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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기록적 폭염 힘들게 견뎠는데…과학의 예보는 `올겨울 강추위`

기사입력 2016-11-18 16:04

"동짓날부터 3일 동안 남동풍이 불 것입니다. 화공(火攻)을 이용하면 적을 퇴치할 수 있습니다."

   

서기 208년, 조조의 80만 대군과 결전을 앞둔 유비에게 제갈공명은 신께 빌어 북서풍을 남동풍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유비의 부대는 불과 10만명. 남동쪽에 자리 잡은 유비는 북서풍이 부는 상황에서 불을 쓸 수 없었다. 불을 사용했다가 맞바람을 맞아 아군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갈공명의 예언은 적중했다. 음력 11월 20일부터 3일 동안 북서풍이 남동풍으로 바뀌었고, 조조의 대군은 쏟아지는 불화살에 궤멸당했다. 제갈공명의 기도에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 것일까. 기상학자들은 제갈공명이 과거 바람의 기록을 토대로 남동풍이 불 것을 예측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겨울이 머지않았다. 매해 겨울 예상치 못한 추위가 찾아와 기상청의 예보를 무색하게 했다. 올겨울은 어떨까. 동아시아 지역의 겨울 날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토대로 겨울 날씨를 예측해봤다. 제갈공명처럼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올겨울 날씨, 심상치 않다.

   

2012년 2월 한반도가 꽁꽁 얼었다. 2월 2일 서울 영하 17도, 철원 영하 24도 등 갑작스러운 혹한이 찾아왔다. 이는 2013년도에 이어 2014년, 2015년에도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갑작스레 찾아온 한파의 원인을 '북극진동지수'에서 찾는다. 북극진동지수란 1998년 존 월리스 미국 워싱턴대 교수가 개발한 값으로 북반구 북위 60도 이상의 고위도와 중위도의 해면기압(기압은 관측하는 장소의 높이에 따라 달라지므로 관측 지점에서 얻은 기압을 해수면상에서의 기압 값으로 바꿔 계산한 것으로 통상 약 9m 하강할 때마다 1hPa을 올린다) 차이를 의미한다.

   

북극진동지수는 '0'을 기준으로 -5~+5 사이의 값으로 표현된다. 만약 북극 기온이 올라가면 기압도 올라가지만 중위도 지방의 기압은 낮아진다. 북극진동지수는 이 상태를 '음(-)'으로 표기한다. 북극진동지수가 음의 값을 띠며 약해지면 북극에 존재하는 영하 60~70도의 찬 공기를 막고 있는 제트기류도 덩달아 약해지면서 한반도 지역으로 찬 공기가 이동해 예상치 못한 한파가 들이닥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기후예측센터에 따르면 북극진동지수는 10월 들어서면서 떨어졌다가 11월 16일 현재 양의 값을 기록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김백민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극진동지수 값은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상태 값만으로 겨울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올해 유독 북극진동지수는 음의 값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었던 만큼 일시적으로 양의 값을 회복한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극진동지수 값을 갖고 올겨울 날씨를 성급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전반적으로 음의 값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초겨울 예상치 못한 한파가 올 수 있다.

   

북극 빙하 면적도 한반도 겨울에 영향을 미친다. 빙하가 녹으면 북쪽 공기의 상층부와 하층부 간 기온차가 작아진다. 결국 앞서 이야기한 북극진동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북극에 있는 차가운 공기가 동아시아 지역으로 밀려 들어와 한파는 물론 폭설까지 일으킬 수 있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0~11월 북극 빙하 면적은 빙하 면적이 가장 줄었던 2012년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여름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만큼 빙하 면적도 많이 줄어든 것이다. 김백민 선임연구원은 "빙하 면적의 감소는 초겨울 예상치 못한 추위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꼽히는 시베리아. 시베리아에 쌓인 눈의 양은 동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얀 눈은 햇빛의 70~80%를 반사해 우주로 되돌려보낸다. 반대로 눈이 덮이지 않은 땅은 20% 정도만을 반사한다. 눈이 많이 쌓일수록 햇빛이 반사되면서 땅의 온도는 점점 떨어지고 공기는 차가워진다. 차가워진 공기 덩어리가 이동하면서 한파가 찾아온다.

   

올해 시베리아 지역은 겨울이 빨리 시작됐다. 상당히 많은 눈이 내렸기 때문이다. 10월 눈이 덮인 시베리아 면적은 약 1500만㎢. 1968년 관측 이후 세 번째로 많은 눈이 쏟아졌다. 알래스카를 포함한 미국 전체 대륙보다도 넓다. 시베리아 지역에서 만들어진 찬 공기는 미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까지 이동하며 예상치 못한 한파를 일으킨다. 북쪽에서 만들어진 차가운 공기는 남쪽에서 올라오는 따듯한 공기와 만나면서 폭설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주다 코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시베리아 지역에 쌓인 눈은 초겨울은 물론 겨울 중반부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겨울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발생한 이례적인 폭설도 시베리아 지역에 많이 쌓인 눈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겨울은 '라니냐'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라니냐가 나타나면 한반도의 겨울 기온은 떨어진다. 라니냐는 동태평양의 적도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일어나 생기는 이상 현상을 말한다. 라니냐로 인해 북서태평양 지역에 저기압이 형성되면 상승기류가 형성되면서 반대로 남북 방향으로 하강기류가 만들어진다.

   

김선태 APEC기후센터 기후연구팀장은 "라니냐가 발생하면 남북 방향에 있는 시베리아 쪽에 하강기류가 발달한다"며 "시베리아 고기압이 강화돼 찬바람이 한반도로 불어온다"고 설명했다. 현재 기상청은 물론 전 세계 여러 기상 관련 기관들은 올겨울 라니냐가 지속될 확률을 50%로 보고 있다. 김선태 팀장은 "지난여름 유독 더웠던 날씨 등 계속되는 기상이변이 한반도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oid=009&sid1=105&aid=0003839586&mid=shm&mode=LSD&nh=20161118162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