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TO care

CSTR

상태와 변화2016. 10. 24. 15:18

A+B -> C

   

   

   

왜란 응답성

2차 공정의 계단응답, step response

   

   

2차 공정의 임펄스 응답, impulse response

   

   

고차 공정 계단 응답

   

   

   

Lead Lag step response

   

P control

1차 공정, 비례제어 구조의 계산 응답

1차 공정에서는 Gain 이 클 수록 목표값 추종이 빠름

   

   

2차 공정 비례제어 구조의 계단 응답

Gain(P) 가 크면 Overshut 가 일어남 ..

   

   

   

시간지연이 존재하는 공정의 응답

   

   

   

PI controller

Gain 값이 클수록 목표값 추종 빠름

   

   

   

불안정한 시스템 응답

   

   

제어기의 Gain에 따른 근의 변화

Kc=0~40

   

의 근궤적도

근궤적도

   

PID control의 근궤적도

   

PID open-loop의 근궤적도

Kp>Ki>Kd 의 경우 .. 전체적으로 안정 범위에 들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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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상태와 변화2016. 10. 24. 15:17

'너는 소금이 되어라.' 종종 어른들께서 후손이나 후배들에게 주는 인생 길잡이 가르침이다. 이세상 살아가면서 몸담고 있는 어느 곳에서든 꼭 필요한 사람, 기둥이 되라는 큰 뜻을 지닌 충고다. 이처럼 소금은 소중한, 고귀한, 꼭 필요한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때 등장하는 단어다. 소금은 우리 생명과 식생활에서도 똑같이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 맛있는 설탕을 삼가라더니 이젠 소금을 될 수 있는 한 적게 먹으란다. 조미료 글루탐산나트륨(MSG) 이 음식 맛을 돋우어 줄 뿐 아니라 한 때는 머리도 좋게 해준다고 거짓 선전까지도 서슴지 않더니, 이제는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니 이 조미료 사용을 삼가라고 말한다. 우연히도 이들은 모두 결정성 흰 가루로 우리에게 친근한 식품 첨가물이다.

   

소금의 화학명은 염화나트륨 (NaCl, 염화소듐) 이다. 염이나 간단히 나트륨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화학적으로 이들은 전혀 다르다. 소금 이외에도 염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나트륨(소듐)은 반응성이 큰 금속이다. 소금이 우리 혀에 닿으면 우리는 짜게 느낀다. 단맛을 주는 설탕 대체물은 여러 가지가 시중에 팔리고 있으나 소금 대체물은 아직 찾지 못했다. 물론 소금은 짠 맛의 공급원으로 중요할 뿐 아니라 식품의 갈무리에도 필수적으로 사용되었다. 야채, 생선, 육류 등 다양한 식품을 소금에 절여 미생물의 번식을 막아 이들을 장시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채를 소금에 절이면 야채가 수분을 잃어 부드러워 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미생물이 고농도 소금과 접촉하면 견디지 못하는데 야채를 절이는 경우와 같은 이유에서다. 삼투압 현상으로 이를 설명한다. 세포 밖에 있는 소금의 농도가 짙으면 세포 속에 있는 물이 세포 밖으로 나가 세포 안팎의 삼투압이 같아지게 만들려는 현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병원균 등 박테리아가 번식하지 못하게 된다. 비료를 지나치게 주면 화초가 시들어 죽는 까닭도 같은 현상에 기인한다.

   

소금은 음식을 오랫도안 보존할 수 있게 해준다.

   

소금 없이 살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심장병 등 소금 섭취를 자제해야 하는 질환을 지닌 환자들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일체 소금섭취를 중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몸은 생리적으로 소금을 필요로 한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소금의 한 성분인 나트륨 이온을 조금이나마 필요로 하고 혈액과 근육은 더 많이 필요로 한다. 더구나 아무리 소금을 먹지 않아도 소변, 땀 등으로 잃는 소금의 양이 하루에 1 그램은 되므로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는 나트륨을 섭취하여야 한다.

   

간디의 소금행진

   

현실을 생각해보자. 생리학적으로 필요한 양만큼만 소금을 섭취하면서 음식 맛을 즐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음식 맛은 '간이 맞아야 제 맛이 난다' 고 한다. 그만큼 우리는 짠맛에 익숙해져 있다. 어찌나 짠맛에 익숙해있는지 인류 역사상 소금 공급 때문에 전쟁과 싸움도 종종 있었다.

16 세기 후반에 시작해 1609 년에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네덜란드의 반란은 이베리아 반도로부터 소금 수입이 방해를 받게 되자 더욱 힘을 얻게 되었으며, 1930 년 4월에 인도의 카티아워 해변에서 있었던 간디의 소금행진은 소금 소비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던 영국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시작하였으나 후에는 해방 운동으로 발전한 역사는 너무나 유명한 얘기다. 10 세기경부터 베니스 공화국이 경제적 번성을 누리고 무역의 중심이 된 것도 소금무역이 중요한 몫을 담당했다. 그런가 하면, 아름답게 조각된 소금동굴이 가슴 아픈 역사를 되새기게 하기도 한다.

   

폴란드의 고도 크라코프 근교에는 아름다운 인공 암염동굴이 있으며, 그 속에는 작은 교회까지 만들어 놓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그러나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나치의 유태인 집단수용소가 있던 아우슈비츠시가 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암염동굴의 아름다움 보다는 집단 수용소에 있던 유태인들이 이 숨이 막힐 것 같은 소금동굴 지하에서 중노동에 시달렸을 장면을 연상하며 가슴 아파하곤 한다.

   

소금은 오래 전 바닷물이 증발해 생긴 소금덩이들이 땅속에 묻혀 있는 소금바위인 암염을 채굴해 얻기도 하고, 우리나라 남서 해안에서처럼 소금물을 가두어 뜨거운 태양으로 물을 증발시켜 천일염으로 얻기도 한다. 이들 간에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소금을 한문으로 염() 이라 부르는데 이 글자가 의미하는 바도 재미있게 풀이된다. 갯벌 () 의 흙 () 위에서 인부 () 가 사각결정 () 소금을 모은다는 뜻인 모양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격언에는 '소금 없이는 싱겁기가 끝이 없겠네' 하는 표현이 있다고 한다. 무슨 일을 훌륭하게 끝내려면 힘을 들여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단다. 맛을 돋우기 위해 음식에 소금을 뿌리는 동작의 중요성에 비유하고 있다. 또 '소금 한 통을 함께 먹었지' 라는 오랫동안 지속되는 우정을 표현하는 폴란드의 격언도 있다. 자주 함께 식탁에 마주 앉아 빵과 소금을 나누며 기나긴 세월 긴 정을 나누었기에 찬장 속에 두었던 소금 한 통을 다 먹어 치웠을 정도가 되었다는 재미난 표현이다.

   

염전에서 소금을 모으는 장면

   

소금 대체물이라고 흔히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염화나트륨과 염화칼륨(염화포타슘)의 1:1 혼합물이다. 염화칼륨은 염화나트륨처럼 우리 몸이 꼭 필요로 하는 성분이다. 그러나 이 염들을 특별히 따로 섭취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에 충분히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염화나트륨보다는 염화칼륨을 더 필요로 한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소금은 매우 건강에 해롭고 염화칼륨은 유익한 것처럼 선전이 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나중에 설명하겠으나 독성 자체로 따지면 그 반대가 옳다.

소금은 체내에서 오줌으로 배출된다. 피가 콩팥을 지나 걸러지고 오줌이 배설될 때 우리 몸의 세포 내 소금의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조절되고 나머지 소금만 배출된다. 소변의 배설, 소금의 양 조절 등은 뇌에 전달되는 신호에 따라 필요한 호르몬이 생산되어 콩팥에게 적절한 명령을 내린다. 예컨대, 바소프레신은 콩팥에게 소변 배설 중지 명령을 내려 탈수를 방지한다. 반대로 목마름을 느껴 물을 더 마시게 하는 메신저도 있다. 세포 내에는 칼륨(포타슘)이온이 더 많이 존재하며, 세포 내 효소의 활동을 조절한다. 나트륨 이온은 세포막 밖에 존재하며, 세포 내외 체액의 수분 함량이 균형을 이루도록 한다.

   

이 두 이온은 우리 몸에서 신경계의 전기신호와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이 전기신호에 이웃사촌격인 나트륨 이온과 칼륨 이온이 관계하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우리 몸에 가장 많이 있는 무기질은 칼슘이다. 쉬고 있는 신경 축삭돌기막 밖은 양전하를, 내부는 음전하는 띠고 있으며 약 -50 밀리볼트의 전위차를 보여준다. 그러나 세포 안으로 나트륨 이온이 들어가고 칼륨이온이 세포 밖으로 방출되면서 전위가 0볼트를 거쳐 약 +50 밀리볼트까지 커진다. 그 다음 다시 휴식단계로 되돌아 간다. 신경 자극은 이 같은 편극 소거 전위차 변화가 신경을 따라 전파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을 아래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우리의 이해가 완벽하지 못하여 아직도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 아마도 인체 세포막을 나트륨 이온과 칼륨이온이 가장 신속하게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두 이온이 세포 내외에 존재하도록 인체가 진화했다고 추측한다.

   

이제 이야기를 염화칼륨으로 돌려보자. 우리 몸은 칼륨이온을 나트륨이온보다 40 퍼센트 더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의 일일 필요섭취량이 칼륨은 3.5 그램이고 나트륨은 1.5 그램이다. 씨와 견과에 칼륨이 많이 들어있다. 칼륨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근육이 약화되어 심장 근육운동을 해친다. 칼륨의 만성결핍은 우울증과 정신적 혼란을 유발하기도 한다. 앞에서 염화칼륨이 염화나트륨보다 더 독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신경자극 전달 메커니즘을 보면 잘 이해가 된다. 염화칼륨을 다량 주사하면 세포 밖의 칼륨농도가 크게 증가해 세포내부 칼륨이 세포막 밖으로 방출되기 어려워지므로 신경자극이 마비되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영국에서 실제로 소생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염화칼륨을 주사해 생명을 잃게 한 의사가 살인죄로 처벌을 받은 예가 있다. 자기 장기를 기부하고 싶은 사형수에게는 이 방법이 일부 쓰인다는 보고도 있다. 장기가 손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바나나 팬케이크는 베이킹파우더(탄산수소나트륨)이 들어간다.

<출처 : louisana.gov>

   

끝으로 소금은 생명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할 뿐 아니라, 소금을 원료로 해 여러 가지 중요한 화학제품이 생산된다. 대표적인 예로 수산화나트륨 –흔히 가성소다라고 부른다- 과 염소기체가 있으며, 탄산수소나트륨–중조라고 칭한다-도 소금으로부터 만든다. 불행히 우리나라는 이 중요한 공업용 소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제 왜 어른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소금같은 사람이 되어라.' 라고 하시는지 이해할 듯하다.

진정일 / 고려대 화학과 석좌교수

   

원본 위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832&path=|453|489|&leafId=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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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소의 순환

상태와 변화2016. 10. 24. 15:14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원소 중 질소(원소기호 N) 는 특별히 중요하다. 단백질의 구조단위인 아미노산 20가지 모두에 질소가 결합하고 있으며, 유전정보의 보고인 DNA 와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RNA 에도 질소가 들어있다. 광합성 공장이라 부를 수 있는 엽록소에도 질소가 결합하고 있다. 한편 공기 중에는 질소분자(N2)가 자그마치 78 퍼센트나 들어있으며 산소분자(O2)가 나머지를 대부분 차지한다.

