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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 +126

베릴륨

상태와 변화2016. 10. 24. 14:57

   

음악 애호가들은 어떤 재료로 된 떨림판의 스피커를 갖기를 원할까? 어떤 금속을 작업할 때 가장 등급이 높은 방진마스크를 착용해야 할까? X-선 발생장치의 창은 어떤 재료로 만들까? 이들 질문에 대한 답은 '베릴륨'이다. 왜 그런지, 베릴륨은 어떤 원소인지 알아 보기로 하자.

원자번호 4번, 베릴륨

베릴륨

은 원자번호 4번의 원소로 원소기호는 Be이다. 주기율표에서 2족(알칼리 토금속족) 원소

의 맨 위에 있는 은백색 금속이다. 녹주석, 에메랄드, 금록옥 등 여러 보석의 구성 원소이며, 지각에서의 존재비는 매우 작다. 가볍고 단단하며, 경금속 중에서는 녹는점이 가장 높다. 화학적으로는 알루미늄과 비슷한 성질을 보이며, 공기 중에서는 단단한 산화베릴륨(BeO) 피막을 형성한다. X-선과 고에너지 입자를 흡수하지 않고 잘 통과시키기 때문에 x-선관의 창, 방사광 및 입자물리학 실험 장치의 필터나 창으로 사용된다. 다른 금속(특히 구리)과 합금을 만들어 각종 공구와 부품을 만드는데 주로 사용된다. 또한 핵 반응기에서 열중성자 감속제와 반사체로도 이용된다. 베릴륨은 독성이 크다. 베릴륨이나 이의 화합물이 포함된 먼지나 증기가 폐에 들어가면 심각한 폐질환인 베릴륨증(berylliosis)을 일으킨다.

   

원자번호 4번, 베릴륨. 에메랄드는 자연 상태에서 형성된 베릴륨 화합물이다.

베릴륨의 원소 정보.

베릴륨의 발견

베릴륨을 발견한 프랑스 화학자 보클랭.

   

베릴륨은 1798년 프랑스 화학자 보클랭(L. N. Vauquelin. 1763~1829)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광물학자 아유이(R. J. Haüy, 1743~1822)는 리모주(Limoges)산 녹주석과 페루산 에메랄드가 외부 결정 구조, 경도, 밀도가 극히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보클랭에게 이들이 화학적으로 같은 것인지의 여부를 판정하도록 제안하였다. 보클랭은 이들 광석에서 알루미나(Al2O3)와 아주 비슷하나, 과량의 KOH에도 녹지 않고 단맛이 나는 새로운 산화물을 발견하였다. (녹주석과 에메랄드는 모두 화학적으로는 Be3Al2Si6O18이나, 에메랄드에는 약 2%의 크롬이 들어있다.) 1828년에 요소를 합성한 것으로 유명한 독일의 뵐러(F. Wöhler, 1800~1882)와 프랑스의 뷔시(A. B. Bussy, 1794~1882)는 각각 독립적으로 염화 베릴륨(BeCl2)을 금속 포타슘(K)으로 환원시켜 베릴륨 금속을 얻었다.

베릴륨은 알루미늄과 화학적 성질이 비슷하다. 처음에는 베릴륨 산화물의 화학식을 Be2O3로 여기고, 베릴륨의 원자가를 3으로 하여 원자량을 13.7로 계산하였다. 그러나 1869년에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제안하면서 베릴륨의 원자가는 2이며, 산화물의 화학식은 BeO이고, 원자량은 9.4(실제는 9.01)라고 바르게 제안하였다.

   

베릴륨 염은 단맛을 내기 때문에, 이를 발견한 보클랭은 그리스어로 달다는 뜻의 'glucus'에서 따와 글루시늄(Glucinium: 원소 기호 Gl)으로 명명하였다. 160년이 지난 1957년에 글루시늄이란 이름은 이를 처음 발견한 광석인 녹주석(beryl)의 이름을 딴 베릴륨(Beryllium)으로 공식적으로 변경되었다.

베릴륨의 원자구조와 원소 성질

베릴륨 원자는 쉽게 2개의 전자를 잃어 헬륨과 같은 안정한 전자배치를 갖는 Be2+가 된다. 화합물에서 산화수는 2이다. 알칼리 토금속 중에서 이온화 에너지와 전기음성도가 가장 크다.

베릴륨은 밀도가 실온에서 1.85g/cm3로 가볍고 녹는점이 1287oC로 높다. 매우 딱딱하나 잘 부서진다. 비열과 열전도도는 크며, 열팽창계수는 작다. x-선과 고에너지 입자를 잘 통과시킨다.

Be 금속은 전기화학적으로 알루미늄 보다 반응성이 크나, 표면에 BeO 산화물 보호 피막을 형성하므로 실제로는 반응성이 비교적 낮다. 덩어리 상태로는 물과 반응하지 않고, 공기 중에서 600oC 이하의 온도에서는 산화되지 않는다. 그러나 Be 분말은 공기 중에서 연소되어 BeO와 Be3N2가 된다. 고온에서는 할로겐 원소(X2), 유황, 암모니아, 탄소와 반응하여 각각 BeX2, BeS, Be3N2, Be2C를 생성한다. 산에 쉽게 녹으며(차가운 진한 질산에서는 산화물 보호 피막이 만들어져 녹지 않는다), 알칼리 수용액에도 녹아 Be(OH)42- 음이온이 되고 수소 기체를 내어 놓는다.

   

베릴륨 염은 단맛을 내기 때문에, 그리스어로 달다는 뜻의 'glucus'에서 따온 글루시늄으로 명명되었다가 1957년 베릴륨을 처음 발견한 광석인 녹주석(beryl)의 이름을 딴 베릴륨(Beryllium)으로 공식 변경되었다. <출처: gettyimages>

   

Be는 거의 모두가 9Be로 존재하나, 우주선에 의해 산소와 질소에서 10Be가 생성된다. 그리고 핵 폭발에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CO2)에 있는 13C가 고속 중성자와 반응하여 10Be가 생성되기도 한다. 10Be은 반감기가 136만년으로 매우 길어 토양에 축적된다. 따라서 이 동위원소는 토양의 침식과 생성을 조사하는데 이용되며, 과거의 핵실험 장소를 나타내기도 한다.

   

베릴륨 화합물

베릴륨은 많은 비금속 원소(H, B, C, N, 할로겐, P, S 등)와 이성분 화합물을 만든다. BeO와 Be(OH)2는 산과 염기로 모두 작용하는 양쪽성 화합물이다. Be 염은 Be(OH)2를 산과 반응시켜 얻을 수 있다. Be(H2O)42+, BeX42- (X는 할로겐), Be(OH)42-처럼 착화합물에서는 4 배위체로 주로 존재한다. 베릴륨은 화학식이 [OBe4(RCOO)6]인 일련의 안정하고 휘발성인 분자 산화물-카복실레이트(염기성 베릴륨 카복실레이트)들을 만드는 독특한 특성을 보인다. 여기서 R은 H, 메틸, 에틸, 프로필, 페닐 등이다. 이들 흰색 결정은 물에는 잘 녹지 않으나, 유기 용매에는 잘 녹는다. 이외에도 Be는 여러 리간드와 다리 걸친 착화물들을 만든다.

   

베릴륨의 생산

베릴륨은 자연계에서는 원소 상태로 존재하지 않고 화합물로 존재한다. 여러 광석이 베릴륨을 포함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베릴륨 광석은 녹주석이다. 녹주석을 Na2SiF6와 함께 700~750oC로 구운 후, 물로 BeF2를 우려내고, 이것을 pH 12 이상으로 조절하여 Be(OH)2를 침전시키는 방법으로 베릴륨을 추출한다. 베릴륨 금속은 BeF2를 약 1300 oC에서 금속 마그네슘(Mg)으로 환원시켜 얻는다.

BeF2 + Mg MgF2 + Be

또한 BeCl2와 알칼리 금속 염화물의 혼합물을 용융시킨 후 전기 분해시켜 얻을 수도 있다.

   

베릴륨은 구리나 니켈과 고강도 합금을 만든다. 베릴륨 구리로 만든 공구의 모습.

베릴륨 구리, 혹은 니켈 합금은 강도가 높아 강력 용수철 등의 재료로 사용된다. <출처: gettyimages>

   

베릴륨의 용도

베릴륨의 가장 중요한 용도는 구리나 니켈의 고강도 합금을 만드는 것이다. 구리에 0.5~3%의 Be를 첨가하면 강도가 약 6배 증가한다. 베릴륨구리(베릴륨청동)는 비자성이고 단단하며, 열 및 전기 전도성, 내마모성, 내부식성이 좋아, 항공 엔진, 정밀 기계, 각종 전자 제품의 릴레이, 강력 용수철 등의 재료로 사용된다. 또 약 2%의 Be가 들어간 베릴륨-니켈 합금은 용수철, 클립, 전기 연결기 등으로 사용된다. 베릴륨-니켈 합금은 또한 치과용 재료로도 많이 사용되는데, 독성 때문에 최근에 Be 함량을 0.02% 이하로 제한하였다.

원자번호가 작기 때문에, 베릴륨은 X-선이나 다른 고에너지 입자를 잘 투과시킨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베릴륨은 X-선관의 창, 방사광 및 입자물리학 실험 장치의 필터나 창으로 사용된다. 베릴륨은 또한 핵 반응기에서 중성자 감속제와 반사제로 사용된다. 그리고 고온에서도 안정하고 열팽창계수가 적어 방위 산업 및 항공우주 산업의 재료로도 사용된다. 또한 고성능 스피커의 떨림판 재료로도 베릴륨이 사용된다.

베릴륨은 III-V족 화합물 반도체에서 p-형 미량 첨가물로 사용된다. 그리고 산화 베릴륨은 아주 단단하고 녹는점이 높으며, 전기 부도체이면서 좋은 열 전도체이기 때문에, 흔히 고출력 트랜지스터 기판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베릴륨 화합물들은 한 때는 형광등 관으로 사용되기도 하였으나, 아래에서 소개되는 베릴륨증 때문에 생산이 중단되었다.

   

베릴륨은 원자번호가 작아 X-선이나 다른 고에너지 입자를 잘 투과시켜, X선관의 창 등의 실험장치에 사용된다. <출처: (CC)Deglr6328 at Wikipedia.org>

베릴륨은 고성능 스피커의 떨림판 재료로 사용된다. <출처: gettyimages>

   

베릴륨의 독성

베릴륨 금속 및 이의 화합물은 아주 독성이 강하다. 베릴륨이 들어있는 먼지나 화합물 증기에 노출된 사람의 상당 수(약 20%까지)가 만성 알레르기성 폐질환을 나타낸다. 폐에 염증을 일으키는 베릴륨증(berylliosis)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노출 후 몇 주에서 몇 십년까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이 병은 대부분 베릴륨 광산 노동자나 베릴륨 화합물을 포함하는 형광등에 노출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직업성 폐질환이다. 베릴륨의 독성은 Be2+의 강한 배위 능력으로 인해 Mg2+로 활성화되는 효소에서 Mg2+를 Be2+가 치환시키는 것에 기인된다고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베릴륨은 여러 용도에 적합한 아주 좋은 특성을 가진 원소이긴 하지만, 독성이 커서 가급적 사용을 피해야 하고, 사용시에는 엄격한 작업 환경을 마련하여 지키고, 베릴륨이 들어있는 각종 제품도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 수치로 보는 베릴륨
    베릴륨의 지각에서의 존재량은 무게 비로 약 2ppm(암석에서의 농도는 4~6ppm)이다. 표준원자량은 9.0122g/mol이다. 전자배치는 1s22s2이다. 녹는점은 1287oC이고, 끓는점은 2472oC로 높다. (참고로 Be 다음의 2족 원소인 마그네슘의 녹는점과 끓는점은 650oC와 1090oC이다.) 첫 번째 및 두 번째 이온화 에너지는 각각 899.4kJ/mol과 1759.1kJ/mol로 2족 원소 중에서 가장 크다. 실온에서의 밀도는 1.85g/cm3으로 가벼운 금속이다. 25oC에서 비열은 1.82J·g-1·K-1(0.435cal·g-1·K-1)로 크다. 모스 경도는 5,5로 구리의 3보다 월등히 크며, 25oC에서 열팽창계수는 11.3
    μm·m-1·K-1로 구리의 16.5μ
    m·m-1·K-1 보다 월등히 작다. 전세계 생산량은 1998에는 344톤이었으나, 2008년에는 200톤으로 줄었다. 이중 대부분이 미국에서 생산된다.
  • 2족(알칼리 토금속족) 원소
    베릴륨, 마그네슘(Mg), 칼슘(Ca), 스트론튬(Sr), 바륨(Ba), 라듐(Ra)이 이에 속한다. 2족을 2A족이라 하기도 한다. 알칼리 토금속이라 할 때는 보통 베릴륨과 마그네슘을 뺀 나머지 원소들을 일컫는다.

    박준우 / 이화여대 명예교수(화학)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템플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랫동안 이화여대에서 화학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저서로 [인간과 사회와 함께한 과학기술 발전의 발자취]와 [아나스타스가 들려주는 녹색화학 이야기] 등이 있고, 역서로 [젊은 과학도에 드리는 조언] 등이 있다.

       

    원본 위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6153&path=|453|489|&leafId=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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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상태와 변화2016. 10. 24. 14:56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제라시(C. Djerassi, 1923~)교수와 호프만(R. Hoffmann, 1937~)교수가 공동 집필한 과학연극 [산소]가 국내에서도 수 차례 성공적으로 공연되었다. 이 연극은 노벨상 100주년이 되는 2001년에 노벨상이 시상되기 이전에 화학분야에서 이루어졌던 가장 중요한 업적을 찾아 '거꾸로 노벨상'을 수상하기로 하고, 대상 업적과 수상자를 선정하기로 한 것으로 시작된다. 노벨상위원회는 산소 발견을 수상 업적으로 한다는 것에는 쉽게 동의한다. 그러나 누구를 산소 발견자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다. 연극은 산소 발견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 발견의 공로를 차지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과 경쟁을 전개한다. 왜 산소 발견이 노벨상 시상 이전에 화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업적인가? 산소 발견의 과정이 연극의 소재가 될 만큼 복잡하고 극적인가? 산소의 성질은 어떤 것이며, 어디에 이용되는가? 공기의 20%를 차지하는 산소를 둘러싼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 보자.

