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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반응

상태와 변화2016. 10. 24. 15:11

봄이 되면 황사의 빈도가 높아진다. 중국 또는 몽골의 사막 지대에서 발생한 황사는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도달한다. 시간당 미세 먼지의 농도가 세제곱 미터당 400 마이크로그램(400 μg/m3)이상이 될 때 황사경보를 내리는데, 황사는 매우 크기가 작은 모래나 황토로 되어 있다. 주요 성분은 지각에 많이 분포해 있는 알루미늄을 비롯한 각종 금속 산화물과 탄산염이지만, 중금속이 포함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중금속이 많이 포함된 황사는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이롭지 못하다. 그런데 이런 황사가 우리 생활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황사가 심해지면 호흡기 질환 환자들이 늘어나고, 정밀 기기의 오작동도 빈번해진다.

그러나 황사가 무조건 나쁜 영향만을 주는 건 아니다. 정량적이고 과학적인 측정과 평가를 하기 쉽지 않겠지만, 염기성 성분을 띠는 황사는 산성화된 강이나 호수는 물론 산성화된 토양과 중화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는 황사의 긍정적인 영향이라 볼 수 있다.

   

자동차를 온통 뒤덮고 있는 황사, 봄철만 되면 중금속을 포함한 황사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출처: Shizhao at en wikipedia.com>

   

중화반응, 산과 염기가 반응하여 염과 물이 만들어지는 반응

중화반응이란 산성 물질과 염기성 물질이 반응하여, 일반적으로 염과 물이 형성되는 반응을 말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앞에서 설명한 황사의 긍정적인 영향과 같이 자연에서 일어나는 중화반응도 있고, 생활하면서 이용하는 중화반응도 적지 않다. 알짜식으로 나타내는 중화반응은 다음과 같다.

산성비로 토질이 나빠지면, 염기성 비료로 중화한다

   

산성비로 인해 삼림이 황폐화된 경우,염기성비료를 이용하여 중화시켜줘야한다.

   

빗물에는 대기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가 녹아 형성된 탄산이 포함되어 있다. 자연에서 생성되는 이산화탄소의 대기 평균 농도는 약 380ppm 정도로, 이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빗물에 녹으면 pH는 약 5.6을 나타낸다. 따라서 특정지역에서 내리는 비의 pH를 측정하여 5.6 보다 낮을 때, 산성비가 내린다고 말한다. 공업지대, 자동차 배출구에서 방출되는 황이나 질소 산화물이 물에 녹아서 묽은 질산 또는 묽은 황산이 형성되면, 빗물의 pH는 5.6보다 훨씬 낮은 값을 나타낸다.

기록적인 산성비는 pH가 1 가까이 되는 것도 있으니 그야말로 산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셈이 된다. 장기간에 걸쳐서 산성비가 내린 지역의 토양에서는 토양이 산성화되어 작물이 안 자란다. 물론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봄철에 찾아오는 황사가 자연스럽게 토양에 염기를 공급하여 농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여 인간이 따로 토양을 중화해야 한다. 산성화된 토양을 중화할 때 주로 사용하는 염기는 생석회(산화칼슘)석회석(탄산칼슘)소석회(수산화칼슘) 등이 있다. 이런 염기를 뿌리면, 토양이 중화되어 토질이 개선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료에 포함된 칼슘이온이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이 되기도 한다.

   

실생활에도 중화반응이 요긴하게 쓰인다

영어로 개미산을 'formic acid'라 하는데 그것은 개미를 뜻하는 라틴어 'formica'에서 유래하였다. 개미는 산을 분비하여 자신을 공격하는 녀석을 물리친다. 만약에 개미에게 물려 가렵다면 약 염기성인 탄산수소나트륨 용액을 발라서 중화를 시켜주면, 가려운 증상이 어느 정도 완화된다. 탄산수소나트륨은 식소다 또는 중조라 부르며, 요리에 사용하는 재료라서 부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급할 때는 유리창 청소할 때 사용하는 액체를 살짝 뿌려도 된다. 왜냐하면 유리 청소액의 주성분이 암모니아수 용액이기 때문이다.