   

물론 우리는 호흡을 통해 우리 몸에 필요한 산소를 공기 중에서 섭취한다. 그러나 질소기체는 우리가 호흡하는 동안 우리 몸을 들락거릴 뿐 일체 인체 내 생화학적 반응에 참여하지 않고 방관자 노릇만 하다 나가버린다. 그도 그럴 것이 N2 분자의 두 질소 원자 사이의 결합은 섭씨 1000도 이상으로 가열해야 끊어질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센 결합이라도 그를 분해시킬 수 있는 특이한 생체 효소가 우리 인체에 있었다면, 아마도 공기 중의 질소를 호흡으로 섭취만 하여도 우리가 필요한 질소는 충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 질소분자가 재생되어 공기로 재진입하는 메커니즘이 동시에 작동하는 방식으로 진화되었어야 한다.

   

그러면 인간과 동물, 식물 들은 필요한 질소를 어디서 얻을까? 비록 공기 중 질소기체분자의 질소(N)를 직접 활용할 수는 없으나 질소가 환원되거나 산화된 질소화합물은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번갯불이 칠 때는 공기 중의 질소와 산소가 화학반응을 해 질소산화물을 만든다. 이 질소산화물들이 비에 녹은 상태든지 또는 기체상태에서 토양에 흡수되면 식물들은 그들을 다시 흡수해 자기들이 필요한 질소원으로 이용한다. 물론 지구상 식물들을 위하여는 택도 없이 모자라는 양이다.

이렇게 동식물에게 유용한 질소화합물 중에 들어있는 질소를 흔히 '고정화' 된 질소라 부른다. 그러면 식물들은 고정화된 질소를 어떻게 얻을까?

그 답은 이로운 박테리아이다. 공기중의 질소는 질소고정박테리아, 뿌리혹박테리아, 일부의 조류에 의해서 질소산화물로 '고정' 된다. 이 중 가장 인간에게 친근(?)한 것은 뿌리혹박테리아이다.

   

번개로 인해 공기 중에서 질소산화물이 생긴다. <출처: NGD>

   

콩과식물에 기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켜 콩과식물이 섭취케 할 뿐 아니라 다른 농작물에도 고정질소를 공급한다. 바로 이 능력을 이용하는 지혜를 옛 농부들이 지니고 있었기에, 콩과작물과 다른 작물을 번갈아 경작해 토양 중의 고정질소를 최대한 이용하였다. 물론 그들이 박테리아의 능력을 알았을 리 없고 오랜 경험을 통해 발견했으리라 믿는다.

   

뿌리에 혹을 만드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질소고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조적으로 질소산화물들은 동물들에게는 독성물질일 뿐 아니라 공기의 광화학 오염물질로 지목을 받고 있다. 산화질소 오염물은 자동차 배기가스와 공장에서 주로 배출되며 화석연료 중의 불순물로 들어있는 질소화합물이 연소할 때 생긴다. 또 다른 오염물질인 오존(O3)도 번개 시에 공기 중에서 생긴다.

식물은 필요한 질소를 대부분 질소고정박테리아의 도움을 통해 공기중의 질소로부터 얻는다 하였다, 그러면 인간과 동물은 어떠할까? 인간과 동물들은 먹이로부터 질소원을 얻는다. 초식동물은 식물성 먹이로부터, 육식 동물은 동물성 먹이로부터 필요한 질소를 공급받는다. 물론 인간은 편리하게 동ㆍ식물성 먹이 양쪽으로부터 공급받는다. 환언하면, 동ㆍ식물은 고정화된 질소만 이용할 수 있게 진화되었지 질소기체 중의 질소를 직접 이용할 능력은 없다는 말이다.

   

오랫동안 농업에 식량공급을 의존하여 살면서 농경사회인들은 '거름'의 필요성을 배우게 되었으며, 인간 분뇨를 포함한 동물의 분뇨, 식물성 퇴비, 부패시킨 해물들이 고정화된 질소의 공급원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천연 비료는 수확을 더 많이 늘리고 싶은 농부들의 마음을 채우기에는 부족하였다. 농경사회에서 농부들은 자연히 더 좋은 비료를 더 많이 갖고 싶어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역사 속에서 폭약과 비료의 깊은 관계를 찾아볼 수 있다. 천년 이상 전에 중국에서는 바위 벽에 하얗게 생기는 결정성 가루를 모아 화약을 만들어 쓰기 시작했으며 - 불꽃놀이의 시초를 아마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 중세에는 이 화약의 이용이 중동을 걸쳐 유럽까지 전달되었다. 중국 눈(China Snow)이라 불렸던 이 화합물은 질산칼륨(질산포타슘)이다. 이를 동양에서는 흔히 초석이라 불렀다. 같은 폭약이 인도 갠지스강 개펄에서도 발견되어 17세기 중반 들어서는 영국동인도회사가 이를 영국으로 실어 날랐고, 훗날 영국이 인도를 점령하게 된 주요 동기중의 하나가 되었다. 후에 남미 페루의 아타카마 사막은 영국, 독일, 미국 등 열강국이 탐내던 질산나트륨(질산소듐)의 보고(寶庫)임이 알려져 19세기 중반 페루는 이를 팔아 큰 세입을 올렸다. 이를 탐낸 칠레가 페루를 침공하는 전쟁까지 있었다. 우리는 이 질소화합물을 흔히 칠레초석이라 불렀다. 중국 눈과 칠레초석은 화약용도로 더 관심이 컸지만, 비료의 효능을 지님도 농부들이 곧 알게 되었다. 화약과 비료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중기능을 지녔음이 발견된 셈이다.

   

그런데 20 세기 초에 인류 역사에 엄청난 화학기술의 발전이 독일의 프리츠 하버카를 보슈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들은 고압 고온에서 촉매 존재 하에 질소기체와 수소기체를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제조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질소를 고정시키는 공업적 공정을 성공시켰다. 이 공정을 우리는 하버-보슈 공정(하버-보슈법)이라 부르며, 지금도 이 공정이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프리츠 하버(Fritz Haber, 1868~1934, 좌)와 카를 보슈(Carl Bosch, 1874~1940, 우)

   

인공적인 질소의 고정은 곧바로 농업혁명으로 이어져 작물재배에 필요한 질소화합물이 대량으로 공급되었다. 독일에서는 암모니아와 황산을 섞어 만든 황산암모늄을 곧바로 비료로 사용하게 되었으며, 후에는 암모니아로부터 요소비료를 생산하게 되었다.

암모니아나 암모늄염이 토양 속에 존재하는 박테리아들에 의해 산화되어 질소산화물로 변하면 작물들이 흡수하게 된다. 요소도 마찬가지다. 아예 암모니아를 밭에 뿌리기도 하였다. 물론 암모니아의 독성을 조심하여야 한다.

암모니아를 밭에 비료로 뿌리는 장면

   

   

소위 이들 질소비료를 농토에 공급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전에 경험하지 못한 질소순환계의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토양에 고정화된 질소가 풍부하지 못한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된 식물분포에 커다란 변화가 생기고 있으며,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식물들이 출현하고 있다. 이 변화가 장기적으로 우리 자연과 인간에게 줄 영향에 관해 아무도 자신 있게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는, 우리가 현재 논밭에 사용하고 있는 비료의 반 정도가 작물들이 흡수하거나 논밭에 잔류하지 못하고 빗물에 씻겨 개천, 강을 거쳐 바다, 혹은 호수로 들어가는데, 그것이 걱정이 된다. 수중에 고정화된 질소의 농도가 높아지면, 다른 비료 등으로부터 오는 인과 칼륨 등과 어울려, 수중의 영양분을 증가시키는 부영양화 현상이 일어난다. 수중식물의 성장이 왕성해져 물 위층을 덮어 태양 빛의 수중침투를 막을 뿐 아니라 물에 녹아있는 산소의 섭취가 크게 증가해 용존산소량이 감소하므로 물고기 등의 생존이 불가능해진다. 매해 우리나라 남해바다 등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적조의 왕성한 성장의 원인을 우리는 부영양화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 같은 생태계 변화가 얘기의 전부가 아니다. 토양 박테리아에 의해 산화질소화합물이 생기는 과정에서 일산화이질소(N2O, 소기(笑氣), laughing gas) 도 만들어지며 이 기체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면 전세계가 걱정하고 있는 이산화탄소(탄산가스)에 의한 지구 온난화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일산화이질소는 탄산가스보다 300 여 배나 되는 온실가스효과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박테리아가 만드는 다른 질소산화물인 산화질소(NO) 와 이산화질소(NO2) 는 공기 중에 배출되면 광화학스모그를 만들며, 비에 녹아 내리면 바로 산성비가 되어 토양 및 수질에 해를 주며 건축물을 부식시킨다. 일부 고정화 질소는 질소기체가 되어 다시 대기로 들어간다. 음용수에 질소산화물이 들어있으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으며, 공기 중의 질소산화물은 특히 어린아이들의 호흡기에 나쁜 영향을 준다.

   

그런데 정말 우리를 걱정하게 만드는 점은 이런 우려가 우려로만 머물러 있으며, 질소순환에 관한 과학적 정보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 못한 현실이다. 이제 우리는 탄소의 순환에 덧붙여 질소순환을 심각하게 걱정하고 그에 대처해야 될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 더구나 질소순환계와 탄소순환계가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도 하루 속히 밝혀져야 할 과제다.

질소의 순환과정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는 인구를 먹이기 위해 피할 수 없는 비료소비량의 급속한 증가를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20세기 초 세계 인구는 겨우 10억 정도였으나 지난 100년 사이 세계인구는 크게 늘어 현재는 60억이나 되며, 만약 합성비료의 대량생산이 발명되지 않은 채 19세기 말에 사용하던 가장 효율적인 영농기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면 현재 세계인구의 1/3, 다시 말해 20억은 생존이 불가능하리라는 추산이다.

진정일 / 고려대 화학과 석좌교수

   

원본 위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982&path=|453|489|&leafId=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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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가리

상태와 변화2016. 10. 24. 15:13

2009년 7월에 전남 순천과 충남 보령에서 누가 가져다 놓은 지도 모르는 청산가리가 포함된 막걸리를 마시고 여러 명이 죽는 사고가 일어났다. 최근에 용의자가 잡혀서 그나마 다행이다. 청산가리를 이용한 범죄는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많다. 나찌는 청산가리로 시안화수소 가스를 제조하여 밀폐된 가스실에 주입하여 많은 생명을 앗아버렸다. 시안화수소 가스는 청산가리에 황산을 부으면 즉석에서 발생한다. 미국에서도 두통약으로 유명한 타이레놀에 청산가리 분말을 몰래 집어넣어서 사람들이 먹고 죽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모습

희생자들의 신발들

   

청산가리의 특성, 독성의 주범은 시안이온

시안화수소산(HCN, 청산, hydrocyanic acid)의 수소(H) 대신 칼륨(K)이 치환된 시안화칼륨(KCN)을 청산가리라 한다. 아마도 청산과 칼륨의 일본어 표기 카리우무(kariumu)가 합쳐지고 변천과정을 겪어 청산가리로 불려진 듯 하다. 칼륨을 포함한 염들은 일반적으로 물에 잘 녹는다. 시안화칼륨도 상온(25℃)에서 물 100 mL 에 약 72g까지 녹는다. 시안화칼륨이 물에 녹으면 양이온인 칼륨이온(K+)과 음이온인 시안이온(CN-)으로 해리된 상태로 존재한다. 이 시안이온이 우리 몸에 있는 효소와 결합하면 생명활동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즉, 시안이온이 청산가리의 독성의 주범이다.