원자 번호 8번, 산소

산소

(Oxygen, 원소기호 O, 원자번호 8)는 지구 표면에 있는 원소 중 무게로 양이 가장 많은 원소이다. 무게 비로 대기의 23%, 암석권의 46%, 수권(水圈: hydrosphere)의 85% 이상(바닷물은 약 85.8%, 순수한 물은 88.8%)이 산소이다. 우주에서는 수소헬륨 다음으로 많은 원소이다. 산소는 거의 모든 원소와 결합하여 기체 또는 고체의 산화물을 만든다. 대기 중에서는 주로 이원자 분자인 O2기체로 존재한다. 산소는 생물체의 구조를 이루는 대부분의 분자에 포함되어 있으며, 호흡에 필수적이다. 동소체로는 보통 산소라 불리는 O2와 이보다 반응성이 큰 오존(ozone: O3)이 있다. 이들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O2를 이산소(dioxygen), O3를 오존 또는 삼산소(trioxygen)라 부르기도 한다.

   

생명의 기체. 원자번호 8번, 산소 .

산소의 원소 정보.

   

산소의 발견

산소는 1772~1774년에 셸레(C. Scheele, 1742~1786)와 프리스틀리(J. Priestley, 1733~1804)에 의해 각각 독립적으로 발견되었다. 셸레는 1772년에 산화 수은(HgO)이나 여러 질산염들을 가열하여 무색, 무취의 기체를 얻었으며, 이 기체가 일반 공기보다 연소를 더 잘 촉진시킴을 발견하였다. 그는 이 기체를 '불 공기(fire air)'라 불렀는데, 이 발견을 기술한 책의 원고를 1775년에 출판사에 보냈으나 책은 1777년까지 출판되지 않았다.

프리스틀리는 1774년에 산화 수은에 빛을 쪼여 산소를 얻었으며, 산소의 여러 성질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1775년에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그는 이 기체를 당시 유행했던 화학이론인 플로지스톤(Phlogiston)설에 적용하여, '탈플로지스톤 공기'라 불렀다. 발견은 셀레가 먼저 하였으나, 프리스틀리가 먼저 발표하였기 때문에 산소 발견의 공적은 보통 프리스틀리에게 주어진다.

   

1772년, 프리스틀리보다 먼저 산소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셸레.

프리스틀리는 1774년 산화 수은에 빛을 쪼여 산소를 얻었고, 1775년 논문으로 발표한다. 발견은 셀레가 먼저 하였으나 프리스틀리가 먼저 발표하였기 때문에 산소 발견의 공적은 프리스틀리에게 주어진다.

   

라부아지에(A. Lavoisier, 1743~1794)는 물질이 타는 것, 그리고 금속이 녹슬고 재로 변하는 것은 모두 산소와 반응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반응 전후의 질량 변화는 없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처럼 연소과정이 명확히 밝혀짐으로써 플로지스톤설은 폐기되었다. 라부아지에는 음식물의 소화 과정에서도 이런 연소가 천천히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으며, 일반 공기는 연소와 호흡에 필수적인 '생명의 공기(vital air: 산소)'와 그렇지 않은 '무생명의 공기(azote: 질소)'가 혼합된 것임을 밝혔다. 1777년에 그는 '생명의 공기'를 산(: acid)의 독특한 맛인 신맛(oxys)을 만들어 내는 것(genes)이란 뜻으로 oxygen(산소)이라고 다시 명명하였는데, 이는 산소가 모든 산의 구성 성분인 것으로 잘못 알고 한 것이다.

원자구조와 원자 성질

산소 원자는 8개의 양성자와 8개의 전자(전자배치: 1s22s22p4)를 갖고 있다. 16O의 이온화 에너지는 1315.5kJ/mol이다. 산소 원자의 전기 음성도는 3.5로 플루오르(불소, F) 다음으로 높다. 이 때문에 플루오르를 제외한 다른 원자와의 공유결합에서 산소는 부분 음전하를 갖는다.

자연 상태에서 산소는 3가지 동위원소(16O, 17O, 18O)로 존재하는데, 이중 16O이 산소 총 원자수의 99.762%를 차지하며, 17O과 18O은 각각 0.038%와 0.200%이다. 산소는 14 가지 방사성 동위원소가 알려져 있는데, 이중 반감기가 가장 긴 것이 15O로 122.24 초이다. 16O보다 가벼운 동위원소는 양전자를 내어놓으면서 질소(N)로, 그리고 18O보다 무거운 동위원소는 β- 입자(전자)를 내어 놓으면서 플루오르(F)로 전환된다.

산소 원자의 선스펙트럼.

   

원소 성질

산소의 가장 안정한 원소 상태는 이산소(O2) 분자이다. 1기압에서 O2의 녹는점은 -218.79oC(54.36K)이고, 끓는점은 -182.95oC(90.20K)이다. O2는 이중결합을 하고 있으며, 해리에너지는 493.4kJ/mol이다. 이는 삼중결합을 갖는 질소(N2)의 945.4kJ/mol보다는 많이 적지만, 단일 결합을 갖는 플루오르(F2)의 158.8kJ/mol보다는 월등히 크다.

산소는 물에 비교적 잘 녹는다. 25oC, 1기압에서 공기와 평형을 이루고 있는 순수한 물 1L에 녹아있는 산소의 양은 표준 상태 부피로 순수한 물에서는 부피로 6.04mL이고, 바닷물에 대해서는 4.95mL이다. 5oC 물에서는 이보다 약 50%가 크다. 수중 생물은 이 용해된 산소를 호흡하여 생명을 유지한다. 유기 용매에는 물에서보다 더 잘 녹는다.

O2는 물질이 외부 자기장에 끌리는 성질인 상자기성(상자성, paramagnetism)을 보인다. 이는 이원자 기체 중에서는 유일한 것으로, 1848년에 패러데이(M. Faraday, 1791~1867)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이 성질은 'O2 분자의 바닥 상태는 2개의 짝짓지 않은 전자를 갖는 삼중항(triplet) 상태'라는 분자 궤도이론의 결과로 설명된다.

O2 분자의 에너지가 낮은 들뜬 상태는 단일항(일중항, singlet) 상태이다. 두 개의 단일항 상태가 있는데, 이들은 삼중항 바닥 상태보다 에너지가 각각 94.72kJ/mol와 157.85kJ/mol만큼 더 높다. 삼중항-단일항 상태 전이는 각각 631.2nm와 473.7nm의 빛을 흡수하면 일어난다. 이 때문에 액체 산소는 약한 푸른색을 띤다. 단일항 산소는 식물의 광합성 과정, 오존의 광분해, 면역계 등에서 생성되며, 삼중항 산소보다 유기화합물에 대한 반응성이 월등히 큰 유해 산소이다. 광합성 생물에서는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단일항 상태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바닥 상태로 전환시킴으로써 조직에 대한 유해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산소는 물에 비교적 잘 녹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수중 생물은 이 용해된 산소를 호흡하여 생명을 유지한다. <출처: gettyimages>

1848년 패러데이는 산소 분자 O2의 상자기성을 발견하였다. 액체 산소의 흐름이 외부 자기장에 영향을 받아 한쪽으로 휘는 모습.

   

오존: 산소의 동소체

오존(O3)은 산소의 삼원자 동소체이다. 오존은 특이한 자극성 냄새가 나며, 푸른색을 띤다. 분자구조는 굽은 형태이다. 오존(ozone)이란 이름은 그리스어로 냄새가 나는 것이란 뜻에서 지어졌다. 이산소(O2)와는 달리 반자기성이고, 폐 조직에 유해하다.

   

   

오존은 대기의 성층권에서 자외선에 의해 O2가 분해되어 생성된 산소 원자와 이산소 분자가 결합하여 생성된다. 오존은 220~290nm 영역의 자외선을 강하게 흡수하기 때문에, 성층권의 오존층은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냉매 등으로 사용된 염화플루오르화탄소화합물(CFC)을 비롯한 여러 플루오르화 화합물이 오존층을 파괴하는 것으로 밝혀져 이들의 사용이 금지되었다. 지구 표면에서의 오존은 생명계에 해로운 공해물질로, 광화학적 스모그 과정에서 생성된다.

O2 기체를 전기방전시키거나 자외선을 쪼여 오존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 오존은 산성 용액에서는 빠르게 O2 분자와 산소원자(O)로 분해되나, 알칼리 용액에서는 비교적 안정하다. 오존은 알칼리 금속과 MO3형식의 오존화물을 생성하며, 불포화 유기화합물과도 쉽게 반응한다. 오존은 소독, 식품의 멸균, 수도물의 정수, 산업 폐기물의 처리, 하수에서 나오는 악취를 제거하는데 사용된다.

산소 화합물

산소는 거의 모든 원소와 산화물을 만든다. 물(H2O), 이산화탄소(CO2), 지각의 암석과 대부분의 광물이 산화물이다. 석회석, 규산염, 황산, 질산, 인산 등도 산소를 포함하고 있다.

   

1978년, 미국과 캐나다, 노르웨이는 오존층 파괴의 원인으로 여겨진 CFC를 포함하는 에어로졸 스프레이를 금지했다. CFC가 금지되지 않았을 경우 연도별 지구 오존층의 농도 변화 예측.

   

많은 친숙한 유기화합물들도 산소를 구성 성분으로 하고 있는데, 알코올(ROH), 에테르(ether, ROR'), 에스터(ester, RCOOR'), 카복실산(RCOOH) 등이 그 예이다. 산소는 또한 전이 금속의 리간드(ligand)로 작용하여, 금속-O2 결합을 형성한다. 헤모글로빈의 헴(heme)의 중심에 있는 철과 산소의 결합은 인체 호흡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거의 모든 화합물에서 산소의 산화 상태는 -2이다. 수소, 알칼리 금속, 알칼리 토금속들과 간혹 산화물 이외에 M2O2(알칼리 토금속의 경우 MO2) 형태의 과산화물(peroxide)을, 그리고 포타슘(K), 루비듐(Rb), 세슘(Cs) 등의 금속과는 MO2 형태의 초과산화물(superoxide)을 생성하기도 한다. 산소의 산화수는 과산화물에서는 -1이고, 초과산화물에서 -1/2이다. 그리고 오존화물에서는 -1/3이다. 산소의 산화수가 양(+)인 경우도 있는데, 그 대표적 예가 OF2이며, 이는 2% NaOH 수용액과 플루오르 기체를 반응시켜 얻는다.

2F2 + 2 NaOH OF2 + 2NaF + H2O

OF2는 강한 산화제이며, 다른 여러 가지 플루오르화 화합물들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OF2에서 산소의 산화수는 +2이다. 산소의 산화수가 +1인 화합물로는 O2F2를 들 수 있다.

   

산소의 실험실적 제조 방법

소량의 산소를 실험실에서 제조하고자 할 때는, 물을 전기분해 시키거나, 산소 화합물을 촉매 존재 하에서 분해시켜 얻을 수 있다. 예로, 과산화수소(H2O2) 수용액을 촉매 존재 하에서 분해시키면 물과 산소가 얻어진다. 여러 산소산 염들은 가열하면 산소를 내놓으면서 분해되는데, 가장 편리하게 사용되는 것이 염소산 포타슘(KClO3)이다. 이는 400~500oC에서 분해되나, 촉매로 이산화망가니즈(MnO2)를 첨가하면 분해온도가 150oC로 낮아진다.

2 KClO3 2 KCl + 3 O2

현재 대부분의 산소는 공기로부터 분리하여 강철 실린더에 담아 필요한 곳에 편리하게 공급된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구태여 실험실에서 제조할 필요는 없다.

산소의 공업적 생산

년간 1억 톤 이상의 산소가 각종 산업에 사용하기 위해 공기로부터 분리되어 생산되고 있다. 산소를 분리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액화 공기를 분별 증류하는 것으로, 산소보다 끓는점이 낮은 질소(끓는점 -195.8oC, 77.36 K)가 먼저 증류되어 나오고 산소는 액체로 남아 분리된다. 또 다른 방법은 질소를 흡착하는 제올라이트 분자체(zeolite molecular sieve)를 사용하는 압력순환흡착(Pressure Swing Adsorption, PSA)법이다. 이 방법은 비냉각법으로, 사용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산소는 선철을 강철로 만드는 제강 공정에서 사용된다. 선철 내의 탄소, 규소, 인 및 기타 불순물들을 산화시켜 제거하고, 탄소 함량을 낮추는 데 산소가 사용된다.<출처: (CC)Jean-Pol GRANDMONT at Wikipedia.org>.

산소는 인간이 호흡할 수 있는 공기가 제한된 환경, 즉 바다나 우주에서의 활동을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출처: gettyimages>

   

산소의 이용

공업적으로 생산된 산소의 50% 이상은 제철 공정에서 선철(pig iron)을 강철로 만드는데 사용된다. 선철 무게의 5~10%를 차지하는 탄소, 규소, 인 및 기타 불순물들을 산화시켜 제거하고, 탄소 함량을 낮추는데 산소가 사용된다. 그리고 생산된 산소의 약 25 %는 화학공업에서 사용된다. 예로, 에틸렌을 O2와 반응시켜 산화에틸렌(ethylene oxide)을 얻는다. 산화에틸렌은 에틸렌 글리콜로 전환되어, 부동액으로 사용되거나 에스테르(에스터) 등 다른 여러 화학 제품을 얻는데 이용된다.

   

   

산소는 이 밖에도 산소 호흡기 등 의학적 용도, 잠수부, 고산 등산가, 우주인에 대한 산소 공급, 산소-아세틸렌 불꽃을 이용한 금속의 절단과 용접, 물 처리 등에 사용된다. 또한 로켓에서 추진력을 얻기 위한 연료의 산화제로도 사용된다.

산소와 생명 현상

산소는 녹조류, 남조류, 식물의 산소성 광합성 과정에서 생성된다. 지구상에서 남조류에 의한 산소 생성은 약 25억년 전에 시작되었으며, 이에 의해 대기 중에 산소가 축적되었다. 산소가 생성, 축적됨으로써 지구 대기는 환원성에서 산화성으로 변화게 되었다. 지구에서 생성되는 산소의 약 70 %는 해양 조류 및 식물에 의해 생성된다. 광합성 과정은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6 CO2 + 6 H2O + 포도당 (C6H12O6) + 6 O2

   

모든 호기성 생명체의 세포 호흡에는 산소가 필수적이다. 호기성 세포 호흡에서는 위의 광합성 과정의 역반응이 일어나며, 이때 빛 대신 많은 양의 에너지(포도당 1g 당 16kJ)가 방출된다. 이 에너지는 고에너지 화합물인 ATP로 저장되고, ATP는 다른 생체 내 반응을 일으키는 에너지원으로 이용된다. 생물계의 조개 껍질, 치아, 뼈의 주성분도 산소 화합물이다. 산소는 또한 단백질, 핵산, 지방, 탄수화물 등 생체 구조를 이루는 거의 대부분 분자의 구성 성분이다.

생명체에서는 과산화 이온이나 과산화 수소와 같은 반응성이 큰 활성 산소가 생성되는데, 이들은 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고등 생물의 일부 면역계에서는 과산화물, 초과산화물, 단일항 산소 등을 만들어 침입된 유기체를 파괴하기도 한다.