생선회를 먹을 때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서 한 조각의 레몬을 짜서 즙을 생선회 뿌린다. 비린내는 생선에 포함된 염기성 화학물질인 아민이 증발하여, 우리가 맡을 때 나는 냄새이다. 생선살을 구성하는 단백질이 분해되면, 암모니아의 사촌이 되는 아민을 비롯한 수많은 종류의 냄새 분자들이 생성된다. 이때, 레몬 즙을 뿌리면 레몬 즙에 포함된 구연산과 생선회 표면에 있는 염기인 아민 사이에서 중화반응이 일어나 냄새가 덜 나게 된다. 레몬이 없을 때는 묽은 식초를 뿌려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아민이 묽은 산과 반응을 하면 염이 형성되며, 그 염이 물에 녹으면서 냄새의 원인이 일시적으로 제거되는 효과를 보는 것이다. 그 반응을 화학식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이 쓸 수 있다.

화학식의 RNH2에 붙어 있는 R은 알킬기를 의미한다.

//레몬의 화학

   

사람의 몸에서도 중화반응이 일어난다

사람의 위장에서는 염산(HCl)이 분비된다. 하지만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위에서 나온 염산이 장에 도달하여 장이 부식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음식물에 섞인 염산이 소장으로 가기 전, 십이지장에서 분비하는 물질에 포함된 약염기성인 탄산수소나트륨과 반응을 하여 중화되기 때문이다. 만약에 십이지장이 고장이 나서 중화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염기가 안 나온다면,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 일어 날 것이라는 상상을 할 수 있다.

위산을 중화하여, 속쓰림을 방지하는 제산제. 제산제는 보통 염기성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왼쪽)

충치도 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다.(오른쪽)

<출처: Midnightcomm at en wikipedia.com(왼쪽),Midnightcomm at en wikipedia.com(오른쪽)>

   

또한, 위산 과다로 위장병을 앓는 사람들은 위산 분출을 억제하는 약이나, 위산을 흡착시켜 산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약, 또는 위산과 중화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약을 먹는다. 시중에서 약으로 팔리는 제산제의 주요 성분은 탄산수소나트륨수산화알루미늄수산화마그네슘 등으로 모두 염기성 물질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위산이 강산인 염산이므로, 이를 중화시킬 수 있는 염기성 물질을 사용하여야 한다. 제산제의 종류에 따라 설사를 일으키거나 변비를 유발하기 때문에,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여 자신의 몸에 맞는 적절한 중화제를 선택해야 한다.

입안에서 기생하는 수많은 균 중에서 뮤탄스균은 잇몸에 붙어 있는 음식 찌꺼기에 포함된 포도당을 먹고 소화시켜 산을 배설한다. 균의 배설물인 산이 치아의 표면인 에나멜(인산칼슘수산화물)과 반응을 하여 침식이 되면, 구멍이 뚫어진다. 흔히 충치를 벌레 먹은 이라고 표현하는데, 사실은 벌레가 파먹은 것이 아니라 화학반응 때문에 만들어진다. 뮤탄스균의 산성 배설물이 문제이기 때문에, 탄산수소나트륨을 물에 탄 묽은 용액으로 입안을 씻어내면 이의 침식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 칫솔질이 귀찮은 사람들에게는 중화반응을 해보라고 권유를 하고 싶지만,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화학반응 실험이기에 매우 조심스럽다.

무심코 하는 행동 중에 다양한 중화반응이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제산제를 먹고, 토양 개선을 위해서 비료를 뿌리며, 약을 바르고, 비린내를 없애는 다양한 중화반응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담뱃재(염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것이 산성화된 토양을 중화시키는 좋은 행동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화학 얘기만 들어도 골치 아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조금만 둘러보면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 중에서 많은 부분이 화학 반응을 이용한다. 물고기가 물을 떠날 수 없듯이, 우리 인간도 화학반응과 화학물질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원본 위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2339&path=|453|489|&leafId=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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