나찌가 사용한 시안화수소 가스는 인체에 흡입된 후, 시안이온의 형태로 인체에 치명상을 입힌다. 공기 중에서 시안화수소 가스의 최대 허용치는 10 ppm 정도이며, 성인의 경우 약 50 mg 정도가 포함된 액체를 마시면 치명적이다. 작업장에서 약 50 ppm 허용치를 갖는 일산화탄소(CO)와 비교해도 무척 독성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조그마한 양이라도 시안화수소 가스를 코로 흡입을 하거나, 시안이온이 포함된 용액을 마시면 매우 위험하다. 청산가리에 중독된 줄 모르고 정신을 잃은 사람이나 동물을 입으로 하는 인공호흡을 했다가는 중독된 사람과 함께 죽을 수도 있다. 실제로 멕시코에서 의과대학생이 청산가리를 먹은 자기 애완견을 살리려고 인공호흡을 했다가 개와 함께 죽은 경우도 있다. 쓰러진 동물이나 사람의 입 근처에서 비릿한 아몬드 냄새가 나고 시안중독이 의심된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안전할 수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아몬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사람이 50% 밖에 안 된다고 하니, 중독 여부를 판단하는데 전적으로 냄새에만 의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병원이나 실험실이라면, 시안 이온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시안이온은 피크르산(Picric acid)과 반응을 하면 붉은 갈색으로 변한다. 따라서 피크르산 용액을 적신 종이를 의심스런 물질에 접촉시켜서 붉은 갈색으로 변하면 그 물질에 시안이온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험실에 있는 청산가리 시약병(왼쪽 끝)

   

시안화수소산은 산소를 처음 발견한 화학자 쉴레(C. W. Scheele)가 처음 만들었다. 그는 감청색 염료인 프러시안블루(prussian blue: Fe4[Fe(CN)6]3)에 산을 가한 후 가열하여 시안화수소산을 만들었고, prussic acid라 이름도 붙여줬다. 시안 이온이 우리 몸에 존재하는 효소의 중심 금속인 철, 망간, 구리이온과 결합하면 청색을 띠는 특성도 있고, 감청색 염료로부터 처음 제조한 이유로 시안화수소산을 청산(靑酸)이라 부르는 것이라 추정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쉴레는 자기가 발견한 물질을 이용하여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나일론을 발명한 과학자 캐로써(Wallace Carothers: 듀퐁사 연구원)도 우울증에 시달리다 시안용액을 마시고 호텔방에서 목숨을 끊었다.

   

청산가리를 먹으면 왜 죽나? 시안이온이 독성을 띄는 이유는?

시안이온이 독성을 나타내는 것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중요한 효소 중 하나인 시토크롬 산화효소(cytochrome oxidase)에 포함되어 있는 철 이온(Fe3+)과 결합하면서 효소의 기능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시토크롬 산화효소는 산소가 포도당과 반응하여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촉매로 작용하는 중요한 효소로, 세포의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에 존재한다. 그런데 효소가 시안과 결합을 하면 효소가 산소에 전자를 전달하는 기능이 마비되어 버리고, 결국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에 죽는 것이다. 시안 중독환자는 호흡을 통해 들어온 산소를 다 소모하지 못하기 때문에 혈액의 색이 헤모글로빈과 산소가 결합되었을 때 나타내는 밝은 붉은색을 띤다고 한다.

시토크롬 산화효소, 시안이온이 이 효소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출처: Richard Wheeler>

   

손을 쓸 시간이 있을 때 해독 방법은 어떻게 할까?

청산가리에 중독되었어도 손 쓸 시간이 있다면 해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해독제로 아질산나트륨(NaNO2)을 사용하는데, 시안이온이 철 이온과 잘 결합하는 성질을 이용하여 해독을 한다. 몸 안에 풍부한 헤모글로빈에 포함된 철 이온은, Fe2+ 상태로 존재한다. 만약에 헤모글로빈의 철 이온이 Fe3+ 상태이면, 산소를 운반할 수가 없고 이름도 메타모글로빈(methemoglobin)으로 바뀐다. 우리 혈액에도 약 1-2% 정도는 메타모글로빈이 존재하고 있다. 해독제 아질산나트륨은 혈액에 풍부한 헤모글로빈의 철 이온을 Fe3+ 상태로 바꾸어 준다. 그러면 시안이온이 메타모글로빈과 결합을 하게 되어 시토크롬 산화효소는 안전하게 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메타모글로빈을 제물로 삼아 시토크롬 산화효소를 보호하는 셈이다.

또 다른 해독방법은 시안이온을 독성이 훨씬 덜한 물질로 바꾸어 주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서 해독제로 티오황산나트륨(Na2S2O3)를 주사하면 몸 속에 존재하는 효소(rhodanese)가 시안이온을 훨씬 독성이 덜한 티오시안산이온(thiocyanate, SCN-)으로 전환해 준다. 그 후에 티오시안산 이온은 오줌으로 배출된다.

주변에 많이 널려 있는 시안화합물들

   

여름 해변에서 보는 서핑보드도 폴리우레탄으로 만든다.

   

우리 주변에는 시안화합물들이 많이 널려 있다. 그런데 화재가 나면 이런 시안화합물 때문에 시안화 수소가 방출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옷, 양말, 스웨터 중에는 폴리아크릴로니트릴 섬유로 만든 제품들이 많다. 또한 가공성, 내 충격성등이 좋아서 자동차 부품, 헬멧에 이용되는 ABS 공중합체에도 아크릴로니트릴(H2C=CH -CN)이 포함되어 있다. 열 절연성이 좋아서 냉장고의 외벽 혹은 건물의 절연 물질로 이용되는 폴리우레탄도 이소시안산(-N=C=O)기를 포함하고 있다. 이런 물질들이 타면 시안화수소 가스를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크릴로니트릴은 비닐시아나이드(vinyl cya nide)라고도 불린다. 아크릴로니트릴을 비닐시아나이드로 이름을 붙여다가 봉변을 당한 이야기는 7월1일자 화학산책에 실려있다.

   

시안화수소산은 공업용 원료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물질이다. 나일론의 원료가 되는 아디포니트릴(adiponitrile, NC(CH2)4CN)을 제조할 때도 시안화염이나 시안화수소가 필요하다. 광물에서 금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시안화염인 시안화나트륨, 시안화칼륨 등도 시안화수소산을 이용하여 만든다.

   

동물이나 식물이 가지고 있는 '자연산' 시안화합물

   

자연에서 동물이나 식물은 포식자나 약탈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연산' 시안화수소나 시안이 포함된 화합물을 생성한다('자연산'하면 왠지 좋은 것으로만 인식하는 사람들이 이 문장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까 궁금하다). 노래기 같은 절지동물등도 공격을 받으면 자신의 방어를 위해서 시안화수소를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야생 아몬드(bitter almond) 혹은 시금치에도 시안기가 포함된 화학물질이 있다.

식물에 들어 있는 시안기는 주로 글리코사이드(glycoside)와 결합된 형태로 들어 있는 것이 많다. 사과 씨에서도 시안기가 포함된 화합물인 아미그달린(amygdalin)이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탄수화물의 주 공급원으로 애용되는 열대식물 카사바(cassava)의 뿌리에도 시안기를 포함하고 있는 화합물이 들어있다. 그러므로 카사바 뿌리를 날 것으로 먹으면 매우 위험하다. 물에 담그고, 요리하고, 발효하는 과정을 거치면 상당량의 시안 화합물이 없어져서 음식물로 애용될 수 있는 것이다.

   

야생 아몬드에도 시안기가 포함되어 있다.

   

무식해서 용감했던 시절..

어려서 시골에 있는 외가에 놀러 가서 청산가리(그 때는 싸이나라고 불렀다)를 이용하여 꿩을 잡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주로 노란색의 메주 콩을 반쪽으로 두 동강을 낸 후에 반구의 안쪽 부분을 조심스럽게 긁어내어 청산가리를 소량 넣고, 밥풀로 다시 봉합을 하면 청산가리가 포함된 콩이 만들어 진다. 꿩이 잘 다니는 산 기슭이나 논에 청산가리 콩을 뿌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죽은 꿩을 볼 수 있다. 어른들이 내장만 긁어내고 만들어 준 꿩 요리를 먹었었다. 화학에 대해 무지한 것은 물론이고 환경이나 주변을 생각하지 못하던 시절에 일어난 일이었다. 만약에 과량의 청산가리를 집어 넣은 콩을 먹은 꿩 요리를 먹었더라면, 청산가리 콩을 만들다가 자기도 모르게 입이나 코를 훔쳤 더라면, 청산가리 콩 만들 때 곁에 있는 식초라도 몇 방울이 떨어지는 실수가 있었더라면……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 지면서 무더위가 가신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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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연료

상태와 변화2016. 10. 24. 15:12

최근에 우주 선진국의 꿈을 안고 나로호가 발사되었다. 비록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지는 못했지만 실패로부터 얻는 기술의 축적은 미래에 우리의 재산이 될 것이다. 실패하면서 배우고 축적되는 기술은 우리만의 기술로 승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보면 그렇게 실망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발사체 개발은 물론 위성의 운용과 관련된 기술들은 선진국에서 이전하기를 꺼리는 분야이다. 왜냐하면 그들도 많은 돈과 인력, 인고의 세월을 보낸 후에 확보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공짜가 없는 세상이니 비용을 지불하고 경험을 쌓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무거운 발사체를 우주로 보내기 위해서는 큰 힘이 필요하다

   

발사체가 싣고 가는 위성(과학기술 위성 2호, STSAT-2)의 질량은 겨우 100 kg(0.1 톤)에 불과하다. 하지만 발사체의 총 질량은 무려 140 톤에 달한다. 나로호의 1단 엔진의 힘은 170톤의 질량을 발사할 수 있는 정도로, 2단 엔진은 8톤의 질량을 추진할 수 있는 정도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무지막지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연료가 필요하기에 발사체 질량의 대부분은 연료와 연료탱크가 차지하고 있다.

지구 표면에 놓여 있는 질량 1 kg의 물체에는 약 9.8 뉴턴(N)의 힘이 작용하므로, 140톤의 물체를 발사하려면 엄청난 힘이 필요할 것이다. 로켓이 지구를 벗어나는데 필요한 이론적인 최소 속도, 공기의 저항 등의 변수들을 고려하면 위성을 안정하게 궤도에 진입시키는 일은 정밀한 과학이 뒷받침되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기술로 제작된 과학기술위성2호(STSAT-2)의 지구 쪽 모습

<출처: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로켓의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스의 힘을 추력이라 부른다

   

연소되는 가스의 힘이 로켓을 쏘아 올린다.

   

로켓의 뒤 꽁무니에서 방출되는 가스의 힘으로 로켓은 지구 중력을 벗어난다. 로켓이 필요한 힘, 즉 추력(thrust)은 연소실에서 연소되면서 발생되는 가스가 노즐을 통해서 분사되면서 내는 힘의 반대방향으로 작용되는 힘이다.