물 분자는 이에 포함된 산소의 동위원소에 따라 질량에 다르다. H216O는 H218O보다 가볍고, 따라서 보다 빠르게 증발되며 극 지역으로 이동한다. 증발 속도의 차이는 온도가 낮을수록 크다. 따라서 지구의 온도가 낮을수록, H218O 분포는 바닷물에서 많아지고, 대기 중에는 적어진다. 고기후학에서는 해양 퇴적물이나 빙산 깊숙이 있는 얼음의 산소 동위원소 비를 구하여 과거의 지구 온도를 알아내기도 한다.

   

산소는 식물의 엽록체에서 일어나는 광합성 작용을 통해 생성된다. <출처: (CC)Kristian Peters at Wikipedia.org>

  • 수치로 보는 산소
    산소는 우주에서 3번째로 풍부하며, 지구 표면에서 무게비가 가장 큰 원소이다. 무게 비로는 대기의 23%(부피 비로는 20.95%), 암석권의 46%, 수권의 85% 이상을 차지한다. 대기 중에서는 주로 무색, 무취의 이원자 분자 기체인 O2로 존재하며, 밀도는 0oC, 1기압에서 1.429g/L이다. 표준원자량은 15.999g/mol이다. 녹는점은 -218.79oC(54.36K)이고, 끓는점은 -182.95oC(90.20K)이며, 임계점은 –118.56oC(154.59K), 50.5bar이다. 전자배열 1s22s22p4이며, 이온화 에너지는 1315.52kJ/mol이다. O2의 바닥 상태는 삼중항 상태이며, 낮은 에너지의 들뜬 상태는 두 개의 단일항 상태인데, 이들의 에너지는 삼중항 상태에 비해 94.72와 157.85 kJ/mol만큼 높다. 이는 파장이 631.2nm와 473.7nm인 빛의 에너지에 해당된다. 매년 1억톤 이상이 공기에서 분리되어, 제철공업, 화학공업, 용접, 치료 등에 사용된다.

    박준우 / 이화여대 명예교수(화학)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템플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랫동안 이화여대에서 화학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저서로 [인간과 사회와 함께한 과학기술 발전의 발자취]와 [아나스타스가 들려주는 녹색화학 이야기] 등이 있고, 역서로 [젊은 과학도에 드리는 조언] 등이 있다.

       

    원본 위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6158&path=|453|489|&leafId=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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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소

상태와 변화2016. 10. 24. 14:55

   

붕소가 들어있는 대표적 화합물은 붕사붕산이다. 붕사는 오래 전부터 도자기 유약의 재료로 사용되어 왔으며, 붕산은 눈 세정제로 우리와 친숙하다. 채소를 재배하는 농부들은 가끔 농토에 붕사를 비료로 뿌린다. 그리고 붕소 화합물들은 안전한 원자력 발전과 반도체 제조에도 사용된다. 붕소가 어떤 원소이고, 붕소의 화합물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어떻게 만들어져 어디에 사용되는지 알아 보기로 하자.

   

원자번호 5번, 붕소

붕소

는 원자번호 5번의 원소로 원소기호는 B이다. 주기율표에서 13족(3A족)에 속하는 갈색-검정색 준금속

원소로, 화합물에서의 산화 수는 +3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주로 붕산염과 붕산으로 존재한다. 지구 껍질에서의 존재 비는 약 0.001%로 비교적 흔하지 않은 원소이며, 식물의 필수 영양소이다. 원소 상태의 붕소 중 결정형은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단단하다. 붕소 화합물들은 주로 붕사에서 출발하여 만들어지는데, 이들은 도자기 유약, 내열유리 제조, 살충제, 융제, 세제 첨가제, 반도체의 미량 첨가 불순물 등 아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또한 핵 반응기에서 열중성자 조절제와 방사선 차폐물로, 그리고 강화 유리 섬유, 항공우주 산업의 경량 구조체 등의 제조에도 붕소 화합물들이 사용된다. 붕소의 수소화물은 유기화학에서 사용되는 중요한 환원제이다. 최근에는 붕소의 마그네슘 화합물 MgB2가 39K에서 초전도 전이를 보이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안전한 원자력 발전의 숨은 비밀, 원자번호 5번, 붕소. <출처: gettyimages>

붕소의 원소 정보.

   

붕소의 발견과 명명

붕소는 주로 증발암 광석인 붕사(硼砂, borax, 화학식 Na2B4O7·10H2O)와 울레사이트(ulexite)에 들어있다. 티베트 서부 사막에서 생산된 붕사는 중국에서 오래 전부터 도자기 유약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붕사는 아랍을 거쳐 유럽에 전해졌으며, 야금할 때 광물을 녹이는 융제로도 사용되었다. 원소 상태의 붕소는 1808년에 영국의 데이비(H. Davy, 1778~1829), 그리고 프랑스의 게이-뤼삭(J. L. Gay-Lussac, 1778~1850)과 테나르(L. J. Thenard, 1777~1857)가 붕사와 황산의 반응을 통해 붕산(H3BO3)을 얻은 후, 이를 포타슘(K)과 반응시켜 얻었다. 그러나 이때 얻은 붕소는 상당히 불순한 것이었다. 1824년에 베르셀리우스(J. J. Berzelius, 1779~1848)는 붕소가 원소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1892년에 프랑스의 무아상(H. Moissan, 1852~1907)은 산화붕소(삼산화붕소 또는 붕산 무수물이라고도 함, B2O3)를 마그네슘(Mg)과 반응시켜 95~98% 순도의 붕소를 얻었으며, 순수한 붕소는 1909년에야 얻어졌다.

붕소의 영문 이름 'boron'은 붕사의 아랍어인 'buraq' 또는 페르시아어인 'burah'에서 따왔다. 데이비는 붕소를 보라슘(boracium)이라 불렀는데, 뒤에 베르셀리우스가 탄소(carbon)와 성질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boron'이라 명명하였다.

원소 상태의 붕소를 분리한 영국의 데이비(왼쪽), 게이-뤼삭(가운데), 테나르(오른쪽).

   

원자구조와 원소 성질

붕소의 전자배치는 헬륨(He)의 전자배치에 추가로 3개의 전자가 더 높은 에너지 상태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붕소 화합물의 형식 산화 수는 +3이다. 붕소의 제 1, 2, 3 이온화 에너지는 13족의 다른 원소들에 비해 상당히 높다. 화학결합에서 전자를 끌어들이는 정도를 나타내는 전기음성도수소(H), 실리콘(Si), 저마늄(Ge)과 비슷하며, 탄소(C)보다는 약간 적다.

붕소는 탄소와 비슷하게 공유결합으로 연결된 여러 형태의 안정한 분자망을 만들 수 있다. 중요한 원소 상태의 형태(동소체)로 비결정성붕소와 결정성 붕소가 있다. 이중 결정성 붕소는 모스 경도가 약 9.5로,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단단하다. 붕소는 녹는점이 2,092oC로 비금속 중에서는 탄소 다음으로 높고, 밀도가 낮으며, 전기 전도도가 아주 낮은 단단한 내화물이다. 불꽃은 녹색이다.

비록 붕소가 자연계에서 화합물 상태로만 존재하지만, 결정성 붕소는 화학적으로 비활성이고, 끓는 염산에도 녹지 않는다. 그러나 가루로 만들면 높은 온도에서 진한 과산화수소, 진한 질산, 황산 등과 반응한다. 실온에서는 공기와 반응하지 않으나, 높은 온도에서는 반응하여 산화붕소가 된다. 유황(S)과도 비슷하게 반응하여 B2S3가 되며, 할로겐 원소(X2)와는 할로겐화물(BX3)을 만든다. 이들 반응은 붕소의 결정성, 입자 크기, 순도, 그리고 반응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자연 상태에서 붕소는 10B(19.9%)와 11B(80.1%)의 두 가지 동위원소로 존재한다. 10종 이상의 다른 붕소 동위원소들이 핵반응으로 만들어졌다.

   

불순물이 포함된 붕소의 다결정 덩어리.

붕소의 대표적 화합물인 붕사는 오래 전부터 도자기 유약의 재료로 사용되어 왔다.

   

붕소 화합물

붕소는 산소, 탄소, 질소(N), 유황, 할로겐 등 여러 비금속 원소는 물론, 여러 금속 원소들과 2성분 붕소화물을 만든다. 200 종 이상의 2성분 붕소화물이 만들어졌는데, 화학 구조와 성분비가 아주 다양하다. 또한 붕소-탄소 결합을 갖는 여러 유기붕소 화합물들도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는데, 삼페닐붕소[(C6H5)3B]가 한 예이다.

붕소 화합물 중에서 특이한 것으로는 보레인(borane)이라 불리는 붕소-수소화물들이다. 50종이 넘는 중성 보레인(화학 일반식, BnHm: n과 m은 정수)과 이 보다 많은 수의 보레인 음이온(화학 일반식, BnHmx-)들이 알려져 있다. 이들은 대부분 B-B 결합 또는 B-H-B 결합을 갖는 우리 모양의 구조를 하고 있는데, B2H6와 B4H10의 구조를 아래에 나타내었다. 이들 화합물에서는 구성 원소의 산화상태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붕소와 붕소 화합물의 생산

원소 상태의 붕소를 얻기는 쉽지 않다. 무아상이 이용한 초기의 방법은 산화붕소를 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 금속과 고온에서 반응시키는 것으로, 마그네슘을 사용한 반응식은 다음과 같다.

B2O3 + 3 Mg 2 B + 3MgO

   

이 방법으로 만든 붕소에는 사용한 금속의 산화물이 불순물로 들어간다. 순수한 붕소는 휘발성인 붕소 할로겐화물을 고온에서 수소로 환원시켜 얻으며, 반도체 공업에서 사용되는 초고순도 붕소는 다이보레인(B2H6)을 분해시켜 얻는다. 붕소 화합물들은 주로 붕사나 산화붕소에서 출발하여 만든다. 산화붕소는 붕사를 황산으로 처리하거나 붕산을 탈수시켜 만드는데, 붕사를 원료로 하는 반응은 다음과 같다.

Na2B4O7 + H2SO4 2 B2O3 + Na2SO4 + H2O

   

이 반응은 용융로에서 이루어지는데, 750oC 이상에서 용융된 B2O3(녹는점이 450oC) 액체를 황산소듐(Na2SO4) 고체에서 분리시켜 식히면 산화붕소가 얻어진다. 많이 사용되는 할로겐화 붕소인 BCl3와 BBr3는 산화붕소를 탄소 존재 하에서 할로겐과 반응시켜 얻는다.

B2O3 + 3C + 3 X2 3 CO + 2 BX3 (X = Cl, Br)

   

그리고 BF3는 붕사를 플루오르화 수소와 반응시킨 후 황산으로 처리하여 얻는다.

Na2B4O7 + 12 HF [Na2O(BF3)4] + 6 H2O

[Na2O(BF3)4] + 2 H2SO4 2 NaHSO4 + H2O + 4 BF3

   

B2H6의 산업적 생산에서는 주로 BF3를 수소화소듐(NaH)으로 환원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2 BF3 + 6 NaH B2H6 + 6NaF

   

붕소는 원자로 냉각에 필수적인 물질로, 핵분열의 감속재로 쓰인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때 한국 정부가 일본에 붕소를 지원해 주기도 했다.

붕소 중성자 포획 치료 요법의 도식. 10B를 포함하는 화합물을 암 조직 부근 근육에 주입해 저용량의 열중성자를 쪼이면 붕소에서 고에너지 알파 입자가 나와 암조직을 파괴한다.

원자력 발전과 붕소 동위원소 10B

   

10B 동위원소는 열중성자를 아주 잘 포획하는데, 중성자의 에너지에 따라 다르지만, 그 능력은 11B의 대략 100만 배 정도이다. 이 때문에 10B 동위원소 화합물들은 원자력 산업에서 핵반응 조절제, 응급 핵반응 중지제, 그리고 핵연료 재충전을 위한 가동 정지제로 사용된다. 따라서 원자력 산업에서는 20%의 10B과 80%의 11B으로 구성된 자연상태의 동위원소 혼합물을 거의 순수한 10B로 농축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붕소 동위원소 농축 방법이 개발되었으나, 주로 BF3의 다이메틸에테르 복합체를 분별 증류하거나 붕산염을 관크로마토그래피로 분리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농축된 10B는 방사선을 차단하는데도 사용된다. 또한 암 조직의 중성자 포획 치료 요법으로도 사용되는데, 10B를 포함하는 화합물을 암 조직 부근 근육에 주입해 암 세포 부근에 모이게 한 후 저용량의 열중성자를 쪼이면 붕소에서 고에너지 알파 입자가 나와 암 조직을 파괴한다.

   

붕소 화합물의 가장 큰 용도 중 하나는 세제로, 붕소 화합물은 표백제의 전구 물질 역할을 한다. <출처: gettyimages>

붕규산 유리는 열팽창계수가 작기 때문에 열충격에 잘 견디어 실험 기구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붕소의 이용

붕소 화합물들은 앞서 언급된 원자력 산업에 이용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사용되는 붕소화합물로는 붕사(Na2B4O7 및 이의 수화물), 과붕소산염(BO3-의 염), 붕소 산화물, 붕산염, 붕산의 에스테르, 다이보레인을 비롯한 붕소 수소화물, 유기붕소화물, 탄(소)화붕소화물 등이 있다.

붕소 화합물의 가장 큰 용도는 붕사를 세제와 청정 재료, 그리고 화장품들의 첨가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붕소 화합물의 주된 역할은 표백제의 전구 물질이다. 붕사를 가성소다와 과산화수소와 반응시켜 얻은 과붕소산염 소듐(NaBO3)은 많이 사용되는 표백제로, 표백 치약에 들어가기도 한다. 다음으로 큰 용도는 파이렉스와 같은 내열성 경질유리(붕규산유리: borosilicate glass), 유리 섬유, 유리 솜을 만드는 것이다. 붕규산유리는 열팽창계수가 작기 때문에(소다 유리의 약 1/25) 열충격에 잘 견디어 주방용 조리 기구와 실험 기구를 만드는데 쓰인다. 붕소가 들어간 유리 섬유와 솜은 강하면서도 가벼워 항공기 구조체, 고급 스포츠 용품을 만드는데도 사용된다. 붕소 화합물은 또한 법랑을 만드는데도 상당량이 사용되며, 작은 양이지만 합성 제초제와 비료로도 사용된다.

