용되는 추진제도 고체이다. 고체 추진제는 연료와 산화제가 혼합된 재료(composite)를 사용하며, 둘을 묶어주는 결합제(binder)도 포함하고 있다. 결합제로 사용되는 고분자는 일정 부분 연료로도 이용된다. 그 밖에도 고체를 안정화 시키는 첨가물 등이 포함되어 있다.

고체 연료로는 금속 알루미늄 분말과 마그네슘 분말이 흔히 사용된다. 고체 산화제는 과염소산 암모늄(NH4ClO4), 질산 암모늄(NH4NO3)이 사용된다. 보통의 폭약에 사용되는 산화제인 질산칼륨(KNO3)보다 단위 무게당 산소가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 공기가 희박한 대기권 밖에서도 로켓의 추진력을 얻으려면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해 줄 수 있는 물질인 과염소산 암모늄이 좋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자연 발생적으로 생성되기도 하는 과염소산 이온은 생체 내에서 요오드 결핍을 유도하여 갑상선 관련 질병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미국에서 모유와 시판 우유에서 과염소산 이온이 다량 검출되어 이 물질의 사용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한층 강화되었다.

예를 들어서 알루미늄(Al) 18%, 과염소산 암모늄 70%, 고분자인 HTPB(hydroxyl terminated polybutadiene) 10%, 기타 첨가제 2%로 구성된 고체 추진제는 비추력이 260초 이상 된다. 물론 각 성분의 비율에 따라서 비추력이 조금씩 달라진다. 나로호의 2단 추진에 사용된 고체 추진제도 이와 유사한 것으로 추정되며, 약 50여초 동안 연소되도록 설계되었다. 1단 엔진이 분리되고 나머지 발사체의 중량에 맞는 비추력을 얻으려면 각 물질의 비율을 정교하게 조절하여야 한다. 또한 일정 추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체 연료의 알갱이 크기와 연소실의 압력을 비롯한 여러 변수들을 고려해야 되니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고도 엔진연소시험 영상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우리에게 좌절은 없다

폭발 반응을 연구하여 반응을 제어하고 자료를 얻는 일은 소규모로도 벅찬 일이다. 로켓 발사에 필요한 연료와 산화제를 개발하고 실험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의 힘으로 발사체를 올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도전을 한다면 꿈이 꼭 이루어 질 것이다. 정말 맨바닥에서 연구하여 주화(로켓무기)를 발명한 최무선 선생님을 생각하면 못할 일도 없지 않나 싶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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