뉴턴의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로켓의 추력(T = dm/dt* v)은 연소반응 결과 노즐 밖으로 방출되는 질량 변화율(dm/dt)에 가스의 분출속도(v)를 곱한 양으로 표현된다. 추력(kg/sec* m/sec = kg* m/sec2)은 단위가 뉴턴(kg* m/sec2)로 표시할 수 있는 힘인 셈이다.

   

로켓 연료의 효율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는 비추력

비추력(specific impulse, Isp)은 로켓 추진제의 효율을 판단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초(sec) 단위로 표현). 그것은 연료를 태워 얻은 추력(T)을 태운 연료의 중량(W) 변화(dW/dt)로 나누어 계산한다. 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분출 속도(v)가 클수록 더 큰 비추력을 가지며, 효율이 좋은 추진제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비추력이 큰 추진제를 사용하면 적은 양의 연료를 가지고도 큰 추력을 유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나로호에 사용된 액체 추진제(연료로는 케로신과 산화제로는 액체 산소를 사용)의 비추력은 대략 300 sec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된다. 액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면 비추력은 좋지만 수소의 밀도(약 0.071 g/mL)가 매우 낮아서 발사체의 부피가 커지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면 매우 큰 비추력을 얻을 수 있고, 환경 친화적이라는 좋은 점이 있다.

로켓의 불꽃과 굉음은 일종의 폭발 반응의 결과

로켓이 발사될 때 볼 수 있는 거대한 불꽃과 굉음은 연소반응 결과 생기는 것이다. 연소반응은 물질이 산소와 반응하면서 열이나 빛을 내는 것을 말한다. 폭발은 연소 반응의 일종으로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며, 부피 변화가 매우 크다는 특징이 있다. 로켓에 사용되는 폭발 반응을 정교하게 제어하기 위해서는 연료는 물론, 연소탱크를 만드는 재료, 연소 과정에서 일어나는 급격한 압력, 발생된 가스 배출의 동역학 등을 고려한 세심한 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대표적인 폭약, 화약과 불꽃놀이의 화학

   

화학쟁이의 입장에서 로켓 발사에 사용되는 화학물질과 반응이 주요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먼저 규모가 작은 폭약의 성분과 폭발 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 지 알아 보자. 폭약의 주성분은 액체화합물, 혼합물 혹은 고체화합물이며, 폭발은 매우 짧은 순간에 액체 혹은 고체 상태로 있는 화학물질이 갑자기 질소, 이산화탄소와 같은 기체 상태로 변하면서 폭음, 빛, 연기가 발생하는 화학반응이다. 대표적인 폭약의 하나인 화약(gun powder)은 중국에서 처음 제조되었고, 주요 성분은 질산칼륨(KNO3)이 약 75%, 목탄(charco al, C)과 황(S)이 25% 정도이다. 각 성분의 비율에 따라 화약의 종류가 다르다. 질산칼륨은 연료로 사용되는 목탄에 산소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황은 점화속도를 높여주고, 점화 온도를 낮추어 주는 기능을 한다. 성냥 골에도 같은 이유로 황이 포함되어 있다. 성냥 골을 인(P)이나 염소산 칼륨(KClO3)의 혼합물로 만들면 실온에서 마찰에 의해 쉽게 불이 일어날 수 있다.

   

불꽃놀이. 화약과 폭발반응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 잡는다.

   

불꽃놀이도 화약과 폭발반응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 잡는 놀이이다. 불꽃놀이용 화약에는 색을 나타낼 수 있는 물질, 알루미늄(Al)과 같은 금속 분말, 과염소산 칼륨(KClO4)이 포함되어 있다. 물질들이 순간적으로 반응하면서 가스 분출이 되면 충격파로 인해 요란한 소리와 함께 화려한 색상이 우리 눈을 어지럽히는 것이다. 공기에 포함된 산소만으로는 급격한 폭발을 유도하기 어려워 과염소산 칼륨과 과염소산 암모늄 (NH4ClO4)과 같은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산화제를 첨가하는 것이다.

액체추진제 – 나로호 1단의 추진 방식

액체 추진제는 로켓 발사의 1단계 연료로 많이 사용된다. 액체 연료와 액체 산화제는 로켓에 내장된 탱크에 분리된 상태로 보관된다. 발사 직전에 연소실에서 혼합되어 점화되면 연소 폭발 반응이 시작되는 것이다. 반응 결과 생성된 높은 압력과 고온의 가스가 노즐을 통해 힘차게 분출되면 로켓이 지구의 중력을 거슬러 하늘로 치솟게 된다. 액체 추진제를 압력이 높은 연소실로 계속 공급하려면 액체 추진제에 일정한 압력을 가하는 비활성 기체를 보관하는 탱크도 있어야 한다.

액체 연료로는 액체수소(H2), 액체 히드라진(N2H4), 케로신(kerosene)등이 있다. 액체수소는 환경 친화적이며 비추력이 매우 큰 연료이다. 히드라진은 촉매와 접촉하면 질소, 수소, 암모니아 가스로 분해된다. 발열이 되면서 나오는 온도는 무려 1000oC 이상이 될 수 있다. 케로신 연료는 액체 산소를 산화제로 사용하여 1단계의 추진 동력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나로호도 케로신과 액체 산소를 사용하였으며, 220 여초 동안 연소하였다. 케로신은 가연성 탄화수소로 원유를 분별 증류하면 얻을 수 있다. 원유를 가열하여 약 150-275oC 정도에서 증발되어 나온 기체를 실온으로 식히면 케로신을 얻는다. 케로신은 제트 엔진의 연료로 흔히 사용되는 기름이다. 로켓 연료로 사용될 때는 케로신을 휠씬 더 엄밀하게 정제하여야 한다. 특히 로켓용 케로신에는 황, 방향족 화합물을 포함한 불포화 탄화수소들이 다른 항공유보다 휠씬 적게 포함되어 있다. 황은 높은 온도에서 로켓 엔진을 망가트리는 원인 물질이며, 불포화 탄화수소들은 보관 중에 연료가 변질되어 원하는 만큼의 비추력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케로신, 가장 대표적인 발사체의 연료

<출처: Magnus Manske at en. wikipedia.org>

   

액체 산화제는 플루오린(플루오르,F2), 질산(HNO3), 과산화수소(H2O2), 산소(O2)등이 있다. 액체 플루오린를 산화제로 사용하면 로켓의 추력은 좋아진다. 그러나 플루오린은 부식성이 매우 강하고, 연소 결과 연소실의 온도가 매우 높아 다루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강산인 질산(HNO3)은 산소 원자가 3개나 포함하고 있어 산화제로는 좋지만 강산을 다루어야 하고, 연소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이 해롭다는 단점이 있어 특정한 목적에만 사용된다고 한다. 많은 로켓 발사에서 액체 산소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환경에 덜 해롭고 다루기가 상대적으로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액체 산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탱크의 온도를 -183oC 이하로 유지해야 된다. 액체 산소는 발사 전에 탱크에다 충전할 때 많은 양이 공중으로 사라지는 단점도 있다.

   

고체추진제 – 나로호의 2단의 추진 방식

고체 추진제를 사용한 로켓은 일단 점화가 되면 반응을 중단할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보관하고 다루기가 편리한 장점도 있다. 우주 왕복선의 발사에 보조 로켓에 이용되는 추진제도 고체이다. 고체 추진제는 연료와 산화제가 혼합된 재료(composite)를 사용하며, 둘을 묶어주는 결합제(binder)도 포함하고 있다. 결합제로 사용되는 고분자는 일정 부분 연료로도 이용된다. 그 밖에도 고체를 안정화 시키는 첨가물 등이 포함되어 있다.

고체 연료로는 금속 알루미늄 분말과 마그네슘 분말이 흔히 사용된다. 고체 산화제는 과염소산 암모늄(NH4ClO4), 질산 암모늄(NH4NO3)이 사용된다. 보통의 폭약에 사용되는 산화제인 질산칼륨(KNO3)보다 단위 무게당 산소가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 공기가 희박한 대기권 밖에서도 로켓의 추진력을 얻으려면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해 줄 수 있는 물질인 과염소산 암모늄이 좋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자연 발생적으로 생성되기도 하는 과염소산 이온은 생체 내에서 요오드 결핍을 유도하여 갑상선 관련 질병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미국에서 모유와 시판 우유에서 과염소산 이온이 다량 검출되어 이 물질의 사용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한층 강화되었다.

예를 들어서 알루미늄(Al) 18%, 과염소산 암모늄 70%, 고분자인 HTPB(hydroxyl terminated polybutadiene) 10%, 기타 첨가제 2%로 구성된 고체 추진제는 비추력이 260초 이상 된다. 물론 각 성분의 비율에 따라서 비추력이 조금씩 달라진다. 나로호의 2단 추진에 사용된 고체 추진제도 이와 유사한 것으로 추정되며, 약 50여초 동안 연소되도록 설계되었다. 1단 엔진이 분리되고 나머지 발사체의 중량에 맞는 비추력을 얻으려면 각 물질의 비율을 정교하게 조절하여야 한다. 또한 일정 추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체 연료의 알갱이 크기와 연소실의 압력을 비롯한 여러 변수들을 고려해야 되니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고도 엔진연소시험 영상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우리에게 좌절은 없다

폭발 반응을 연구하여 반응을 제어하고 자료를 얻는 일은 소규모로도 벅찬 일이다. 로켓 발사에 필요한 연료와 산화제를 개발하고 실험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의 힘으로 발사체를 올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도전을 한다면 꿈이 꼭 이루어 질 것이다. 정말 맨바닥에서 연구하여 주화(로켓무기)를 발명한 최무선 선생님을 생각하면 못할 일도 없지 않나 싶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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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 노출되어 있는 대리암(흔히, 대리석이라고도 한다)으로 만든 조각작품이 흉하게 변해 가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은 산성비가 얼마나 무서운 가를 보여주는 사례로 종종 등장한다. 대리암은 탄산칼슘(CaCO3)이 주성분인 암석으로, 산성비와 반응하여 녹아 내리는 것이다.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 사물들은 대리암 이외에도 계란 껍질, 조개 껍질, 분필, 진주 등 매우 다양하다. 클레오파트라가 진주를 식초에 타서 마셨다는 일화도 대리암이 산성 용액에서 녹는 화학반응을 알고 나면 왜 그런 말이 퍼지게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탄산칼슘은 산성 용액에서 물에 녹는 탄산수소칼슘으로 변한다

   

탄산칼슘을 산성인 식초 용액에 담그면, 탄산칼슘은 물에 잘 녹는 탄산수소칼슘(Ca(HCO3)2)으로 변한다. 물질이 특정 용매에 녹는 정도를 용해도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물을 용매로 하는 탄산수소칼슘의 용해도는 탄산칼슘의 용해도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탄산칼슘은 실온에서 물 1L에 약 15mg만 녹을 정도로 용해도가 낮다. 그렇지만 탄산수소칼슘은 약 166g 녹으며, 수산화칼슘(Ca(OH)2)은 1.73g 녹는다. 즉, 탄산수소칼슘의 용해도는 탄산칼슘의 용해도보다 약 10,000배 이상 크며, 물에 매우 잘 녹는 물질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소금이 물 1L에 약 359g 녹는 것과 비교하면, 탄산수소칼슘도 비교적 잘 녹는 물질임을 알 수 있다.

탄산수소칼슘은 물 속에서 칼슘이온(Ca2+)과 탄산수소이온(HCO3-)으로 비교적 쉽게 나눠지고, 이런 이온들은 극성 용매인 물에 잘 녹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온들이 물에 녹아 있으면, 마치 순수한 물처럼 투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물에 거의 녹지 않는 탄산칼슘이 물 속에 다량 존재하면, 침전 혹은 부유물처럼 떠다니게 되어 물도 탁해 보이고 마시기가 여간 거북하지 않다.