산화붕소와 탄소의 반응에서 만들어지는 탄화붕소(B4C)는 아주 단단하기 때문에, 장갑차, 방탄 조끼, 여러 구조체의 제조, 그리고 방사선 차폐물질의 제조에 사용된다. 또한 탄화붕소와 질소화붕소(BN)는 연마제로 사용되며, 페로붕소(ferroboron: FeB) 합금은 제철 공업에서 강철의 강도를 높이는데 사용된다. 유기붕소 화합물, 보레인, BF3 등은 각종 유기 화학 반응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붕소는 반도체인 4족 원소보다 1개의 전자가 적기 때문에, P형 반도체를 만드는 미량 불순물로 사용된다. 붕소를 실리콘이나 저마늄 반도체에 첨가하는 여러 방법들이 개발되었다. 최근에는 붕소의 마그네슘 화합물 MgB2가 39K에서 초전도 전이를 보이는 현상이 발견되어 고온 초전도 자석에 응용될 것이 기대된다.

붕산은 항균 및 항바이러스 성질이 있기 때문에 눈 세정제 등의 약품으로 사용되며 수영장의 물을 정화하는데도 이용된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개미나 바퀴벌레 등에 대한 살충제로 사용되어 왔다.

   

단단한 탄화붕소를 이용해 만들어진 방탄 조끼.

붕산은 항균 및 항바이러스 성질이 있기 때문에 수영장의 물을 정화하는데도 이용된다. <출처: getyimages>

   

붕소의 생물학적 역할

붕소는 식물의 필수 영양소 중의 하나이다. 이 원소의 주된 역할은 식물의 세포벽을 단단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토양에 붕소가 너무 많으면 식물의 성장이 저해되고, 잎이 마르게 된다. 농도가 2.0ppm 보다 높으면 대부분의 식물은 잘 자라지 못하고, 일부는 죽는다.

동물 실험에서 극미량의 붕소가 동물에게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자연 상태에서 붕소 결핍 증상이 관찰된 경우는 없다. 이는 식물에서 얻은 대부분의 식품에 붕소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이 붕소를 영양소로 별도로 섭취하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 수치로 보는 붕소
    붕소의 표준원자량은 10.81g/mol이다. 물리적 성질은 결정 형태에 따라 다른데, 가장 안정한
    β
    -마름모계는 녹는점이 2092oC이고 끓는점은 3927oC이다. 밀도는 결정형에 따라 다르나, 실온에서 2.35~2.52g/cm3 범위에 있다. 전자배열은 1s22s22p1이며, 대부분의 화합물에서 산화 수는 +3이나, +4, +2, +1인 경우도 있다. 제1, 제2, 제3 이온화 에너지는 각각 800.8, 2427.1, 3659.7kJ/mol이다. 비열은 25oC에서 1.03J·g-1·K-1(0.245cal·g-1·K-1)이다. 지각의 약 0.001%를 차지하며, 상업적 가치가 있는 전세계 붕산염 매장량은 약 1,000만 톤으로 추정되며, 이중 72%가 터키에 있다.
  • 준금속(metalloid)
    금속과 비금속의 중간 성질을 갖는 원소들이다. 양쪽성 원소, 반금속으로도 불린다. 주기율표에서 13족 2주기 (붕소)에서 16족 6주기(폴로늄, Po)까지 비스듬하게 위치하고 있는 원소들로, 실리콘(Si), 저마늄(Ge), 비소(As), 안티모니(Sb), 텔루륨(Te)이 이에 속한다.

    박준우 / 이화여대 명예교수(화학)

       

    원본 위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6237&path=|453|489|&leafId=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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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는 너무 작아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으나, 우리는 정확한 분자 구조와 크기까지도 알고 있다. 여기에 사용된 가장 오래된 방법이 분광법이다. 이는 화학이 발전하던 초기에는 새로운 원소 발견의 주된 도구였으며, 이제는 화학물질의 분석과 구조 규명에서 필수적인 도구이다. 분광법은 최근에는 분자의 변화 과정을 볼 수 있는 <분자 영화>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였고,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데도 쓰이며, 별이나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원소와 분자들을 발견하는 데도 이용되고 있다.

뉴턴에 의해 개척된 분광법, 무지개는 스펙트럼이다

빛이 여러 색의 혼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무지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17세기 중반까지는 사람들은 무지개의 이런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신비스러운 것으로 여겼다. 물체 운동에 대한 법칙을 완성한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은 초기에는 빛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그는 프리즘을 통과한 태양 빛이 무지개처럼 여러 색으로 나누어지는(즉 분광되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를 '스펙트럼'이라 불렀으며, 여러 색으로 나누어진 빛을 합치면 다시 흰색의 빛이 되는 것을 알아내었다. 이렇게 뉴턴에서부터 분광법은 발전하게 된다. 즉, 빛을 파장 (또는 에너지) 별로 나누어 파장에 따른 세기를 측정하는 것이 분광법이다. 또한 이에 사용되는 장치를 분광기라 한다.

   

빛은 프리즘을 통과하면 여러 색깔로 파장에 따라 나눠진다.

<출처: Kieff ko.wikipedia.com>

   

태양 스펙트럼에 존재하는 검은 선들의 비밀

   

19세기 초반에 이르러서는 분광기의 분해 성능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이를 사용하여 태양 빛을 나누어 자세히 조사한 결과 수백 개의 검은 선들이 관찰되었다. 특히 1814년, 프라운호퍼(Joseph von Fraunhofer, 1787-1826)는 검은 선들의 상대적 위치를 정확하게 재었는데, 이들 프라운호퍼 선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만족할 만한 설명은 하지 못하였다. 1830년에는 금속 염을 불꽃에 넣으면 금속 종류에 따라 특유한 색의 빛이 나오는 것이 관찰되었으며, 개량된 분광기를 통해 이 빛을 분산시켜 조사한 결과, 규칙적인 여러 선들이 발견되었다.

1859년 키르히호프(Gustav Robert Kirchhoff, 1824~1887)와 분젠(Robert Bunsen, 1811~1899)은 금속 염을 넣은 불꽃에 빛을 통과시킨 후, 통과된 빛을 분산시켰다. 분산된 스펙트럼에는 금속 원소가 빛을 흡수하여 생긴 검은 선이 생김을 관찰하였고, 그 검은 선의 위치가 빛을 통과시키지 않았을 때, 불꽃에서 나오는 빛의 선과 똑 같은 위치에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이로부터 '스펙트럼에서 어떤 원소가 흡수하는 빛의 파장과 방출하는 빛의 파장은 정확하게 똑 같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들은 나아가 프라운호퍼 선은 태양 주위의 차가운 대기 층에 존재하는 원소가 태양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 설명하였고, 여러 금속 원소의 스펙트럼과 태양 빛의 스펙트럼을 비교하여 어떤 원소가 태양에 존재하는가도 밝혔다. 이 방법은 현재 물질에 존재하는 금속 원소를 찾아내고, 흡수나 방출 세기로부터 농도를 구하는 원자분광법의 기본이 되었다.

   

분광학의 발전에 이바지한 세 사람

(왼쪽부터 키르히호프, 분젠,로스코)

<출처:Astrochemist at en. wikipedia.com>

   

분광법을 이용하여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다

키르히호프와 분젠의 원소 스펙트럼을 얻는 방법은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는 데 사용되었다. 알려진 원소의 화합물을 넣은 불꽃의 스펙트럼으로부터 그 원소의 스펙트럼을 얻는 방법으로, 알려진 모든 원소들의 스펙트럼을 정리한 후, 미지 광물의 스펙트럼을 이들과 비교하여 그 광물에 어떤 원소가 들어있는가를 알게 되었다. 그때까지 알려진 원소들의 스펙트럼에 맞출 수 없는 스펙트럼 선이 발견되면 이는 곧 새로운 원소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되었고, 뒤이어 이를 분리함으로써 새 원소의 실체를 확인하였다. 원소의 이름에는 불꽃 스펙트럼 선의 색에서 유래된 것들이 있는데, 인듐(In)은 푸른색 염료인 인디고에서, 루비듐(Rb)은 진한 붉은색의 그리스어인 루비디우스(rubidinus)에서 나왔다. 멘델레예프(Dmitrii Ivanovich Mendeleev, 1834~1907)의 주기율표에서 빈 자리로 남아있던 원소들도 불꽃의 스펙트럼에서 나타난 새로운 선들에서 처음으로 그 존재가 확인되었다. 또한 1868년 개기일식 때 얻은 태양 빛의 스펙트럼에서 지구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원소의 스펙트럼이 발견되었는데, 이를 태양을 뜻한 그리스어 헬리오(helio)를 따서 헬륨이라 명명하였다. 헬륨은 1895년에 지구상에서도 발견되었다.

   

리튬의 불꽃 반응색

<출처:Saperaud at en. wikipedia.

com>

나트륨의 불꽃 반응색

<출처:Swn at en. wikipedia.com>

칼륨의 불꽃 반응색

<출처:Saperaud at en. wikipedia.

com>

구리의 불꽃 반응색

<출처:Swn at en. wikipedia.com>

   

분광법으로 분자 구조도 알아낼 수 있다

1900년대 초에는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이라고 알려졌으며, 또한 아인슈타인에 의해 빛이 입자의 성질을 갖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원자나 분자가 낮은 에너지 상태에서 높은 에너지 상태로 되기 위해서는 그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빛 알갱이(광자)를 흡수하여야 하며,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낮은 에너지 상태로 전이하면 그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빛(광자)을 방출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양자역학의 발전으로 원자나 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 상태가 어떤 것인가도 알려졌다.

분자의 경우에는 전자의 에너지 상태 외에도 진동과 회전에너지 상태가 있다. 이들 에너지 상태의 값은 분자 구조에 의해 결정되며, 에너지 간격은 전자에너지, 진동에너지, 회전에너지 순으로 작아진다. 따라서 전자에너지가 변할 때는 큰 에너지 빛인 자외선-가시광선(UV-Visible)을, 진동에너지 상태가 변할 때는 적외선(IR: infrared)을, 회전에너지가 변할 때는 보다 파장이 긴 마이크로파를 흡수 또는 방출한다. 물론 전자의 에너지 상태가 변할 때 회전이나, 진동에너지 상태도 변하고, 진동에너지 상태가 변할 때는 회전에너지 상태도 변한다.

원자 스펙트럼이 원자마다 독특하듯이, 분자 스펙트럼도 분자마다 독특하다. 따라서 분자의 스펙트럼을 얻으면 어떤 분자가 얼마의 농도로 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진동에너지 간격은 진동하는 결합의 힘 상수와, 회전에너지 간격은 분자의 관성 모멘트와 양자역학적으로 연관되므로 이들의 스펙트럼 분석에서 분자 구조(원자간 결합 거리 및 각도)도 알 수 있다. 그리고 간단한 분자의 경우, 양자역학적 계산으로 분자의 스펙트럼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도 있다.

   

핵자기공명(NMR), 자기공명영상(MRI)등에 분광학이 응용된다

   

MRI로 촬영한 영상을 가지고 몸 속 질병을 알아볼 수 있다.

   

수소 원자핵 등 일부 원자핵이나 홑 전자는 스핀을 갖고 있으며, 이들은 자기장에서 스핀 상태가 다른 여러 (수소 원자핵은 두 가지) 에너지 상태를 갖는다. 따라서 자기장 하에서 이들 스핀 상태의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전자기파를 쪼이면 흡수가 일어나서 높은 에너지 스핀 상태가 되며, 높은 에너지 스핀 상태는 같은 파장의 전자기파의 영향으로 낮은 에너지 스핀 상태가 된다. 이를 자기공명(magnetic resonance)이라 하는데, 전자 스핀의 자기공명은 보통 마이크로파에서, 핵자기공명은 라디오파에서 일어난다. 화학이나 생물학에서 많이 사용되는 핵자기공명(NMR)은 주로 수소원자핵의 자기공명을 사용한다. 핵에 작용하는 자기장은 핵 주위 환경에 따라 외부에서 걸어준 자기장과 약간씩 다르고, 또 이들 핵의 자기 쌍극자는 이웃에 있는 다른 핵과 상호작용을 하며, 상호작용의 정도는 핵 사이의 거리와 연결 형태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핵자기공명 스펙트럼을 분석함으로써 환경이 다른 핵이 몇 종류가 있고, 각 핵의 이웃에는 몇 개의 핵이 있으며, 이들간의 거리는 얼마인가를 알 수 있다.

   

핵자기공명은 유기화합물과 생물분자의 구조 규명에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또한 최근에는 신체의 조직에 있는 물 분자의 핵자기공명을 영상화시켜 비정상 조직, 즉 물의 상태가 다른 조직을 찾는 데 이용되고 있는데, 이것이 자기공명영상(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이다. 여기서 핵을 뺀 것은 이 말이 주는 거부감을 없게 하기 위함으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레이저를 사용한 초고속 분광법이 개발되어 분자가 진동 또는 회전하는 운동을 초고속으로 추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로써 약 1조 분의 1초 정도의 시간 분해능으로 얻어지는 스펙트럼에서 화학적 변화가 어떤 순간에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보여줄 수 있는 '분자 영화'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박준우 /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원본 위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1456&path=|453|489|&leafId=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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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약

상태와 변화2016. 10. 24. 14:53

술을 아주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벌개져서 술자리에 있는 모든 술은 혼자 다 마신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도 그 중 한 명이며,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술 지시약'인 셈이다. 대개 유전적으로 알코올 분해 효소가 없어서 만년 비주류로 될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은 기분 낸다고 몰래 술 한잔도 마실 수 없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이 금방 알아채 버리기 때문이다.

화학 반응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지시약은 여러 종류가 있다. 화학 반응은 pH가 변하는 반응을 비롯하여, 침전이 생기는 반응, 산화 환원이 일어나는 반응, 복합물(complex)이 생성되는 반응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지시약을 이용하면 각 반응의 상태 혹은 완결 여부를 판별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반응에 알맞은 지시약을 선택하여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 염기를 판별할 수 있는 산/염기 지시약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산 염기 지시약의 대명사, 리트머스

   

학창 시절에 마치 주문처럼 외웠던 리트머스 종이의 색 변화, '산파빨 알빨파'를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산파빨, 알빨파'는 산성 용액을 파란색 리트머스 종이에 칠해보면 빨간색으로 변하며, 알카리 용액을 칠해보면 빨간색 리트머스 종이가 파란색으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도 중학교 수준에서는 과학 선생님께서 왜 그렇게 변하는지 설명해주셨어도 온전한 이해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주문처럼 외우게 하셨던 것 아닐까?

리트머스는 산/염기를 구별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되고 잘 알려진 지시약이다. 리트머스는 공생식물의 하나인 리첸(lichen)에서 추출한 수용성 염료 혼합물을 말한다. 리트머스 종이(litmus paper)는 그 염료를 거름 종이(filter paper)에 흡수시켜서 말린 것이다. 산 혹은 염기인지 판별해보고 싶은 용액을 리트머스 종이에 칠해보면 용액의 pH에 따라 색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리트머스 시험지. 왼쪽이 염기성, 오른쪽이 산성이다.

   

리트머스 시험이라는 말은 과학 외에서도 흔히 쓰인다. 청문회 자리에 참석하는 고위 공직자 후보들도 리트머스 시험(litmus test)의 대상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판별대상이 사람이기에 색 변화가 화학물질처럼 분명하지는 않겠지만 다양한 질문(염료)에 대한 답(색 변화)을 듣다 보면 그 사람 고유의 색도 파악이 불가능하지는 않은가 보다.

자연의 지시약 안토시아닌

리트머스의 색을 나타내 주는 발색단(chromophore) 분자의 구조는 안토시아닌과 유사한 점이 많다. 리트머스 혹은 안토시아닌은 벤젠고리와 유사 벤젠고리 구조들이 연결된 형태를 하고 있다. 유사 벤젠고리는 벤젠을 구성하는 탄소의 한두 개가 산소나 질소로 치환된 화합물을 말한다. 또한 벤젠고리의 수소 자리에 수산화 기(OH-), 카르복실 기(COO-), 카보닐 기(CO-), 설포닐 기(SO3-)와 같은 각종 작용기(functional group)가 결합된 구조를 하고 있어서 조금 복잡하게 보인다. 많은 발색단 화합물들은 이중결합과 단일결합이 교대로 연결된, 소위 말하는 공액(conjugated) 화합물 구조를 포함하고 있다. 발색단 분자의 다양한 작용기와 용액내의 수소이온(H+) 혹은 수산화이온(OH-)과 반응하면 새로운 고리 화합물이 형성되기도 한다. 또한 분자 내에 존재하고 있는 이중결합과 단일결합이 교대로 연결된 사슬의 길이가 변한다. 어느 한 종류의 변화만 일어나도 발색단 분자가 흡수하는 빛의 파장이 바뀐다. 따라서 지시약이 흡수하는 파장에 해당하는 색의 보색(complementary color)을 관찰하여 용액 내의 pH 변화를 알아채는 것이다.

안토시아닌(anthocyanin)은 각종 색을 띠는 과일이나 채소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화학물질이다. 예를 들어서 포도주에 포함된 안토시아닌은 산성에서 빨강색을, 염기성에서는 파란색을 띤다. 붉은색 포도주는 그 자체가 약산성 혹은 중성의 pH를 유지한다고 그 색으로 우리에게 지시해주고 있다. 안토시아닌은 물에 녹는 색소이며, pH에 따라 청색, 보라, 빨강 색깔을 띨 수 있는 분자이다. 식물의 색깔은 대부분이 안토시아닌으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식물의 잎, 줄기, 뿌리는 물론 꽃, 열매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안토시아닌이 검출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안토시아닌만 해도 500개 이상이 된다. 최근에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물질로 알려져 인기가 높아만 간다. 사람 몸에 좋다는 음식을 추천할 때 가급적 진한 색을 띤 과일이나 채소를 권하는 이유에는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이 많이 포함되었다는 것도 들어간다.

염기성에서 붉게 변하는 페놀프탈레인

   

페놀프탈레인 용액, 염기성에서 선명한 붉은 색으로 바뀐다.

   

흔히 알려진 또다른 산 염기 지시약은, 아마도 리트머스보다 색 변화가 분명한 페놀프탈레인 용액일 것이다. 산성용액에서는 페놀프탈레인은 무색이며 염기성용액에서는 붉은색을 띤다. 즉 색을 띠지 않는 산성용액에 페놀프탈렌인 몇 방울을 가해도 용액의 색은 변화가 없다. 그러나 계속해서 염기를 첨가하면 어느 순간에는 용액 전체가 페놀프탈레인 특유의 붉은색으로 변한다. 즉 용액의 pH가 염기성으로 변했다는 사실은 페놀트탈레인의 색 변화로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페놀프탈레인 용액으로 시험 용액이 산성인지 염기성인지 판별할 수 있다. 페놀프탈레인은 설사를 유발하는 약리 작용이 있어서 한때는 변비 치료약으로 사용이 되었지만, 지금은 발암물질 의심 물질로 분류되어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페놀프탈레인의 화학구조 역시 한 개의 탄소에 곁가지가 달린 3개의 벤젠고리가 연결되어 있어서 전형적인 발색단 모습을 하고 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양배추로 만든 지시약 실험

집에서도 지시약을 만들어 간단하게 산 염기를 판별할 수 있다. 적색 혹은 보라색을 띤 양배추에는 플라빈(flavin)이라는 색소가 들어 있다. 플라빈은 벤젠고리 1개와 유사 벤젠고리 2개가 서로 융합된 구조를 지닌 유기 염료로 발색단 분자이다. 보라색 양배추를 곱게 갈아 냄비에 넣고 물로 끓이면 색소가 우러난다. 물을 식히고 건더기를 걸러낸 것이 바로 사용 가능한 지시약 용액이다. 지시약 용액을 유리컵에 조금 붓고 나서 식초를 넣으면 용액의 색이 빨간(핑크)색으로 변한다. 색 변화를 더 확실하게 보려면 유리컵 밑에 흰 종이를 깔면 좋다. 또 다른 유리컵에 지시약 용액을 넣고 암모니아수를 부으면 초록색으로 변한다. 초록색 용액에 빨대를 담그고 호흡을 하면서 내쉬는 숨을 용액으로 불어 넣으면 잠시 뒤에 초록색이 파란색으로 변한다. 그것은 날숨에 포함된 이산화탄소가 녹아서 탄산이 형성되면 용액이 중성 내지는 약산성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런 용액에 식초를 몇 방울 더 떨어뜨려 보면 빨간색 용액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초등, 중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부엌에서 이런 간단한 실험을 같이 해보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편으론 생활에 사용하는 물질을 통해서 자녀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고, 또 다른 면은 같이 놀이를 하면서 대화를 통한 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당연히 화학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므로 집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라도 눈이나 피부에 닿지 않게 조심을 해야 한다.

종말점 검출에 필요한 지시약

산/염기 적정(titration)을 할 때 산 혹은 염기의 양이 정확히 같아지는 점, 종말점을 알아낼 때에도 지시약을 사용한다. 흔히 약산을 강염기로 적정하는 경우에는 페놀프탈레인, 티몰블루등을 이용한다. 만약에 강산을 강염기로 적정한다면 pH 가 7 근처에서 민감하게 변색이 되는 브로모티몰블루, 페놀레드등을 사용한다. 약염기를 강산으로 적정하는 경우에는 메틸오렌지 콩고레드등을 사용한다. 각 경우마다 다른 지시약을 사용하는 이유는 종말점에 도달한 용액의 pH에 맞추어 색 변화가 일어나는 지시약을 선정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시약에는 종류가 많다. 강물의 오염 등을 측정하기 위해 용존산소량을 파악할 때도 지시약을 사용한다.

   

만능 지시약

실험실에서 용액의 pH를 간단하게 파악하는 수단으로 흔히 만능지시약 종이를 사용한다. 만능지시약 종이는 발색단을 포함하고 있는 여러 종류의 지시약 혼합물을 종이에 흡수시켜 말린 것이다. 지시약 혼합물은 시험 용액의 pH에 따라서 발색되는 분자의 색 변화가 명확하게 구별이 될 수 있는 지시약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시약 종이를 조금 잘라서 시험 용액에 적시면 색 변화가 일어난다. 지시약 종이를 보관하는 도구에 특정한 색은 pH 얼마에 해당한다고 알려주는 표가 붙어 있어서 누구라도 쉽게 시험 용액의 pH를 알아 볼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최근에는 pH 1 단위의 변화도 구별할 수 있는 보다 정밀한 만능지시약 종이도 있다. 그렇지만 만능지시약 종이의 성능은 색 변화를 구별해 낼 수 있는 우리 눈의 정확도에 의존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정확도가 문제가 크게 되지 않는다면 만능지시약 종이는 pH를 파악하는데 아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원본 위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2982&path=|453|489|&leafId=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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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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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노을은 붉고, 하늘은 푸른가? 왜 깊은 물은 푸른가? 이런 질문은 아주 오래 전부터 해온 것이며,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빛의 산란과 흡수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 현상에는 빛의 특성과 빛과 분자 간의 상호 작용에 대한 물리학과 화학의 여러 가지 내용이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화학 탐구에서 아주 중요하게 이용된다.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은 파장이 약 800 nm에서 400 nm인 전자기파(electromagnetic wave)이다. 1 nm(나노미터)는 십억 분의 1 (10-9 m)미터 이다. 전자기파(약어로 전자파)는 파의 진행 방향에 수직으로 진동하는 전기장자기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기장과 자기장도 서로 수직이다.) 빛을 물결 모양으로 나타내는데, 이는 전기장의 크기와 방향을 보이는 것이다. 전자기파와 물질의 상호 작용은 주로 전기장에 기인한다. 전자기파는 또한 입자의 성질을 나타내는데, 입자성을 강조할 때는 광자(photon)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광자의 에너지(ε)는 주파수(ν)에 비례하고, 파장(λ)에 반비례한다. 즉 ε = hν = hc/λ가 된다(h 는 플랑크상수이고, c는 빛의 속도이다).

   

프리즘을 통해 볼 수 있는 가시 광선의 파장과 색

<출처: NASA>

   

흰색의 빛 (백색광)은 여러 가지 파장의 빛이 혼합된 것이다. 이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파장 별로 분산되어 아름다운 색을 보인다. 무지개도 백색광이 물방울에 의해 분산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가시광선에서 파장이 긴 것은 붉은색 계열이고, 가장 짧은 것이 푸른색 계열인데 이들의 파장은 약 2배 차이가 난다.

   

한 개의 작은 입자에 의한 레일레이 광산란. Io는 입사광의 세기,

i는 산란 광의 세기이며, θ는 산란각도, α는 편극율,

r은 산란 입자와 관측기 사이의 거리이다.

   

빛이 원자나 분자에 닿으면 빛의 전기장에 의해 원자나 분자의 전자 구름이 빛의 주파수와 같은 주파수로 앞 뒤로 진동한다. 원자나 분자의 바닥 상태와 높은 상태의 에너지 차이가 빛(광자)의 에너지와 같으면 빛의 흡수가 일어난다. 에너지가 다른 경우에는 진동하는 쌍극자(dipole)를 만들 뿐이다.

전자기학 이론에 따르면 진동하는 쌍극자는 진동 주파수와 같은 전자기파를 내어 놓는다. 이것이 빛의 레일레이(Rayleigh, 레일리) 산란이다. 레일레이 산란은 쪼인 빛(입사광)과 산란된 빛의 파장(즉 광자의 에너지)이 같은 탄성 산란이다.

빛의 파장보다 월등히 작은 입자에 의한 산란광의 세기는 입사광 주파수의 4제곱에 비례한다. 즉, 파장의 4제곱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푸른 빛이 산란되는 것은 붉은 빛이 산란되는 것보다 대략 16배 크다.

   

대기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분자는 가시광선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대기의 색은 빛의 산란에 의한 것이다. 백색광인 태양 광선이 대기층을 통과할 때 짧은 파장의 푸른 색이 긴 파장의 붉은 색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산란된다. 하늘의 파란 색은 산란광을 보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태양을 볼 때는 산란으로 흩어지지 않고 남아있는 붉은 색을 보게 되는 것이다. 해가 뜰 때나 질 때는 낮에 비해 태양광이 통과하는 대기층이 훨씬 두꺼워서 넓게 퍼진 붉은 노을을 보게 된다.

구름은 보통 물 분자가 가시광선의 파장보다 큰 직경을 가진 물방울로 뭉쳐있는 것이다. 이 물방울은 빛을 모든 방향으로 산란시킨다. 개개 물 분자에 의한 산란광의 세기는 푸른 빛이 크나, 붉은 빛은 파장이 길어서 보다 많은 물 분자가 붉은 빛의 산란에 기여한다. 이 두 가지 상반된 요인에 의해 백색광의 모든 파장의 빛을 거의 같은 세기로 산란시켜 흰색으로 보인다. 종이와 우유가 희게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또 담배 연기는 약간 푸른색이나, 내 뿜는 연기는, 연기를 구성하는 입자가 폐에서 엉겨 가시광선의 파장보다 큰 알갱이가 되어 희게 보인다(실험은 하지 마세요!). 화학 실험에서 티오황산소듐(Na2S2O3)과 황산을 반응시키면 유황이 침전으로 얻어지는데, 처음에는 아주 작은 입자가 생겨 푸르게 보이나, 침전이 많아지면 입자가 커져 희게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많은 물방울이 빛을 산란시켜 구름은 하얗게 보인다.

<출처: NASA>

   

맑은 물이 푸른 이유를 푸른 빛이 많이 산란되기 때문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그 이유는 물이 붉은 색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는 긴 튜브에 물을 넣고 투과된 빛을 보면 푸르게 보이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물은 가시광선보다 긴 파장의 (에너지가 작은) 적외선을 흡수한다. 적외선 흡수는 물 분자의 진동에너지 전이에 따른 것이다. 물에는 3개의 진동 방식(mode)이 있는데, 확률적으로는 크지 않으나, 이들 진동 방식의 조합으로 붉은 색 계통인 660 nm 파장 부근의 빛을 흡수하는데, 3 m 깊이의 물에서는 이 파장의 빛이 단지 44 %만 통과한다. 물에서 흡수되지 않은 푸른빛이 물속의 미립자나 바닥에서 산란(반사)되어 깊은 물이 푸르게 보이는 것이다. 중수(D2O)는 물과 진동에너지가 달라, 푸르게 보이지 않는다. 물이 붉은 색을 흡수하기 때문에 붉은 색을 흡수하여 광합성에 이용하는 식물 (붉은 색의 보색으로 보이는 녹색 식물: 녹조류)은 수면 가까이에만 분포되고, 반대로 깊은 물속에는 푸른 색을 광합성에 이용하는 홍조류가 생존 경쟁에 유리하여 널리 분포되어 있다.

   

결정에서는 한 파장의 길이 안에 산란을 일으키는 많은 원자나 이온 (산란자)들이 질서 정연하게 배열되어 있다. 각 산란자는 그 순간에 입사되는 빛의 위상(phase)과 같은 빛을 모든 방향으로 내어 놓는다. 빛의 진행 방향으로의 산란광은 위상이 모두 같아 간섭이 되지 않으나, 옆으로의 산란은 서로 간섭하여 없어진다. 어떤 산란자에서 산란된 빛과 반 파장 차이가 나면서 세기가 같은 다른 산란자에서의 산란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에서는 분자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반 파장 차이가 나는 두 산란광의 세기가 약간 차이가 나서, 간섭으로 완전히 없어지고 않고 약간의 빛이 옆으로 산란된다. 대기 중에는 분자가 희박하게 분포되어 있어 각 분자에서 산란된 빛 사이에 거의 간섭이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낮에 하늘은 전체적으로 밝다.