   

산성비에 녹은 대리암(탄산칼슘) 조각상

<출처: Nino Barbieri at en.wikipedia.com>

   

탄산칼슘이 산성용액에서 녹는 과정을 화학의 언어(분자, 이온, 반응물, 생성물 등이 포함된 화학식)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반응식은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아 산이 형성되는 과정을 나타낸 것이며, 두 번째 반응식은 탄산칼슘이 산 용액에서 녹아 탄산수소칼슘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기호(↔)는 반응이 조건에 따라서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반응을 화학에서는 반응이 '가역적이다'라고 표현을 한다.

   

클레오파트라, 과연 진주를 녹여서 마실 수 있었을까?

이집트의 여왕인 클레오파트라는 당시 지중해의 패자인 로마 장군 안토니우스를 맞이하게 되었다. 클레오파트라는 멋진 로마 장군을 유혹하고, 이집트의 재력을 과시하고자, 연회에서 흥미로운 사건을 일으킨다. 시종이 가져온 용액이 담긴 잔에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의 귀에 걸린 큼지막한 진주 귀걸이를 넣었고, 얼마 후에 그 물을 마셨다. 클레오파트라의 배짱에 놀란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렸고, 그 결과 로마의 패권을 정적인 옥타비아누스(후에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에게 넘겨주게 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화학자의 눈으로 그 광경을 해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클레오파트라가 진주를 식초에 넣었다면, 진주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산과 반응하여, 탄산수소칼슘으로 바뀌었고, 당연히 수용액에 잘 녹았을 것이다. 식초 잔 안에서 일어난 화학 반응은 앞에서 제시된 두 번째 화학식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결국 반응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되었다. 그렇지만 사람이 마실 수 있는 식초 용액에 포함된 산으로 진주를 탄산수소칼슘으로 변환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또한 여왕의 지위에 걸 맞는 진주 귀걸이에 있는 진주 알맹이가 제법 컸을 것이라고 가정을 해보면, 진주가 녹아 마시기 편한 용액 상태로 되기까지에는 꽤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러므로 즉석에서 식초에 녹여 마셨다는 이야기는 꾸며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산성비에 대리암이 녹는 것도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대리암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종류의 조각상들과 건축물들을 볼 수 있다. 대리암은 다른 암석에 비해, 색이 아름답고 다루기가 편해서 고대부터 건축 자재로 많이 사용하였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대리암은 진주와 마찬가지로 주성분이 탄산칼슘이다따라서 야외에 설치된 대리암으로 만든 조각 작품이 산성비에 녹아 내리는 것도 클레오파트라가 식초에 진주를 녹이는 것과 같은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산성비에 녹은 조각상

   

인간 활동으로 인해 공기로 배출된 황 혹은 질소 산화물이 비에 녹으면, 묽은 농도의 황산과 질산 용액으로 바뀌어, 산성비가 된다. 산성비가 건물이나 조각상 표면에 있는 대리암의 탄산칼슘 성분과 반응하여 물에 잘 녹는 성분으로 변하게 되면 대리암의 부식이 일어나는 것이다.

반대로, 탄산칼슘이 침전되는 반응도 실생활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탄산칼슘은 산과 반응하여 쉽게 녹지만 기본적으로 용해도가 낮아서 물에 잘 녹지 않는 물질이다. 수용액에 녹아 있는 탄산수소칼슘은 반응 조건이 맞으면 다시 탄산칼슘으로 가역반응이 진행된다. 즉 탄산칼슘이 형성되어 앙금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돗물을 끓이는데 오랫동안 사용한 주전자의 열이 직접 닿는 부분, 혹은 가열식 가습기의 히터 코일의 표면에는 흰색의 앙금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이 탄산칼슘이 앙금을 형성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수돗물에 녹아 있는 칼슘이온과 탄산이온이 반응 용기(주전자) 안에서 탄산칼슘으로 결합하여 용기 표면에 석출된 것이다.

물에 잘 녹는 탄산수소칼슘이 형성되도록 하려면 위 반응이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유도하면 된다. 물을 담은 주전자에 부엌에 있는 산(H3O+)인 식초를 몇 방울을 떨어뜨려 가열을 하면, 탄산수소칼슘으로 변하는 역 반응이 촉진된다. 그 결과 탄산칼슘을 비교적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이처럼 간단한 화학반응이라도 이해를 하고 나면 우리의 살림살이가 좀 더 편하고 재미있을 수 있다.

   

용기 벽에 붙은 탄산칼슘은 힘들여서 닦지 말고, 식초를 이용하여 쉽게

제거하자.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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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칼슘

상태와 변화2016. 10. 24. 15:11

진주나 분필의 주성분인 탄산칼슘(CaCO3)은 우리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물질이다. 왜냐하면 칼슘은 지각과 바닷물에서 각각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풍부한 원소이며,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아 생성되는 탄산이온(CO32-) 혹은 탄산수소이온(HCO3-)과 칼슘이온(Ca2+)이 화학반응을 하면 탄산칼슘이 생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주위에 탄산칼슘이 많이 존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탄산칼슘은 치약을 비롯하여 페인트, 건축재료에 포함되어 있으며, 제철소에서도 사용하는 중요 공업물질의 하나이다. 탄산칼슘은 다른 종류의 칼슘화합물로 변신을 잘해서, 칼슘이 포함된 화합물의 형태는 비교적 다양하다.

석회 동굴에서 볼 수 있는 예술품, 종유석과 석순

   

석회암 동굴을 들어가 보면 자연이 연출(?)한 걸작품들 때문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천장에서 몇 만 년 동안 서서히 자란 모습, 땅 속에서 우뚝 솟아 자라난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오랜 세월에 걸쳐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 땅은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는 물을 만나서 탄산수소칼슘으로 변하면 물에 녹는다. 물이 지하로 흐르면서 탄산칼슘을 녹여낸 결과 땅이 패이면 석회암 동굴이 형성되는 것이다. 석회동굴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유석(stalactite)과 석순(stalagmite) 역시 탄산칼슘이 주성분이다.

탄산수소칼슘이 풍부하게 녹아 있는 물이 암석의 틈 사이로 흐르다 증발하고 본래의 탄산칼슘 알갱이들이 석출되면서 천장에서 고드름 모양으로 형성되는 것이 종유석이다. 동굴 천장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물에서 동일한 반응이 진행되면 종유석은 석순의 형태로 자라난다. 탄산칼슘이 석출되고 녹는 반응은 이산화탄소의 농도와 수분에 의존하는 가역 반응인 셈이다.

   

종유석과 석주, 석순이 보이는 전형적인 석회동굴. 이탈리아

   

열역학적 평형상태를 표현한 르 샤틀리에(Le Chatlier, 1850~1936)의 원리에 따라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커지면 탄산수소칼슘이 생성되는 방향으로 반응이 진행되고,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줄어들면 탄산수소칼슘이 사라지는, 즉 탄산칼슘이 생성되는 반응이 진행되는 것이다. 물에 포함되어 있는 탄산염으로부터 종유석이 1mm 정도 자라는 기간이 보통 몇 십 년은 족히 걸린다고 하니, 우리가 보는 동굴 속의 작품들은 몇 백만 년에 걸쳐서 만들어져 왔고, 현재에도 진행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칼슘 이온이 물에 많이 녹아 있으면, 센물이 된다

   

센물 때문에 관석이 생겨 보일러 관이 막혀 터질 수 있다.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물값이 매우 비싸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유럽 지역의 땅을 구성하고 있는 석회암 층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물에 칼슘이온을 비롯한 미네랄이 많이 녹아있다. 칼슘이온 등 금속이온의 함유량이 높은 물은 물맛이 씁쓸하기 때문에, 이온을 제거하는 데 공을 들이다 보면 자연스레 물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유럽뿐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강원도 영월과 같은 석회암 지대의 물에는 칼슘이온이 많이 녹아있는데, 이처럼 칼슘이온과 마그네슘이온이 일정 기준(300 mg/L)이상으로 녹아 있는 물을 센물(경수)이라고 한다.

센물의 단점은 물맛이 좋지 않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센물에서는 비누가 잘 풀리지 않기 때문에, 빨래나 목욕을 하기에도 좋지 않다. 비누의 음이온과 센물의 칼슘(마그네슘)이온이 반응하여 앙금을 형성하고, 앙금이 물에 쉽게 씻겨 나가기 때문에 비눗기가 금방 없어져 버린다. 비누가 잘 풀리고, 미끈거리는 촉감을 비교적 오래 느낄 수 있는 물인 단물(연수)에는 칼슘이나 마그네슘이온들이 적게 포함되어 있다.

   

난방용 보일러에 칼슘이온이 많이 포함된 센물을 사용하면 탄산칼슘이 형성되어 배관의 내부에 쌓인다. 그 결과 보일러의 열전도율도 떨어지고, 심할 경우 배관이 좁아져서 높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배관이 터지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예전에는 동네 목욕탕에서 보일러가 터져 옷을 벗은 채로 사람들이 튀어나왔다는 신문기사가 사회면을 차지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아마도 목욕탕 주인이 돈을 아끼려고 수도물 대신에 칼슘이온이 많이 포함된 지하수를 가열하여 장기간 사용한 결과, 보일러 배관이 막혀서 사고가 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탄산수소칼슘이 많이 포함된 물은 가열을 하여 탄산칼슘으로 변형시킨 후, 걸러내면 물의 경도(water hardness)를 일정수준 이하로 낮출 수도 있다. 그러나 황산칼슘(CaSO4)의 형태로 녹아 있는 칼슘을 줄이기 위해서는 탄산나트륨(Na2CO3)을 첨가해야 한다. 탄산나트륨이 황산칼슘과 반응하여 황산나트륨과 탄산칼슘으로 변하면, 탄산칼슘을 걸러내어 물 속의 칼슘이온을 제거할 수 있다.

건축 자재로 빈번하게 사용하는 시멘트의 주원료도 칼슘 화합물이다

탄산칼슘을 높은 온도에서 가열하면, 산화칼슘(CaO)이 생성되면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아파트를 비롯한 각종 건물을 짓는데 필요한 콘크리트의 주성분인 산화칼슘은 이런 탄산칼슘의 성질을 응용하여, 가마에서 높은 온도로 가열하여 얻는다. 시멘트에 포함된 산화칼슘은 물과 반응하여 수산화칼슘(Ca(OH)2)으로 변하며, 시멘트의 다른 성분인 알루미늄 및 실리콘 염과 화학반응을 거쳐 굳어지면서, 매우 단단한 물질로 변한다.

   

시멘트 분말에 자갈과 모래를 섞고 물을 부어 잘 저은 후에 원하는 모형의 틀에 쏟고 굳히면, 원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이런 편리함 때문에 많은 양의 시멘트를 사용하고 있어서, 현재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인해서 배출되는 전체 이산화탄소 양의 약 5% 정도가 시멘트 제조 공정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낡은 콘크리트 벽면에 조그마한 혹처럼 허연 물질이 생성되기도 하는데,이는 탄산칼슘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왜냐하면 시멘트 성형과정에서 생성된 수산화칼슘이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와 다시 만나서 탄산칼슘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건축에 많이 사용하는 시멘트의 주 원료인 산화칼슘은 탄산칼슘을 가열해서

얻는다.