   

라만 산란을 이용한 실험 장면, 라만 산란을 통해 레이저 광선의 색을 바꾸고

있다. <출처: NOAA>

   

빛의 산란은 화학 탐구에서 아주 많이 이용된다. 고분자 용액의 경우, 분자에 의한 산란광의 세기는 분자가 클수록 각 산란 점에서 산란된 빛의 간섭 때문에 이 분자가 하나의 점 입자로 있다고 가정하였을 때보다 작아진다. 고분자의 농도와 산란 각도를 변화시키면서 산란광의 세기를 측정하면 고분자의 분자량과 크기 (관성반경: Radius of Gyration)를 구할 수 있다. 입자의 브라운 운동에 따른 영향으로부터 입자의 크기를 구할 수도 있다.

입자가 정지해 있다면 산란광의 세기는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으나, 용액에서는 입자들이 움직이고, 따라서 산란광의 간섭 정도가 시간에 따라 변한다. 시간에 따른 산란광 세기의 상관관계에서 입자의 확산계수를 얻을 수 있으며, 확산계수는 입자의 반경에 반비례하므로 크기를 구할 수 있다.

라만(Raman) 산란은 쪼여준 빛과 산란된 빛의 파장이 약간 다른 비탄성 산란이다. 이는 레일레이 산란에 비해 아주 약하지만 일어난다. 라만 산란은 광자와 분자가 충돌할 때 분자의 진동에너지가 광자의 에너지로 더해지거나 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쪼인 빛과 산란된 빛의 광자 에너지의 차이로 분자의 진동에너지의 구조를 알 수 있다. 진동에너지는 결합한 원자나 결합세기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분자의 진동에너지 구조는 적외선(IR) 흡수 자료로부터 얻는데, 어떤 진동은 IR은 흡수하지 않으면서 라만 산란은 보인다. 라만 산란은 적외선 분광학과 보완적으로 분자 구조를 밝히는데 아주 유용하게 이용된다.

   

   

ABS수지로 만든 레고 블록

ABS수지의 A가 아크릴로니트릴을 뜻함[출처:NGD]

박준우 /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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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의 근원

상태와 변화2016. 10. 24. 14:23

세상은 온통 아름답고 다양한 색을 띠는 것으로 가득 차있다. 물체의 색은 대부분 빛의 흡수와 반사에 의한 것이다. 산-염기 중화적정에서 사용되는 지시약의 색 변화로 당량점을 구하듯이, 색깔 변화는 화학물질의 검출에도 이용된다.

   

우리가 눈으로 감지할 수 있는 빛은 파장이 약 400 ~ 800 nm인 전자기파이다. 이를 가시광선이라고 하는데, 무지개의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의 순서로 파장이 짧다. 빛의 광자 에너지의 크기 순서는 이와 반대이다. 백색의 빛은 이들 무지개 색의 혼합이다. 색을 띠는 물체는 가시광선의 일부 파장의 빛은 흡수하고, 나머지 파장의 빛은 반사(산란)시킨다. 우리가 물체를 보고 색을 감지하는 것은, 반사된 빛이 망막에 있는 빨강, 초록, 파란색의 빛에 민감하게 감응하는 세 가지 세포에 들어있는 색소 물질에 화학 반응을 일으키고, 이것이 물리적 신호로 변환되어 뇌신경에 전달되는 것이다. 이 세가지 세포에 대한 자극 값에 따라 다른 색을 느끼게 된다. 흡수하는 빛의 색과 반사되는 빛의 색은 서로 보색관계에 있다. 빨강, 초록, 파랑은 빛의 삼원색이다. 이 세 가지 빛의 혼합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색의 빛이 얻어진다. 물감의 삼원색은 빨강, 파랑, 노랑이며, 이를 섞어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다.

빛의 삼원색(왼쪽)과 물감의 삼원색(오른쪽)

   

   

어떤 물체가 색을 띠기 위해서는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흡수하여야 한다. 위의 삼원색 그림으로 보면, 빨간색과 파란색을 흡수하면 녹색만 반사되므로 녹색으로 보인다. 또 녹색을 흡수하면, 빨강색과 파란색이 반사되어 이들의 합인 보라색으로 보인다. 식물의 잎이 녹색으로 보이는 것은 엽록소가 빨강 색과 파란색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의 이론에 따르면, 원자나 분자의 에너지는 특정한 값만 가질 수 있도록 양자화(quantized) 되어 있다. 그리고 낮은 에너지 상태에 있는 원자나 분자는 높은 에너지 상태(들뜬 상태)와의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파장의 빛을 받으면 이들 흡수하여 들뜨게 된다.

가시광선을 흡수하여 색을 띠는 화합물의 한 가지 유형은 전이금속(transition metal) 착화합물이다. 전이금속이란 철, 구리, 코발트, 니켈 등 주기율표의 가운데에 있는 금속들을 말하는 것이고, 이런 전이금속 이온을 다른 이온이나 분자들이 둘러싸 결합한 화합물을 착화합물이라고 한다.

전이금속 이온의 외곽에 있는 d-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 값은 착화합물이 되면 이온 단독 상태일 때와는 달리 갈라지게 된다. 갈라진 에너지 값의 간격은 가시광선이 가진 에너지와 비슷하게 된다. 그래서 전이금속의 착화합물은 특정한 가시광선을 흡수할 수 있는 것이다. 전이금속의 착화합물의 종류에 따라서 흡수하는 가시광선의 파장이 달라진다. 따라서 전이금속의 착화합물은 다양한 색을 내게 된다.

   

유기 화합물들도 여러 색을 띤다. 이들은 아래의 식물의 주요 색소의 구조식에서 보듯이, 단일 결합과 이중 결합이 길게 번갈아 있는 경우이다. 단일 결합과 이중 결합이 번갈아 있는 결합을 콘쥬게이션(컨주게이션) 이중 결합(conjugated double bond)이라고 한다. 따라서 색을 띠는 유기 화합물들은 긴 콘쥬게이션 이중결합을 갖고 있는 화합물들이다.

이중 결합 중 한 결합에 관여하는 전자는 파이 전자이다. 콘쥬게이션 이중 결합에서, 이 파이 전자는 사실은 특정한 원자에 고정된 것이 아니고 사슬 전체를 따라 움직일 수 있다. 사슬의 길이가 길수록 파이 전자는 보다 긴 거리로 움직일 수 있다. 자유전자모델(free-electron model)에 따르면, 콘쥬게이션된 이중결합 사슬의 길이가 길수록 작은 에너지를 가진, 긴 파장의 빛을 흡수한다. 그래서 보다 짧은 파장의 빛의 색으로 보이게 된다. 식물들은 아래에서 보여준 기본 골격 색소화합물에서 콘쥬게이션 이중결합의 길이를 변화시키거나, 치환기를 붙이거나, 또는 다른 화학종과 착화합물을 만들어 이들의 에너지를 변화시킴으로써 여러 가지 색을 만들어 낸다.

식물에 존재하는 주요 유기 색소화합물의 구조.(가), 카로티노이드의 일종인 β-카로틴(R=H)과 크산토필의 일종인 루테인(lutein)(R=OH);(나),

꽃과 과일의 색소인 안토시아닌을 이루는 안토시아니딘의 골격, (다), 엽록소와 헤모글로빈의 헴을 이루는 포피린의 골격(고리 중앙에 엽록소는

마그네슘 이온이, 헤모글로빈은 철 이온이 질소 원자와 배위되어 있다.), (라) 리트머스의 한 성분인 아조리트민의 공명 구조

   

   

산-염기 지시약인 리트머스(litmus)는 이끼에서 추출한 여러 염료의 혼합물이다. 이중 한 성분인 아조리트민(azolitmin)은 리트머스와 거의 같이 산성과 염기성에서 색깔이 다르다. 염기성에서의 아조리트민의 구조는 구조식(라)와 같다. 구조식 (라)의 아래처럼 질소원자의 비공유 전자가 공명 구조에 관여하여 콘쥬게이션 이중결합이 길게 분자 전체에 걸쳐있다. 그러나, 산성에서는 질소 원자에 양성자가 결합하여 그림(라)의 아래와 같은 공명구조를 가질 수 없고, 콘쥬게이션은 페닐 고리에만 있게 된다.

따라서 염기성에서는 낮은 에너지인 붉은 빛을 흡수하여 푸르게 보이나, 산성에서는 높은 에너지인 푸른 빛을 흡수하여 빨강 색으로 보인다. pH에 따라 색이 변하는 분자들은 대부분 약산 또는 약염기로 작용하는 부분을 갖고 있고, 이 부분의 산-염기 반응 또는 분자 구조 변화에 따라 리트머스에서 보듯이 콘쥬게이션 이중결합 길이가 달라져 색이 변한다.

   

리트머스 시험지, 왼쪽은 염기성 가운데는 중성 오른쪽은 산성

   

식물의 잎에는 엽록소(chlorophyll) 외에도 주황색인 카로티노이드(carotenoid), 노랑색인 크산토필(xanthophylls)이 들어 있다. 이들의 양에 따라 살아있는 식물의 잎도 녹색뿐만 아니라 다른 색을 보이기도 한다. 녹색의 잎에서는 다른 색소들이 엽록소의 녹색에 묻혀 잘 보이지 않다가, 가을에 잎에서 엽록소가 파괴하기 시작하면 다른 색소들, 즉 주황색이나 노란색들이 보이게 된다. 붉은 색 단풍은 이 시기에 빨강 색의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들게 된다.

   

식물의 잎에서 추출한 안토시아닌 <출처: NASA>

   

안토시아닌(anthocyanin)은 식물의 꽃과 열매, 잎 등에 들어 있으며, 빨강, 보라, 파란색을 내는 색소 화합물이다. 이 화합물은 보통 안토시아니딘(구조식 나)의 3번 위치의 OH기에 포도당이 결합되어 있다. 안토시아니딘은 치환기의 종류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는데, 예를 들면, (나)의 구조식에서 R1과 R2가 모두 수소(H)인 주황색의 페라르고니딘(pelargonidin), R1은 OH이고 R2가 H인 적자색의 시아니딘(cyanidin), 그리고 이들이 모두 OH인 청자색의 델피니딘(delphinidin)등이 있다. 최근에 일본에서 파란 장미를 만들었는데, 이는 원래의 장미에서는 만들어지지 않는 델피니딘을 축적시키는 유전자를 장미에 도입한 것이다.

안토시아닌은 생체에서 강력한 항 산화작용을 보이며, 암, 노화, 당뇨 등 여러 질환에 대해 좋은 효과를 보인다는 실험보고가 있다. 이런 이유로 안토시아닌이 많이 들어있는 검은 콩, 보라색 옥수수, 짙은 색의 나무 및 덩굴 열매가 건강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안토시아닌은 용액의 pH에 따라 색이 변한다. 안토시아닌의 방향족 고리에 결합된 OH기가 페놀의 OH기와 마찬가지로 염기성에서 해리되기 때문이다. 빨강색 안토시아닌은 리트머스처럼 산성에서는 붉은색, 염기성에서는 푸른색이다. 따라서, 꽃에서 추출된 색소를 pH 지시약으로 쓸 수 있다.

   

빨강 장미와 푸른 수레 국화에서 분리된 안토시아니딘은 시아니딘으로 같은 물질이다. 이들의 색깔 차이를 세포의 pH 차이로 설명하기도 하였으나, 수레국화에서 색소가 있는 부분의 pH를 측정한 결과, pH 4.6으로 푸른 색을 낼 정도로 pH가 높지 않았다. 수레 국화의 푸른 색은 시아니딘, 보조 색소, 그리고 철, 마그네슘, 칼슘의 금속 이온들로 이루어진 정교한 구조의 착화합물 형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꽃의 색 변화에 금속이온이 관여하는 대표적인 예가 수국(hydrangea)이다. 수국 꽃의 색은 델피니딘에 의한 것인데, 자라는 땅의 pH에 따라 자홍 색에서 청색까지 아주 다양하다. 이러한 색의 차이는 색소 주변의 알루미늄 이온(Al3+)에 의한 것이다. 흙에는 알루미늄 성분이 들어있는데, 알칼리성 토양에서는 Al(OH)3로 되어 물에 녹지 않고 뿌리에서 흡수되지 않아 꽃은 자홍색이나, 산성 토양에서는 알루미늄 이온이 흡수되어 델피니딘과 착화합물을 만들어 청색을 띤다. 땅의 산성도를 변화시키면 알루미늄 이온의 흡수 정도를 변화시켜 수국 꽃의 색을 바꿀 수 있다.

   

수국의 색은 다양하다. <출처: NGD>

   

산-염기 지시약은 용액 속의 수소이온 농도에 따라, 그리고 수국은 알루미늄 이온의 농도에 따라 다른 색을 보인다. 어떤 염료에 특정 화학 물질이 결합하여 색이 변하면, 그 염료는 그 물질을 검출하는 화학 센서로 이용될 수 있다. 소변 검사를 할 때 사용하는 작은 조각에는 소변의 수소이온, 당, 단백질의 양에 따라 색이 변하는 여러 지시약이 띠로 칠해져 있다. 이와 같은 화학 센서를 만드는 데는 낮은 농도에서도 특정 물질과 선택적으로 강하게 결합하여 색이 변하는 염료의 고안과 합성이 주된 관건이다. 다양한 환경 및 생리 활성 물질을 높은 감도로 색 변화로 검출하는 화학센서를 개발하는 것도 현대 화학의 분야중의 하나이다.

박준우 /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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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

상태와 변화2016. 10. 24. 14:23

2008년 노벨화학상은 해파리에서 녹색형광 단백질(green fluorescent protein: GFP)을 발견하고 이를 생물학 연구의 활용에 기여한 시모무라, 챌피, 첸, 세 교수의 차지였다. 형광은 빛으로 들뜬 분자에서 나오는 빛이다. 형광 현상은 화학과 생명과학 연구에 아주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빛으로 작동되는 미래의 분자소자 개발 연구의 핵심이다. 또한 지폐나 여권의 위조 방지에도 이용된다.

빛을 흡수하여 들뜬 분자는 어떻게 되는가?

분자가 자외선이나 가시광선을 흡수하게 되면 바닥 상태에 있는 전자가 높은 에너지 상태로 들뜨게 된다. 흡수한 빛 에너지가, 결합에너지나 구조 변화를 일어나게 하는데 필요한 에너지 보다 크다면, 일부 분자는 분해되거나(광분해) 구조 변화(광이성질화)를 일으키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분자는 흡수된 빛 에너지를 보통 열에너지로 내어놓으면서 다시 바닥 상태로 되돌아 간다. 그러나 어떤 분자들은 빛을 내면서 바닥 상태로 되돌아 가는데, 이를 형광이라 한다. 형광은 흡수된 빛 에너지 보다 약간 적은 에너지의 빛으로 나온다. 즉, 형광의 파장은 흡수된 빛의 파장보다 약간 길다.

빛을 흡수한 분자에서 일어나는 분자내 및 분자간 과정. 작은 파란색 원은 들뜬 분자의 낮은 에너지 상태의 빈 자리이다.

분자의 진동 상태 때문에 형광 에너지는 흡광 에너지보다 적고, 따라서 흡수한 빛 보다 긴 파장에서 형광이 나온다.

   

들뜬 분자가 다른 분자에게 전자나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

들뜬 분자 A 주위에 다른 분자 B가 있을 때는, A와 B 분자의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 분자간 과정이 일어날 수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광유발 전자 전달(Photoinduced Electron Transfer) 반응이다. 한 예는 분자 B의 전자가 들뜬 A 분자의 바닥 상태에 생긴 빈자리로 이동하는 경우이다. 결과적으로 빛에 의해 A는 전자를 받아 환원되고, B는 전자를 잃어 산화된다. 반대로 들뜬 분자 A 에서 분자 B로 전자가 이동하여, A는 산화되고 B는 환원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에너지 전달이다. A 분자의 형광 파장대와 B 분자의 흡광 파장대가 겹치는 경우, 들뜬 A 분자는 이의 에너지를 B로 전달하여 B를 들뜨게 하고, A는 바닥 상태로 돌아간다. 이때 B가 형광을 내는 분자라면, B의 형광이 A의 형광보다 장파장에서 나온다. 들뜬 분자에서 에너지를 전달 받아 들뜬 분자도 직접 빛을 흡수하여 들뜬 분자와 마찬가지로, 다른 분자에게서 전자를 받을 수 있고, 또 다른 분자로 전자나 에너지를 줄 수도 있다.

전자 전달이나 에너지 전달이 일어나는 경우, 분자 B에 의해 A의 형광은 감소한다. 이를 소광(quenching)이라 하고, B를 소광제(quench er)라 부른다. 소광 효율은 A와 B의 화학적 특성은 물론, 이들 간의 거리에도 민감하게 변한다. 특히 에너지 전달은 몇 나노미터 (1 nm = 10-9 m) 거리에서도 일어날 수 있어, 특성을 알고 있는 A와 B사이의 에너지 전달 효율로 이들 간의 거리를 알 수 있다. 거대 생물 분자의 특정 위치에 A와 B를 결합시킨 후 이들 사이의 에너지 전달 효율을 측정함으로써 결합된 위치 사이의 거리를 구하고, 분자의 공간적 구조를 연구하기도 한다.

빛 에너지 전환과 광분자 소자

광유발 전자 전달은 빛으로 물을 분해시키는 반응이나, 식물의 광합성에서 중요한 과정이다. 빛을 받는 분자와 이 분자에서 전자나 에너지를 받는 분자들을 공유결합이나 착물 형성을 통해 특정한 구조를 갖도록 조립시키면, 빛 에너지나 전자를 특정 방향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이를 활용하여 물의 광분해에서와 같이, 빛을 써서 높은 에너지의 화학물질을 효율적으로 얻거나, 빛으로 작동되는 분자 기계를 만드는 것이 시도되고 있다.

형광은 형광 분자의 주위 환경을 나타낸다

   

빛을 흡수하여 들뜨는 분자에서, 들뜨는 부분에 분자내적으로 전하를 줄 수 있는 원자가 결합되어 있으면, 들뜬 상태에서 분자 내 전하이동이 일어난다. 이 분자는 바닥 상태와 들뜬 상태의 전자 분포가 다르고, 따라서 극성이 다르다. 분자가 들뜬 상태에 머무는 시간은 대략 1 나노초 (10-9 초)이다. 용액에서 분자 주위의 용매 분자가 재배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이보다 월등히 짧아, 들뜬 분자의 극성에 따라 용매의 배열이 달라진다.

용매의 극성에 따라, 들뜬 분자와 용매간의 상호작용 에너지가 다르므로 들뜬 상태의 에너지가 달라지고, 따라서 나오는 형광 파장이 달라지게 된다. 즉 형광 파장은 형광 분자가 놓여있는 주위의 극성을 나타낸다. 예로, 들뜬 상태가 바닥 상태보다 더욱 극성이라면, 들뜬 상태의 에너지는 비극성 용매에서 높고, 높은 에너지 즉 단파장의 형광이 나오게 된다.

   

실험쥐의 뇌의 사진. GFP를 이용하여 다양한 색을 내었다.

   

또 어떤 분자는 주위 극성에 따라 나오는 형광 세기가 크게 다르다. 세포막이나 단백질에 이런 형광 분자를 결합시키면, 형광 분자가 내는 형광으로 형광 분자가 있는 부분의 극성을 알 수 있다. 형광 분자의 다른 특성을 이용하면 형광 분자 주위의 점성도도 알 수 있다. 또한 단백질의 구조 변화가 이에 결합된 형광 분자의 주위 환경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형광으로 단백질의 구조 변화를 용이하게 추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형광 분자로 조직이나 세포를 염색시키면, 염료 분자가 결합된 부위에서 강한 형광 나온다. 많은 생명과학적 이미지 사진은 이를 형광현미경을 이용하여 얻은 것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형광 꼬리표 달기와 형광센서

형광 측정은 빛의 세기를 측정하는 것이고, 흡광은 쪼여준 빛과 흡수되지 않고 투과된 빛의 비를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형광은 흡광 보다 월등히 민감하게 검출된다. 보통 빛의 흡수로 검출되는 물질의 농도는 10-5 M 이상이나, 형광은 이보다 1000 배 이상 낮은 농도도 검출할 수 있다. 검출하고자 하는 분자에 형광을 내는 분자를 결합시켜 형광을 추적하면, 아주 낮은 농도에서도 이를 검출할 수 있다. 이처럼 형광을 내는 분자로 꼬리표를 붙여 분석하는 방식이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분석, DNA의 염기서열 분석, 항원-항체 분석 등에 이용되고 있다. 착물 형성으로 흡수하는 파장(색)이 변하듯, 분자의 형광도 착물 형성에 따라 민감하게 변한다. 따라서 우리가 분석하고자 하는 분자나 이온과 강하게 결합하고 이에 의해 형광 특성이 크게 변하는 형광 분자는 이 분자나 이온을 검출하는 형광센서로 사용된다.

   

위조 지폐나 문서의 감식에도 형광이 이용된다

지폐나 여권 등에는 위조 여부를 감식하기 위해 비밀스런 글이나 그림이 형광 물질로 그려져 있다. 여기에 사용되는 형광 잉크는 가시광선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색을 띠지 않아 그냥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외선을 쪼이면 이를 흡수하여, 이보다 장파장인 가시광선을 내어놓아 보이게 된다.

지폐에는 위조 방지를 위해 형광 물질을 이용한 그림을 넣는다.

<출처: 중앙대학교 하동환 교수 연구실>

   

노벨화학상을 안겨준 해파리의 녹색형광 단백질이 생물학 연구를 혁신하다

여러 바다 생물체들은 녹색 형광을 낸다. 어선들이 물고기를 모으기 위해 강한 불 빛을 바다에 비추면 이들 녹색 형광이 보인다. 1960~19 70년 대에 일본인 과학자 시모무라(Osamu Shimomura)는 투명한 해파리에서 녹색형광 단백질(GFP)을 분리하였다. 1992년에는 이 단백질의 유전자가 클로닝(cloning)되고 유전자 염기 서열이 분석되었다. 1995년에 챌피(Martin Chalfie) 교수는 이 유전자를 대장균 등에서 발현시켰고, 첸 (Roger Tsien) 교수는 돌연변이체를 만들었다.

변이체 GFP는 야생종에 비해 생물학 연구에 적합한 여러 바람직한 특성을 갖고 있다. 이후 여러 다른 변이체, 특히 다른 색의 GFP가 만들어졌다. 여러 합성 형광 물질들은 일반적으로 강한 독성을 나타내어 살아있는 세포에 사용하기가 어려웠으나, GFP는 독성이 적어 살아있는 세포 연구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단백질 유전자에 GFP를 생성하는 유전자를 결합시키면, 세포나 조직에서의 유전자 발현을 GFP 형광으로 추적할 수 있다. 특히 각각 다른 색의 GFP 유전자를 여러 종류의 연구 대상 세포나 조직에 붙이면, 이들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 이외에도 GFP 유전자 결합을 통해 신경회로의 분석, 세포막 연구, 바이러스 감염 메커니즘 등 아주 다양한 생명과학적 연구가 수행되었다, 또한 살아있는 동물에 GFP를 도입한 형광성 동물도 유전자 변형으로 만들어 졌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시모무라, 챌피, 첸 교수

   

빛으로 들뜬 분자의 물리적 현상에 불과한 형광이, 화학 분석, 생물학 연구, 빛 에너지 전환, 분자로 조립된 미래의 광분자 소자 개발, 위조 방지 등 얼핏 보면 관련이 없는듯한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과학의 중요성은 이와 같이 한 가지 원리와 내용이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는 것이다.

박준우 /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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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광

상태와 변화2016. 10. 24. 14:22

빛이 없으면 이 세상은 암흑 세상이 될 뿐만 아니라, 생명체가 살 수 없다. 빛에는 열 복사와 반딧불처럼 자연에서 나오는 빛과, 형광등이나 LED와 같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빛이 있다. 과학자들은 빛이 나오는 것을 탐구하여 자연의 원리를 밝히고,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하며, TV나 컴퓨터의 화면을 만든다.

열복사 : 뜨거운 물체는 당연히 빛을 낸다

모든 물체는 온도에 따라 독특한 파장 범위의 전자기파를 물체 표면에서 내어놓는데, 이를 온도 복사 또는 열복사(thermal radiation)라 한다. 숯 검댕이처럼 빛을 전혀 반사하지 않는 흑체(blackbody)에서 나오는 복사 전자기파의 경우, 파장에 따른 에너지 분포가 물질의 종류에는 무관하고 온도에만 의존하는데, 세기가 가장 큰 복사파의 파장은 절대온도에 반비례한다. 이와 같은 특성의 흑체복사에 대한 설명은 현대 물리학의 탄생 과정에서 큰 관심거리였고, 이를 이론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에서 양자역학이 탄생하였다.

   

온도가 대략 400℃보다 낮으면, 물체는 열복사 전자기파로 가시광선을 거의 내놓지 않고, 이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 즉 열만 내놓는다. 그러나 온도가 이보다 높으면 파장이 짧은 가시광선도 나오므로. 나오는 빛을 우리가 볼 수 있다.

이 빛은 대략 500℃에서는 엷은 붉은색이고, 온도가 높을수록 빛의 세기는 강해지고 파장은 짧아져, 950℃에서는 진한 주황색, 1100℃에서는 연한 노란색이고, 1400℃이상에서는 가시광선의 거의 모든 파장의 빛이 골고루 섞인 흰색이 된다.

백열등은 전기를 사용하여 필라멘트를 1800℃정도로 가열하여 빛을 내게 하는 것이다. 이때 자외선도 나오지만 전구 유리가 자외선을 차단하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도달하지 않는다. 백열등에서는 적외선인 열도 많이 나와, 전체 소비 전력 중 단지 10% 정도만 빛으로 변환된다.

   

열복사를 이용한 전구

   

열복사에서 나오는 전자기파의 파장 분포는 물체의 온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나오는 빛의 색이나 파장을 측정하여 물체의 온도를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자기를 굽거나, 쇳물 작업을 하거나, 쇠를 담금질하는 사람들은 도자기 가마나 이들 물체에서 나오는 빛의 색을 보고는 온도가 적절한지를 판단하고 조절해 왔다. 또한 사람이나 건물에서 나오는 적외선의 파장별 에너지 분포를 측정하여 고열이 있는지, 열 손실이 있는지를 아는데 적외선 카메라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발광 : 온도가 낮은 물체에서 빛이 나오는 현상

열복사로 가시광선을 낼 수 없는 낮은 온도의 물체에서도 빛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빛이 나오는 현상을 발광(luminescence)이라 부른다. 발광은 물질이 에너지가 높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에너지가 낮은 안정한 상태로 되면서 이들간의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파장의 빛을 내놓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빛을 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물질을 에너지가 높은 불안정한 들뜬 상태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빛, 화학 반응, 전기, 열, 또는 음극에서 나오는 전자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들이 사용된다. 따라서 발광은 들뜬 상태를 만드는 방법에 따라 발광 앞에 광(photo-), 화학(chemi-), 열(thermo-), 전기(electro-), 음극(cathodo-) 등을 붙여 구분하여 부른다. 광 발광으로는 형광과 인광이 있는데, 처음 들뜬 상태에서 바로 낮은 에너지 상태로 돌아가면서 빛을 내는 것이 형광 이고, 다른 들뜬 상태로 전환되었다가 이것이 낮은 에너지 상태로 되면서 빛을 내는 것이 인광이다. 인광은 보통 고체에서 나오고, 용액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데, 이는 인광을 내는 들뜬 상태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서, 용액에서는 이 시간 동안에 다른 분자와 충돌하여 에너지를 넘겨주기 때문이다. 야광은 인광을 내는 들뜬 상태에 머무는 시간이 몇 시간 정도로 긴 물질이 빛으로 들뜬 후 내는 빛이다. 열 발광의 좋은 예는 불꽃 반응이다.

반딧불(좌)과 발광스틱의 빛(우)은 화학발광 현상이다.

   

화학발광 (1) 반딧불이가 내는 빛

생물체가 스스로 빛을 내는 현상을 통틀어 생물발광((bioluminescence)이라 하는데, 여러 깊은 바다 생물과 반딧불이가 내는 빛이 여기에 속한다. 이 빛은 루시페린(luciferin)이라는 물질이 루시페라제(luciferase)라는 효소가 관여하는 생체 내 화학반응에서 들뜬 상태의 생성물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바닥 상태로 내려오면서 빛이 나오는 것으로, 화학 발광의 일종이다. 생물 종에 따라 루시페린과 루시페라제의 화학 구조가 다르고, 따라서 나오는 빛의 특성도 다르다. 반딧불은 반딧불이 루시페린이 산소와 반응하여 산화루시페린(oxyluciferin)이 될 때 나오는 빛으로, 이 반응에는 루시페라제 외에도 ATP와 마그네슘 이온(Mg2+)이 필요하다.

반딧불이 화학발광

   

화학 발광(2) 혈흔 검사와 발광 스틱

반딧불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과 비슷한 것을 인공적으로 일어나게 하여 빛을 내게 할 수도 있다. 이의 한 예가 루미놀(luminol)과 과산화수소(H2O2)간의 반응이다. 이 반응에서는 들뜬 상태의 3-아미노프탈레이트(3-aminophthalate)가 생성되는데, 이것이 바닥 상태로 내려 가면서 빛을 낸다. 이 화학발광 반응은 알칼리 용액에서 철이나 구리 화합물 등의 촉진제가 있을 때 일어난다 이러한 루미놀 반응은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에 들어있는 철에 의해서도 촉진되므로, 범죄 수사 등에서 혈흔을 찾는데 이용된다. 이외에도 여러 화학발광 반응이 발견되었으며, 이들은 화학 물질을 높은 감도로 분석하는데 이용됨은 물론, 발광 스틱과 발광 낚시 찌 등에도 이용된다. 화학 발광은 거의 열을 내지 않는 냉광(cold luminescence)이므로, 빛 에너지로의 전환 효율이 높아 한때는 새로운 조명 방법으로 많이 연구되기도 하였다.