   

농촌에서는 칼슘 화합물로 산성 토양의 토질을 개선한다

석회질 비료의 주성분은 탄산칼슘으로 산성 토양을 개선하는 효과와 함께 식물이나 과일에 칼슘성분을 공급해 주는 역할도 한다. 생석회라 부르는 산화칼슘(CaO)도 토질개선에 이용되기도 한다. 산화칼슘에 물을 부으면 수산화칼슘으로 변하면서 많은 열이 발생(약 63.7 kJ/mol)한다. 수분이 많이 포함된 축산폐수 혹은 폐기물에 산화칼슘을 넣으면 열이 발생하고, 열에 의해서 물이 증발을 하게 되면 폐기물의 수분 함량을 줄일 수 있다. 폐기물을 건조한 상태로 변형시키는 것만으로도 폐기물의 무게와 부피를 현저히 줄일 수 방법이 된다. 따라서 산화칼슘을 보관할 때, 습기를 피하고 물이 닿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한다. 일본 농촌에서 과수원에 사용하려고 창고에 쌓아둔 산화칼슘 더미에 고양이가 오줌을 누는 바람에 불이 나서 창고가 소실되는 사고도 있었다고 한다.

   

탄산칼슘은 산과 만나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필자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총각으로 부임하셔서, 학급 담임을 맡으셨던 박창남 선생님께서는 부족한 과학기구를 가지고도 학생들에게 실험을 즐겨 보여 주시곤 했다. 어느 날 분필 가루에 액체를 부어서 발생한 기체를 모으시더니 촛불이 켜 있는 병에 물을 붓듯이 매우 조심스럽게 부으셨다. 놀랍게도 불이 꺼져 버리는 것이었다. 후에 과학시험을 볼 때 그 실험 결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물으셨다. "기체를 부으면 촛불이 어떻게 되겠는가?" 건방지게도 "켜진다의 반대"라고 답을 썼고, 선생님께서 오답으로 처리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액체는 산 용액이었을 것이고, 탄산칼슘이 주 성분인 분필과 산이 반응하여, 이산화탄소 기체가 발생했을 것이다. 공기보다 무거운 이산화탄소는 병의 밑부분에서 채워지기 시작해서 촛불의 높이 이상이 되면 산소를 차단하여 불이 꺼졌던 것이었다. 그 분이 보여주신 재미난 과학에 빠져 오늘까지 과학 속에서 즐겁게 헤매고(?) 있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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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반응

상태와 변화2016. 10. 24. 15:11

봄이 되면 황사의 빈도가 높아진다. 중국 또는 몽골의 사막 지대에서 발생한 황사는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도달한다. 시간당 미세 먼지의 농도가 세제곱 미터당 400 마이크로그램(400 μg/m3)이상이 될 때 황사경보를 내리는데, 황사는 매우 크기가 작은 모래나 황토로 되어 있다. 주요 성분은 지각에 많이 분포해 있는 알루미늄을 비롯한 각종 금속 산화물과 탄산염이지만, 중금속이 포함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중금속이 많이 포함된 황사는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이롭지 못하다. 그런데 이런 황사가 우리 생활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황사가 심해지면 호흡기 질환 환자들이 늘어나고, 정밀 기기의 오작동도 빈번해진다.

그러나 황사가 무조건 나쁜 영향만을 주는 건 아니다. 정량적이고 과학적인 측정과 평가를 하기 쉽지 않겠지만, 염기성 성분을 띠는 황사는 산성화된 강이나 호수는 물론 산성화된 토양과 중화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는 황사의 긍정적인 영향이라 볼 수 있다.

   

자동차를 온통 뒤덮고 있는 황사, 봄철만 되면 중금속을 포함한 황사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출처: Shizhao at en wikipedia.com>

   

중화반응, 산과 염기가 반응하여 염과 물이 만들어지는 반응

중화반응이란 산성 물질과 염기성 물질이 반응하여, 일반적으로 염과 물이 형성되는 반응을 말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앞에서 설명한 황사의 긍정적인 영향과 같이 자연에서 일어나는 중화반응도 있고, 생활하면서 이용하는 중화반응도 적지 않다. 알짜식으로 나타내는 중화반응은 다음과 같다.

산성비로 토질이 나빠지면, 염기성 비료로 중화한다

   

산성비로 인해 삼림이 황폐화된 경우,염기성비료를 이용하여 중화시켜줘야한다.

   

빗물에는 대기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가 녹아 형성된 탄산이 포함되어 있다. 자연에서 생성되는 이산화탄소의 대기 평균 농도는 약 380ppm 정도로, 이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빗물에 녹으면 pH는 약 5.6을 나타낸다. 따라서 특정지역에서 내리는 비의 pH를 측정하여 5.6 보다 낮을 때, 산성비가 내린다고 말한다. 공업지대, 자동차 배출구에서 방출되는 황이나 질소 산화물이 물에 녹아서 묽은 질산 또는 묽은 황산이 형성되면, 빗물의 pH는 5.6보다 훨씬 낮은 값을 나타낸다.

기록적인 산성비는 pH가 1 가까이 되는 것도 있으니 그야말로 산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셈이 된다. 장기간에 걸쳐서 산성비가 내린 지역의 토양에서는 토양이 산성화되어 작물이 안 자란다. 물론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봄철에 찾아오는 황사가 자연스럽게 토양에 염기를 공급하여 농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여 인간이 따로 토양을 중화해야 한다. 산성화된 토양을 중화할 때 주로 사용하는 염기는 생석회(산화칼슘)석회석(탄산칼슘)소석회(수산화칼슘) 등이 있다. 이런 염기를 뿌리면, 토양이 중화되어 토질이 개선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료에 포함된 칼슘이온이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이 되기도 한다.

   

실생활에도 중화반응이 요긴하게 쓰인다

영어로 개미산을 'formic acid'라 하는데 그것은 개미를 뜻하는 라틴어 'formica'에서 유래하였다. 개미는 산을 분비하여 자신을 공격하는 녀석을 물리친다. 만약에 개미에게 물려 가렵다면 약 염기성인 탄산수소나트륨 용액을 발라서 중화를 시켜주면, 가려운 증상이 어느 정도 완화된다. 탄산수소나트륨은 식소다 또는 중조라 부르며, 요리에 사용하는 재료라서 부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급할 때는 유리창 청소할 때 사용하는 액체를 살짝 뿌려도 된다. 왜냐하면 유리 청소액의 주성분이 암모니아수 용액이기 때문이다.

생선회를 먹을 때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서 한 조각의 레몬을 짜서 즙을 생선회 뿌린다. 비린내는 생선에 포함된 염기성 화학물질인 아민이 증발하여, 우리가 맡을 때 나는 냄새이다. 생선살을 구성하는 단백질이 분해되면, 암모니아의 사촌이 되는 아민을 비롯한 수많은 종류의 냄새 분자들이 생성된다. 이때, 레몬 즙을 뿌리면 레몬 즙에 포함된 구연산과 생선회 표면에 있는 염기인 아민 사이에서 중화반응이 일어나 냄새가 덜 나게 된다. 레몬이 없을 때는 묽은 식초를 뿌려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아민이 묽은 산과 반응을 하면 염이 형성되며, 그 염이 물에 녹으면서 냄새의 원인이 일시적으로 제거되는 효과를 보는 것이다. 그 반응을 화학식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이 쓸 수 있다.

화학식의 RNH2에 붙어 있는 R은 알킬기를 의미한다.

//레몬의 화학

   

사람의 몸에서도 중화반응이 일어난다

사람의 위장에서는 염산(HCl)이 분비된다. 하지만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위에서 나온 염산이 장에 도달하여 장이 부식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음식물에 섞인 염산이 소장으로 가기 전, 십이지장에서 분비하는 물질에 포함된 약염기성인 탄산수소나트륨과 반응을 하여 중화되기 때문이다. 만약에 십이지장이 고장이 나서 중화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염기가 안 나온다면,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 일어 날 것이라는 상상을 할 수 있다.

위산을 중화하여, 속쓰림을 방지하는 제산제. 제산제는 보통 염기성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왼쪽)

충치도 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다.(오른쪽)

<출처: Midnightcomm at en wikipedia.com(왼쪽),Midnightcomm at en wikipedia.com(오른쪽)>

   

또한, 위산 과다로 위장병을 앓는 사람들은 위산 분출을 억제하는 약이나, 위산을 흡착시켜 산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약, 또는 위산과 중화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약을 먹는다. 시중에서 약으로 팔리는 제산제의 주요 성분은 탄산수소나트륨수산화알루미늄수산화마그네슘 등으로 모두 염기성 물질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위산이 강산인 염산이므로, 이를 중화시킬 수 있는 염기성 물질을 사용하여야 한다. 제산제의 종류에 따라 설사를 일으키거나 변비를 유발하기 때문에,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여 자신의 몸에 맞는 적절한 중화제를 선택해야 한다.

입안에서 기생하는 수많은 균 중에서 뮤탄스균은 잇몸에 붙어 있는 음식 찌꺼기에 포함된 포도당을 먹고 소화시켜 산을 배설한다. 균의 배설물인 산이 치아의 표면인 에나멜(인산칼슘수산화물)과 반응을 하여 침식이 되면, 구멍이 뚫어진다. 흔히 충치를 벌레 먹은 이라고 표현하는데, 사실은 벌레가 파먹은 것이 아니라 화학반응 때문에 만들어진다. 뮤탄스균의 산성 배설물이 문제이기 때문에, 탄산수소나트륨을 물에 탄 묽은 용액으로 입안을 씻어내면 이의 침식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 칫솔질이 귀찮은 사람들에게는 중화반응을 해보라고 권유를 하고 싶지만,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화학반응 실험이기에 매우 조심스럽다.

무심코 하는 행동 중에 다양한 중화반응이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제산제를 먹고, 토양 개선을 위해서 비료를 뿌리며, 약을 바르고, 비린내를 없애는 다양한 중화반응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담뱃재(염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것이 산성화된 토양을 중화시키는 좋은 행동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화학 얘기만 들어도 골치 아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조금만 둘러보면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 중에서 많은 부분이 화학 반응을 이용한다. 물고기가 물을 떠날 수 없듯이, 우리 인간도 화학반응과 화학물질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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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상태와 변화2016. 10. 24. 15:10

이산화탄소는 요즘 들어 뉴스나 각종 미디어를 통해 우리 귀에 심심치 않게 들리는 화학물질 중 하나이다. 왜 그렇게 주목을 받고 있을까? 첫 번째 이유는 아마도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누명(?)을 혼자서 뒤집어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탄산음료를 즐겨 마시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가스이기 때문이다. 우리 생활에 밀접하다는 이유 외에도 이산화탄소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존재이다. 왜냐하면 우리 몸을 흐르는 혈액의 pH를 일정하게 하는 데 이산화탄소가 매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독성이 없어 생활에서 많이 이용하는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와는 달리 이산화탄소는 비교적 높은 농도 범위에서 특별한 독성을 나타내지 않아서 생활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각종 탄산음료를 만들 때 이산화탄소를 이용한다. 대표적인 탄산음료인 콜라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2.5기압 정도이다. 화학자들이 좋아하는 농도인 몰농도(M : mole/Liter)로는 약 6.4x10-2 M이다. 실온에서 이산화탄소의 용해도는 1,449 mg/L로 산소의 용해도 8.273 mg/L보다 크다. 즉, 산소보다 물에 더욱 잘 녹는다. 그 이유는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을 때 화학반응이 진행되면서 탄산(H2CO3)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실온에서 기체로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78oC 이하로 온도를 낮추면, 고체인 드라이아이스로 변한다. 드라이아이스는 저온의 실험조건을 만들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냉매이다. 공연 중인 무대에서 가끔 은은하게 퍼지는 흰색의 기체를 볼 수 있는데, 그 기체는 드라이아이스(고체 이산화탄소)가 기체 이산화탄소로 승화하는 현상을 이용해서 만든다. 보통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산화탄소 기체가 눈에 보이는 이유는 승화하는 차가운 이산화탄소 주변에 존재하는 수증기가 작은 물방울로 응결하고, 응결한 물방울에 의해서 빛이 산란되어 흰색의 구름(?)으로 보인다.