루미놀 화학발광

   

음극 발광 : 수은등과, 형광등, 브라운관

   

LED에는 전기발광의 원리가 이용된다.

<출처: PiccoloNamek at en.wikipedia.com>

   

양 끝에 금속 전극을 둔 유리관에 기체를 넣고 압력을 낮춘 후에 전극 사이에 높은 전압을 걸어주면 유리관에서 빛이 난다는 것이 18세기 중엽에 발견되었다. 이는 음극에서 튀어 나온 전자(음극선)가 기체 분자와 충돌하여 기체 분자를 들뜨게 하고, 들뜬 분자가 바닥 상태로 내려가면서 나오는 빛으로, 기체 종류에 따라 나오는 빛의 파장이 다르다. 유리관에 수은 증기를 넣으면, 음극선에 의해 수은 원자가 들떠 자외선과 약한 푸른 빛을 내는 것이 1800년대 말에 발견되어 수은등으로 사용되었다. 유리관 벽에 형광체를 칠해두면 수은에서 나오는 자외선으로 이 물질이 들뜨게 되고, 여기서 빛이 나오는데, 이를 이용한 것이 형광등이다. 엄밀하게는, 형광등에 사용되는 형광제는 인광을 내는 인광체(phosphor)이고, 이에서 나오는 빛은 인광이다. 인광체로는 주로 전이금속 또는 희토류(Rare Earth) 금속 화합물이 사용된다. 형광등은 백열등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월등히 높고, 인광체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낼 수 있으며, 또 수명이 길어 지금까지 많이 시용되어 왔다. 브라운관(또는 음극선관) TV는 음극에서 나오는 전자를 유리 벽에 칠해진 인광체에 직접 충돌시켜 이를 들뜨게 하여 나오는 빛을 이용한 것이다.

   

전기발광 : 현대과학이 만든 새로운 빛 LED

최근 많은 관심이 주어지고 있는 LED는 Light Emitting Diode (발광 다이오드)의 약어로, 전기 발광을 이용한 것이다. 이는 p형 반도체n형 반도체를 접합시키고, p형 반도체 부분에 '+"전압을 걸어 전자를 빼어내 정공(hole)을 만들고, n형 반도체 부분에는 '-'극을 걸어 전자를 주입시키면 이들이 확산되어 접합 면에서 결합할 때 빛을 내는 것이다. LED는 주로 주기율표의 13족(3A족) 원소(Al, Ga, In)와 15 족(5A 족) 원소(P, As)로 된 화합물 반도체를 사용하는데, 화합물에 따라 나오는 빛의 색이 다르다. LED는 1920년에 처음 만들어졌고, 1960년대부터는 전광판이나 계산기 등에 일부 사용되었으나, 에너지 효율이 낮아 보편화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의 획기적 발전으로 이제는 LED의 빛 에너지 전환 효율이 형광등 보다도 높아져 새로운 광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LED 와 유사한 용어로 LCD가 사용되는데 LCD는 Liquid Crystal Display(액정 디스플레이)의 약어로, 이 두 가지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액정 분자는 스스로 같은 방향으로 배열하는 성질이 있는데, 전기장으로 분자의 배열 방향을 변화시켜 빛의 통과 여부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LCD 패널을 TV나 전산기 모니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패널 뒤에서 빛을 내는 백라이트(backlight)가 필요한데, 지금까지는 대부분 형광등과 같은 것을 사용하였다. 현재 개발된 LED TV는 백 라이트로 형광등 대신 LED를 사용하는 것으로, LCD TV와 마찬가지로 LCD 패널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LED의 무기물 반도체 물질 대신 유기(organic)화합물을 사용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출현되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디스플레이 장치에서 LCD 패널과 백라이트를 모두 필요 없게 하여 두께를 한층 줄이고 보다 선명한 색상을 나타낸다.이상에서 보았듯이 빛을 내게 하는 발광 방법은 화학 분석, 조명, 여러 놀이기구는 물론, 많은 전자 제품의 핵심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새로운 발광체의 개발과 개선에는 새로운 특성의 물질을 만들어내고, 이들을 가공하고 처리하는 화학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박준우 /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원본 위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1288&path=|453|489|&leafId=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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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파인만(Richard Feynman, 1918~1988) 교수는 "모든 인간의 지식에서 가장 중요한 생각은 만물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많은 화학자들은 화학 물질이 대부분 분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원자' 대신 '원자와 분자'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보가드로의 가설로 원자와 분자를 구별하고, 아보가드로의 수로 주어진 양의 물질에 들어 있는 원자와 분자의 수와 이들 개개의 무게를 구할 수 있게 되었으니, 화학적 관점에서는 이들이야말로 과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생각과 발견이라 볼 수 있다.

돌턴, 원자론을 통해 질량보존의 법칙과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설명하였다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새로운 물질을 얻기 위해 화학 반응을 이용하여 왔으나, 화학 반응에 관한 기본 원리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후반부터이다. 1774년 라부아지에(Antoine L. Lavoisier, 1743~1794)는 화학 반응에서는 반응 전후에 전체 질량의 변화가 없다는 '질량보존의 법칙'을 발견하였다. 이로써 화학 반응의 양적 관계 탐구의 길이 열렸다. 뒤이어 1779년에 프루스트(Joseph L. Proust, 1754~1826)는 주어진 화합물에서 이를 구성하는 각 성분 원소의 질량비는 항상 일정하다는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발견하였다.

돌턴(John Dalton, 1766~1844)은 이들 두 가지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 학자에 의해 제기되었으나 2300년 동안 잊혀졌던 원자론을 부활시켰다. 1803년에 처음 발표된 돌턴의 원자론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모든 물질은 더 이상 나눌 수 없고, 파괴될 수도 없는

원자로 되어 있다.

2. 한 원소의 원자는 크기나 성질이 같다.

3. 화합물은 두가지 이상의 원자들의 결합으로 만들어진다.

4. 화학 반응은 원자들의 재배열이다.

   

맨체스터 시청에 있는 돌턴의 동상. 돌턴은 원자설을 부활시킨 공이 크다.

<출처: Kaishu Tai at en.wikipedia.com>

   

그 후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원자가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 보다 간단한 기본 입자로 쪼개질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하나의 원소에 서로 다른 원자, 즉 동위원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져서, 돌턴의 원자론은 일부 수정되었다.

돌턴이 잘못 구한 원자량, 아보가드로의 가설로 바로 잡으려고 하다

돌턴은 수소 원자의 질량을 1로 하여 여러 가지 원자들의 상대적 질량, 즉 원자량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그의 방법 자체는 오늘날에도 타당하나, 중요한 실수를 범하였다. 그는 물(H2O)의 화학식을 HO로, 그리고 암모니아(NH3)의 화학식을 NH로 가정하고 산소와 질소의 원자량을 각각 8과 5로 구하였다. 화학식의 가정이 틀린 관계로, 산소의 원자량은 실제 값 16의 1/2로, 그리고 질소의 원자량은 실제 값의 1/3로 구해졌다. 이렇게 잘못 구해진 원자량을 바탕으로, 이들 원소와 반응하는 다른 원소들의 원자량을 구한 값들도 실제 값과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1808년에 게이-뤼삭(Joseph L. Gay-Lussac, 1778~1850)은 같은 온도와 압력에 있는 기체들이 반응할 때, 기체 부피들 사이에는 항상 간단한 정수비가 성립된다는 '기체 반응의 법칙'을 발견하였다. 한 예로, 항상 2 부피의 수소 기체와 1 부피의 산소 기체가 반응하여 2 부피의 수증기를 생성하며, 1 부피의 질소 기체와 1 부피의 산소 기체가 반응하여 2부피의 일산화질소 기체를 만든다.

아보가드로(Amedeo Avogadro, 1776~1856)는 1811년에 (1) '같은 온도, 압력에서 같은 부피 속에 존재하는 기체 입자(분자)의 수는 기체의 종류에 상관없이 같다.'라는 것과 (2) '기체 분자는 2개 또는 그 이상의 기본 입자(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라는 과감한 가정(아보가드로의 가설)을 하였다. 그는 첫 번째 가설에 근거하여 기체의 밀도를 비교함으로써 분자의 상대적 무게를 구하였는데, 산소와 질소의 원자량을 각각 15(실제는 16)와 13(실제는 14)이라고 제안하였다.

아보가드로는 '분자'라는 개념을 통해, 원자량에 대한 실수를 바로잡았다.(왼쪽)

달걀12개를 1다스(dozen)라고 표현하듯, 입자가 아보가드로 수만큼 모여있는 것을 1몰이라고 부른다.(오른쪽)

<출처: C.Sentier at en.wikipedia.com(왼쪽)>

   

아보가드로는 또한 게이-뤼삭의 실험 결과로부터 물 분자는 HO가 아니라 H2O이며, 수소, 산소, 질소 기체는 이원자 분자, 즉 H2, O2, N2 형태로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따라 앞서 예를 든 기체반응의 반응식은 아래와 같이 된다. 그는 또한 암모니아 기체의 밀도로부터 암모니아의 화학식은 NH가 아니고 NH3라고 바르게 제안하였다.

지금은 아보가드로의 가설이 옳다는 것이 증명되어 아보가드로의 법칙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당시의 화학자들은 이 가설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당시 화학자들은 화학적 방법에 의해 더 단순한 물질로 분해될 수 없는 물질을 일컫는 원소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었고, 원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 입자인 원자와 두 개 이상의 원자가 강한 힘으로 서로 결합하여 하나의 독립된 입자로 행동하는 원자 집단인 분자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었다. 돌턴의 실수에 의해 여러 원소의 원자량이 실제와 다르고 제각각 이었기 때문에, 화합물의 화학식도 제각각 이었고 이는 화학의 혼돈으로 이어졌다. 1861년에 발간된 한 교과서에는 아세트산(CH3COOH)에 대해 무려 16가지의 화학식을 적기도 하였다.

아보가드로의 가설은 후에 칸니자로(Stanislao Cannizzaro, 1826-1910)의 노력으로 1800년대 후반부터 받아들여지기 시작하였으며, 이로 인해 화학 혼돈이 정리될 길이 열렷다. 멘델레예프(Dmitri I. Mendeleev, 1834~1907)는 아보가드로의 가설을 바탕으로 보고된 원소들의 원자량을 다시 수정하여, 1869년에 원소의 주기율표를 발표할 수 있게 되었다.

   

아보가드로의 수는 물질 1 몰에 들어있는 입자의 개수다

19세기 후반 화학자들은 물질의 양을 그램(gram)-분자 또는 그램-원자라는 용어로 나타내었는데, 1그램-원자 또는 1그램-분자는 원자량 또는 분자량에 해당하는 질량(그램)을 나타내는 것이다. 예로, 산소는 분자량이 32이므로 1그램 분자는 32g이다. 아보가드로 수는 처음에는 1그램 분자에 들어 있는 분자의 개수를 말하였다. 오늘날에는 아보가드로의 수만큼의 입자 묶음을 일컫는 말로 (mole)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즉 우리가 12개를 1 다스, 100개를 한 접이라 하듯이, 아보가드로의 수만큼 입자(예로, 원자·분자·전자)의 묶음을 1 몰이라 한다. 분자의 경우 1그램 분자는 1몰이 된다.

   

아보가드로의 수는 어떻게 구하였을까?

아보가드로의 수(NA)는 6.02214179x1023/mol이라는 어마어마하게 큰 숫자이다. 이 수는 1909년에 페랭(Jean B. Perrin: 1870-1942)이 브라운 운동의 실험적 관찰로부터 처음 구하였는데, 아보가드로를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브라운 운동은 액체나 기체에 분산된 입자가 지그재그로 무작위 운동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식물학자 브라운(Brown)이 1827년에 물에 분산된 꽃가루를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처음 발견한 것이다.

작은 입자의 브라운 운동을 통해, 아보가드로 수를 결정한 페렝(왼쪽)과 페렝이 관찰한 작은 입자의 운동을 그린 그림(오른쪽)

<출처: Kenosis at en.wikipedia.com(왼쪽) J.B Perrin, "Mouvement brownien et realite moleculaire."

Ann. de Chimie et de Physique(Ⅷ)18, 5-114(1909)(오른쪽)>

   

1800년대 후반에는 기체의 몰 수(n), 압력(P), 부피(V), 절대 온도(T) 사이에는 PV=nRT (여기서 R은 기체상수)의 관계식이 성립된다는 것이 알려졌었다. 한편, 볼츠만(Boltzmann)은 기체 운동에 대한 이론을 전개하여 PV = NkBT (여기서 N은 기체 분자의 개수이고, kB볼츠만 상수) 라는 식을 얻었다. N = n x NA는 이므로, kB = R/NA가 된다. 당시 R값은 알려졌었으므로, kB값을 구하면 아보가드로의 수인 NA값을 구할 수 있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입자의 브라운 운동이 용매 분자와의 충돌에 의한 것으로 보고, 기체 운동 이론을 적용하여 브라운 운동에 관한 이론식을 유도하였다. 이 식에 따르면 반경을 아는 입자가 점성도를 아는 매체에서 보이는 브라운 운동을 관찰하여 kB값을 구할 수 있다.

페랭은 자황나무진(gamboge) 가루에서 천신만고 끝에 같은 크기의 입자를 분리하고, 이 입자의 브라운 운동을 현미경으로 관찰하였다. 그 결과를 아인슈타인이 유도한 이론식에 넣어 kB를 구하고, R 값을 이 값으로 나누어 아보가드로 수를 계산하였다. 그 값은 7.05 x 1023/mol로 오늘날의 정확한 값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페랭은 아보가드로의 수를 구한 공로로 1926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페랭의 실험으로 100년 가까이 지속한 원자나 분자에 관련된 혼란이 끝나고, 분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애초 페랭은 아보가드로 수를 산소 1-그램 분자(1몰)에 들어 있는 산소 분자의 개수로 하였으나, 지금은 정확히 12g의 순수한 탄소 동위원소 C-12 중에 들어 있는 탄소 원자의 수와 같은 수로 정의한다. 원자나 분자 1개의 무게는 1그램 원자량 또는 1그램 분자량(단위 g/mol)을 아보가드로 수로 나누면 얻어진다.

박준우 /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원본 위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1984&path=|453|489|&leafId=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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