   

승화하는 드라이아이스. 드라이아이스는 표준상태에서 승화를 하는

성질이 있다. <출처 : Shawn Henning at en.wikipedia.com>

   

콜라 캔을 딸 때 발생하는 거품, 이산화탄소의 용해 평형으로 설명할 수 있어

콜라나 샴페인과 같은 탄산음료를 만들 때에는 이산화탄소가 꼭 필요하다. 음료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면 물과 반응을 하여 탄산이 형성된다. 이산화탄소를 계속 넣어주면, 수용액 내 탄산의 농도가 일정한 값에 도달하게 되고, 이산화탄소는 더 이상 녹지 않는다. 수용액에 있는 탄산과 이산화탄소는 동적(dynamic) 평형상태에 도달한다. 다시 말하자면 동적 평형상태에 도달했다는 것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산화탄소로부터 탄산이 생성되는 속도와 탄산이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는 속도가 같아졌다는 의미이다. 만약에 이산화탄소의 압력을 더 높이면 이산화탄소는 더 녹게 되어 탄산의 농도가 증가하고, 반대로 이산화탄소의 압력을 줄이면 음료 중의 탄산이 분해되어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음료에 있는 탄산 농도와 이산화탄소 압력의 크기는 처음과 달라지고, 새로운 평형에 도달하게 된다. 평형상태에서 이산화탄소의 압력과 탄산 농도의 비는 일정한 온도와 압력 조건에서 상수(일정)이며, 이 값을 평형상수라고 부른다.

   

콜라에 설탕 입자를 넣으면, 이산화탄소가 생성되는 반응이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출처 : Michael Murphy at en.wikipedia.com>

   

콜라 캔을 따는 순간에 이산화탄소의 압력은 대기압과 같아지면서, 그동안 유지하던 평형이 깨진다. 갑자기 콜라 캔 내부에서 일정하게 유지되던 이산화탄소의 높은 압력이 대기압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새로운 평형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음료 중에 있던 탄산이 분해되어 이산화탄소가 생성되어야만 한다. 그 동안 높은 압력 때문에 참고(?)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한꺼번에 탈출하면서 동시에 아까운(?) 콜라까지 캔 밖으로 밀쳐내는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반응과 관련된 또 다른 변수는 온도이다. 냉장한 콜라 캔을 열면 실온에 있었던 콜라 캔에서 일어나는 콜라의 넘침 현상을 볼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이산화탄소 역시 다른 기체와 마찬가지로 낮은 온도에서 용해도가 커서 더 많이 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게 보관한 콜라라 할지라도 캔을 열고 나서 곧바로 설탕과 같은 작은 입자를 넣으면 콜라가 넘친다. 그것은 설탕 입자를 매개체로 하여 이산화탄소의 생성 반응이 폭발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넘쳐 흘러서 끈적거리는 콜라를 기꺼이 청소하려는 자세를 가진 호기심 많은 사람은 한번 실험을 해보아도 좋을 듯하다.

   

지구에 포함된 이산화탄소가 보여주는 다양한 화학반응

지구가 처음 생성되었을 때, 대기에 포함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 이산화탄소의 양은 줄어들었다. 첫째 이유는 생물의 광합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반응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화학반응을 통해서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서 지구 곳곳에 숨어 저장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화학반응의 대표적인 예가 산호초를 비롯한 대리암의 주요 성분이 되는 탄산칼슘(CaCO3)이다.

이산화탄소는 긴 세월 동안 바닷물에 녹아 탄산칼슘으로 변하였고, 탄산칼슘의 성분이 모여 대리암이 되었다.

그림은 미국 유타에 있는 거대한 대리암층이다.

   

화산의 분출과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 동식물이 호흡하는 과정을 통해 생성되는 이산화탄소는 매년 약 2,000억 톤 정도라고 추정한다. 또한 인간이 산업활동을 하면서 발생시키는 양은 약 100억 톤 미만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인간이 화석연료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쓰는 한 지속적으로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역에 따라서 약간의 오차가 있지만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약 390ppm 정도이다. 비가 내리면 대기 중에 있던 이산화탄소가 빗물에 녹게 된다. 그러므로 이산화탄소가 녹은 자연산 빗물은 pH가 5.6인 약한 산성을 띤다. 따라서 우리가 산성비라고 부르는 비는 측정한 빗물의 pH가 자연산 빗물의 pH보다 낮은 경우를 말한다.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아 있는 탄산이온(CO32-)은 칼슘 또는 마그네슘 이온과 결합하여 물에 거의 녹지 않는 탄산칼슘(CaCO3)과 탄산마그네슘(MgCO3)을 형성한다. 반면에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을 때 생기는 또 다른 이온인 탄산수소이온(HCO3-)과 결합한 칼슘과 마그네슘 이온은 각각 물에 녹는 탄산수소칼슘(Ca(HCO3)2), 탄산수소마그네슘(Mg(HCO3)2)을 형성한다. 물에 녹는 탄산수소칼슘이 포함된 용액을 가열하면 아래와 같이 이산화탄소와 탄산칼슘이 만들어진다.

이런 반응 때문에 물을 끓이는 데 오랫동안 사용한 주전자의 벽에는 흰색의 탄산칼슘 고체가 붙어 있다. 석회석 지층에서 흐르는 물이 탄산수소이온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데, 이 지역의 지하수를 끓여보면 흰색의 고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주전자에 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는 이 성가신 고체를 닦아내고 싶다면, 주전자에 물을 넣고 식초(산)를 약간 첨가한 후 가열하면 흰색 고체가 물에 녹아 쉽게 닦인다. 이는 넣어준 식초와 반응하여 주전자 벽에 붙어 있는 탄산칼슘(또는 탄산마그네슘)이 물에 녹는 탄산수소칼슘(또는 탄산수소마그네슘)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화학지식을 조금만 알아두면 힘을 덜 들이면서 오래 사용한 주전자를 깨끗하게 닦을 수 있다.

자연에서도 위에서 설명한 반응이 일어나는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대리암이 산성비에 녹는 현상이다. 탄산칼슘이 주성분인 대리암이 산성비와 반응하여 물에 녹는 탄산수소칼슘으로 변한다. 이때 산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빗물과 반응하여 형성한 탄산이다. 결국 위에 적은 화학 반응식의 역반응이 대리석 표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표면에서 생성된 탄산수소칼슘은 물에 잘 씻겨 내려가므로, 산성비가 내리는 지역에 방치된 대리암 조각은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석회동굴의 생성이라든지 석순과 종유석의 생성과 소멸에 관련된 일들은 온도와 이산화탄소의 압력에 의존하여 위 두 가지 반응 중, 어느 쪽으로 진행되느냐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몸 속에 포함된 이산화탄소, 혈액의 pH 유지에 중요한 구실을 해

   

인간을 비롯한 동물은 대사과정에서 생성한 이산화탄소를 호흡으로 배출하고, 산소는 들여 마신다. 몸 속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는 혈액의 pH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완충작용을 하는 중요한 화학물질이다. 혈액은 pH가 7.3~7.4 정도이며, 동시에 완충 용액(buffer solution)이다. 혈액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는 탄산과 평형을 이루고 있고, 또한 탄산은 탄산수소이온과 또 다른 평형을 유지한다.

그러므로 이산화탄소탄산탄산수소이온은 서로 평형으로 연결되어 있는 출신(?)이 같은 화학물질이다. 대사과정에서 탄산이 혈액에 너무 많아지면 이산화탄소로 분해되고, 호흡하면서 몸 밖으로 배출되기에 탄산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또한 과량의 탄산수소이온은 콩팥을 통해서 몸 밖으로 빠져나가서 일정한 농도를 유지한다. 그 결과 혈액의 pH가 일정해진다.

   

탄산음료 속에 들어있는 이산화탄소 방울을 확대한 그림

   

디카페인 커피를 만들 때 사용하는 이산화탄소 초임계 유체

이산화탄소를 용기에 가두어 놓고 기압과 온도를 조절하면 초임계 상태(super critical state)를 만들 수 있다. 이산화탄소의 압력을 7.4MPa(약 70기압) 이상, 온도를 30oC 이상으로 올리면, 기체와 액체의 특성을 고루 갖춘 유체(fluid)가 된다. 이를 초임계 유체

(super critical fluid)라 한다. 초임계 유체를 용매로 사용하면 물질을 쉽게 더 녹일 수도 있다. 초임계 유체의 확산이나 점성 특성은 기체를 많이 닮았다.

초임계 유체 상태의 이산화탄소 용매는 커피에서 카페인만 추출해 만드는 디카페네이트 커피(decaffeinated coffee)에 쓰인다. 예전에는 커피콩에서 카페인을 추출하는 용매로 이염화메탄(CH2Cl2)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염화메탄이 최종 생성물인 커피에 많이 잔류할 경우,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어서 대체물질이 필요했다. 그 대체 방식으로 찾아낸 것이 바로 이산화탄소를 초임계 유체 상태를 이용한 공법이다. 이산화탄소 초임계 유체를 이용한 카페인 추출 공법이 일반화되면서 이염화메탄 용매를 이용한 공법은 이제 사라졌다시피 하다. 이산화탄소 유체를 사용하면 실온에서 기체로 변해 증발해 버리므로 커피를 보다 안전하게 마실 수 있다. 당연히 추출 용매로써 이산화탄소 유체의 인기는 좋을 수밖에 없다. 특히 식품이나 제약과 관련된 분야에서 추출 용매로, 화학반응의 새로운 용매로 이산화탄소 유체의 사용을 넓혀가고 있다.

  • 초임계 유체
    초임계 유체(super critical fluid)는 물질이 가지고 있는 임계점 이상의 온도와 압력에 있는 상태를 말한다. 기체와 같이 분산을 하기도 하며, 액체처럼 물질을 녹이기도 한다. 임계점 근처에서는 온도나 압력을 조금만 바꿔줘도 밀도에 큰 변화가 나타나는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초임계 유체를 산업 현장이나 실험실에서 매우 좋은 용매로 사용한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원본 위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2746&path=|453|489|&leafId=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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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상태와 변화2016. 10. 24. 15:09

   

'알루미늄

'이라는 이름은 고대 그리스 로마의 옛 이름인 알루멘(Alumen)에서 유래된 것이다. 패러데이(Faraday)의 스승인 데이비(Davy)는 1808년 알루미늄 금속의 존재를 확인했으며, 그것을 처음에는 알루미엄(Alumium)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알루미늄이라고 바꾸어 불렀다. 1825년 비록 순수한 금속 알루미늄은 아니었겠지만 금속형태로 처음 만들어낸 과학자는 외르스테드(Hans Christian Ørsted, 1777-1851)이다.

요즈음에 짓는 집이나 아파트의 창틀에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제품을 많이 사용한다. 예전에는 철로 만든 창틀을 많이 사용하였는데, 부식 방지를 위해서 칠해 놓은 페인트가 벗겨져 흉한 몰골로 건물의 미관마저 해치는 경우가 많았다. 알루미늄 창틀이 오랫동안 품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알루미늄 표면이 산화되어 단단하고 조밀한 산화물 막으로 덮여 있어서 더 이상 부식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은 지각에서 가장 흔한 금속 중 하나

알루미늄은 지각에 존재하는 가장 흔한 금속이며, 원소로 따지면 산소규소 다음으로 많은 원소이다. 그렇지만 순수한 금속 알루미늄으로 발견되는 일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알루미늄이 산소와 쉽게 반응을 하기 때문에, 자연에서 발견되는 알루미늄은 대부분 산화물로 존재한다. 알루미늄은 가볍고 단단하기 때문에, 순수한 상태 혹은 합금 형태로 항공기자동차자전거와 같은 운송수단에 많이 이용하고 있다.

   

매끈하게 표면 처리된 알루미늄이 다른 금속 면보다 더 반짝거려 보이는 까닭은 빛의 반사율이 높기 때문이다. 가시광선 영역에서는 은의 반사율이 알루미늄보다 높아서 거울을 만들 때 은을 많이 사용해 왔다. 하지만 자외선이나 적외선 영역에서는 반사율이 어떤 금속보다 높아서 광학기기에는 알루미늄으로 코팅한 반사거울들이 많이 사용된다.

보오크사이트를 빙정석과 함께 용융, 전기 분해하면 순수한 알루미늄을 얻을 수 있다

   

알루미늄 광석은 프랑스 레보(Les Baux)지방에서 발견되었다고 해서 보크사이트(Bauxite)라 부른다. 보크사이트를 빙정석(cryolite)에 녹여서 용융된 용액에서 전기분해를 하면, 순수한 알루미늄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때 필요한 에너지가 매우 크다.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공정은 미국의 홀(Charles Martin Hall, 1863~1914)과 프랑스의 에루(Paul Louis T. Heroult, 1863~1914)가 각자 독립적으로 발명을 하여 홀-에루(Hall-Heroult) 공정이라 부른다.

말은 간단하지만 빙정석의 녹는점은 약 1000℃ 이상이며, 산화알루미늄의 녹는점은 거의 2000℃에 가까우니, 전기분해를 하기 위해서 이들 물질을 녹여서 용액으로 만드는 일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전기분해를 하는 셀(cell)의 온도는 약 950℃ 정도로 산화알루미늄의 녹는점보다 훨씬 낮다. 그 이유는 고체 빙정석과 고체 산화알루미늄을 일정비율로 섞어서 온도를 올리면, 순수한 빙정석과 순수한 산화알루미늄의 녹는점보다도 더 낮은 온도에서 녹아서 액체가 되기 때문이다.

두 개의 탄소 전극을 용용 용액에 넣고 전류를 흘려주면 한쪽 탄소전극(환원, cathode)에서는 알루미늄 이온이 환원되어 금속 알루미늄이 생성된다. 또 다른 쪽 탄소전극에서는 산소가 발생되는 산화반응(산화, anode)이 진행된다. 전극에서 즉석에서 만들어진 산소와 탄소전극의 탄소가 반응을 하여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캔.

   

따라서 산화전극으로 이용되는 탄소전극은 닳아서 없어지므로 주기적으로 갈아 줘야 한다. 알루미늄 제련에는 많은 전기가 필요하며 유휴 전력의 활용을 위해 제련 공장들은 주로 발전소 근처에 있다. 알루미늄을 재생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새롭게 알루미늄을 만들 때 필요한 에너지의 5% 정도면 된다고 하니, 반드시 재활용을 해야만 되는 물질이기도 하다.

알루미늄 원광인 보크사이트에서 알루미늄을 정제하는 Hall-Heroult 제법을 발견한 C.M.Hall (왼쪽)

알루미늄을 재생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새 알루미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보다 적다.

따라서 알루미늄은 재활용을 하는 것이 좋다.(오른쪽)

   

알루미늄 표면의 부동화 막 : 더 이상의 산화를 막아준다

금속이 부식된다는 것은 표면에서 금속이 금속 산화물로 변하고, 그 산화물이 떨어져 나가서 금속의 본래 모습이나 중량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서 철은 부식이 되면서 산화철이 되고, 부서지기 쉬운 산화철이 표면에서 떨어져 나가면 철이 본래 지닌 모습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러나 알루미늄의 경우에는 알루미늄 금속 표면에 형성된 산화물이 매우 단단하고 견고하게 알루미늄에 붙어 있다. 보통 형성되는 알루미늄 산화막(Al2O3)의 두께는 보통 몇 나노미터 정도로 매우 얇아서 알루미늄 특유의 금속 광택은 유지되면서 오랫동안 변치 않고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일차로 산화 반응이 진행되어 얇은 금속 산화물 막(film)이 형성되면 더 이상의 부식이 진행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부동화(passivation)라고 부르며, 그 결과 생긴 막이 부동화 막이다.

그런데 알루미늄이 산화되는 조건을 조절하면 산화막을 형성하는 대신에 박막의 알루미늄 표면에 매우 작은 크기의 구멍이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는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알루미늄 전극에 산화 전압을 걸어주어 형성되는 알루미늄 이온이 산화물을 형성할 수 없는 조건이 되면 신기하게도 알루미늄 박막 표면에 균일한 육각형 모양의 구멍을 만들 수 있다.

전자 주사 현미경으로 박막 표면을 관찰해 보면 구멍의 생김새가 마치 벌집 모양과 같아 보인다. 구멍을 만드는 산화 전압과 전해질의 조건을 조절하면 원하는 크기의 지름과 깊이를 가진 구멍과 그것의 밀도를 조절한 템플릿(template)을 만들 수 있다. 알루미늄 템플릿을 이용하여 나노 굵기를 가진 전도성 고분자 선이나 탄소나노 튜브를 제작하여 그것의 특성을 조사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다양한 색상의 알루미늄

   

알루미늄 포일은 두께를 조절하거나, 염료를 넣어 다양한 색상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제품 중에는 mp3 플레이어 케이스와 카라비너(karabiner)가있다. 카라비너는 등산이나 번지 점프를 할 때 사람과 줄을 매어 연결해주는 타원형으로 생긴 연결고리를 말한다. 또한 부엌에도 알루미늄으로 만든 금속 기구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제품이 모두 금속 알루미늄 만들어졌음에도 매우 다양한 색깔을 띠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그 비결은 알루미늄 표면에 인위적으로 두께를 조절한 산화알루미늄(보통 알루미나alumina라고 부른다)이 있기 때문이다. 제품 표면에 산화알루미늄 층을 형성해주면 부식과 마모되는 속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채색에 사용되는 염료의 접착도도 향상된다. 뿐만 아니라, 염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표면에 형성되는 산화알루미늄의 두께를 조절하는 것으로도 다양한 색을 만들어낼 수 있다.

빛이 산화물 박막을 통과해 반사되는 과정에서 간섭이 일어나면,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파장이 산화물의 두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산화물의 두께를 조절하면 보이는 색상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산화물 두께의 2배에 해당하는 빛의 파장이 보강 간섭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서 빨강색의 파장은 대략 600 나노미터에 해당하므로 빨간 색상의 제품을 원하면 알루미늄 산화물의 두께를 약 300 나노미터 정도로 조절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산화알루미늄을 형성시킬 때 사용하는 용액에 첨가하는 물질의 변화를 주어도 다양한 색을 구현할 수 있다. 호화로운 색을 띤 루비나 사파이어 같은 보석들은 산화알루미늄에 특정 색을 나타낼 수 있는 금속이 불순물로 소량 들어 있다. 즉 산화알루미늄에 크롬이 섞여 있으면 붉은 루비 색을 띠고, 철과 티탄이 들어 있으면 파란 사파이어 색을 띤다. 그러므로 산화물 층을 형성시키는 용액의 성분을 조절하면 산화알루미늄 막이 형성되는 과정에 불순물이 고르게 침투하여 균일하고 아름다운 색상이 발현되는 것이다.

   

음식물을 포장할 때 사용하는 알루미늄 포일

   

가정에서는 알루미늄을 포일(foil, 호일)로 사용하며, 음식을 포장요리보관할 때 사용한다. 종이나 플라스틱에 알루미늄 박막을 입혀서 식품 포장으로 사용한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자를 알루미늄 포일에 둘둘 말아서 불(숯불 혹은 오븐)에 구워서 먹어 보면, 감자 맛이 기막히게 좋아진다. 포일에 싸서 구우면 그냥 구울 때 보다 수분이 보존되므로 퍽퍽하지도 않고 적절한 수분을 함유해 맛있는 감자가 만들어진다. 서양식당에서 주로 스테이크와 함께 제공되는 구운 감자요리는 이런 방법으로 요리를 한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불고기를 구울 때에도 알루미늄 포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가정용 알루미늄 포일의 두께는 약 20 마이크로미터 내외로 한쪽 면은 광이 나서 반짝거리고, 다른 면은 광이 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왜 알루미늄 포일은 회사에 상관없이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을까? 그것은 포일을 만드는 공정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두 면의 빛의 반사율은 약간 차이가 나겠지만 성분이 다른 것은 아니다.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알루미늄 포일.

   

금속의 순도가 높을수록 금속을 더 얇고 길게 뽑을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알루미늄 강판을 롤러 사이에 두고 힘을 가하면 롤러 틈 사이에 해당하는 두께를 가진 알루미늄 박막이 만들어진다. 최종적으로 원하는 두께의 포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종 두께보다 2배만큼 벌어진 롤러 사이로 롤러 사이의 간격보다 더 두꺼운 박막 2장을 겹쳐서 밀어 넣는다. 그 결과 롤러를 빠져 나온 알루미늄 박막은 최종 두께의 2배가 되는 박막이 형성된다. 마지막 공정에서 2장이 겹쳐진 박막을 각각의 포일로 분리해 버리면 원하는 두께를 가진 알루미늄 포일이 만들어진다. 롤러가 닿았던 면은 광택이 나고, 두 장의 박막이 겹쳐졌던 면은 무광택으로 남아서 우리가 보는 알루미늄 포일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고가품으로 명성을 날렸던 알루미늄 식기

한때는 알루미늄의 값이 엄청나게 비싼 시절이 있었다. 왜냐하면 광석으로부터 순수한 알루미늄금속을 얻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폴레옹 3세가 손님을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할 때 자신과 귀한 손님은 알루미늄으로 만든 술잔이나 접시를 사용하게 하였고, 초대된 일반 손님(?)은 은이나 금으로 만든 식사도구를 사용토록 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런 기록으로 보아 알루미늄이 한때는 정말로 희귀한 금속으로 대접을 받으며 명성을 날렸었다.

  • 알루미늄
    원자번호 13번 원소. 표준원자량 26.98g/mol, 상온에서 고체, 녹는점 993.47K, 끓는점 2467K, 밀도 2.70g/㎤, 발견자 외르스테드(Hans Christian Ørsted 1777-1851), 발견 연도 1825년, 전기저항 28.2n
    Ω
    ·m(20°C), 자성 상자성(Paramagnetic), 주요동위원소 27Al(100%), 전자배열 [Ne]3s23p1.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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