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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칼슘

상태와 변화2016.10.24 15:11

진주나 분필의 주성분인 탄산칼슘(CaCO3)은 우리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물질이다. 왜냐하면 칼슘은 지각과 바닷물에서 각각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풍부한 원소이며,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아 생성되는 탄산이온(CO32-) 혹은 탄산수소이온(HCO3-)과 칼슘이온(Ca2+)이 화학반응을 하면 탄산칼슘이 생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주위에 탄산칼슘이 많이 존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탄산칼슘은 치약을 비롯하여 페인트, 건축재료에 포함되어 있으며, 제철소에서도 사용하는 중요 공업물질의 하나이다. 탄산칼슘은 다른 종류의 칼슘화합물로 변신을 잘해서, 칼슘이 포함된 화합물의 형태는 비교적 다양하다.

석회 동굴에서 볼 수 있는 예술품, 종유석과 석순

   

석회암 동굴을 들어가 보면 자연이 연출(?)한 걸작품들 때문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천장에서 몇 만 년 동안 서서히 자란 모습, 땅 속에서 우뚝 솟아 자라난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오랜 세월에 걸쳐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 땅은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는 물을 만나서 탄산수소칼슘으로 변하면 물에 녹는다. 물이 지하로 흐르면서 탄산칼슘을 녹여낸 결과 땅이 패이면 석회암 동굴이 형성되는 것이다. 석회동굴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유석(stalactite)과 석순(stalagmite) 역시 탄산칼슘이 주성분이다.

탄산수소칼슘이 풍부하게 녹아 있는 물이 암석의 틈 사이로 흐르다 증발하고 본래의 탄산칼슘 알갱이들이 석출되면서 천장에서 고드름 모양으로 형성되는 것이 종유석이다. 동굴 천장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물에서 동일한 반응이 진행되면 종유석은 석순의 형태로 자라난다. 탄산칼슘이 석출되고 녹는 반응은 이산화탄소의 농도와 수분에 의존하는 가역 반응인 셈이다.

   

종유석과 석주, 석순이 보이는 전형적인 석회동굴. 이탈리아

   

열역학적 평형상태를 표현한 르 샤틀리에(Le Chatlier, 1850~1936)의 원리에 따라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커지면 탄산수소칼슘이 생성되는 방향으로 반응이 진행되고,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줄어들면 탄산수소칼슘이 사라지는, 즉 탄산칼슘이 생성되는 반응이 진행되는 것이다. 물에 포함되어 있는 탄산염으로부터 종유석이 1mm 정도 자라는 기간이 보통 몇 십 년은 족히 걸린다고 하니, 우리가 보는 동굴 속의 작품들은 몇 백만 년에 걸쳐서 만들어져 왔고, 현재에도 진행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칼슘 이온이 물에 많이 녹아 있으면, 센물이 된다

   

센물 때문에 관석이 생겨 보일러 관이 막혀 터질 수 있다.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물값이 매우 비싸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유럽 지역의 땅을 구성하고 있는 석회암 층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물에 칼슘이온을 비롯한 미네랄이 많이 녹아있다. 칼슘이온 등 금속이온의 함유량이 높은 물은 물맛이 씁쓸하기 때문에, 이온을 제거하는 데 공을 들이다 보면 자연스레 물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유럽뿐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강원도 영월과 같은 석회암 지대의 물에는 칼슘이온이 많이 녹아있는데, 이처럼 칼슘이온과 마그네슘이온이 일정 기준(300 mg/L)이상으로 녹아 있는 물을 센물(경수)이라고 한다.

센물의 단점은 물맛이 좋지 않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센물에서는 비누가 잘 풀리지 않기 때문에, 빨래나 목욕을 하기에도 좋지 않다. 비누의 음이온과 센물의 칼슘(마그네슘)이온이 반응하여 앙금을 형성하고, 앙금이 물에 쉽게 씻겨 나가기 때문에 비눗기가 금방 없어져 버린다. 비누가 잘 풀리고, 미끈거리는 촉감을 비교적 오래 느낄 수 있는 물인 단물(연수)에는 칼슘이나 마그네슘이온들이 적게 포함되어 있다.

   

난방용 보일러에 칼슘이온이 많이 포함된 센물을 사용하면 탄산칼슘이 형성되어 배관의 내부에 쌓인다. 그 결과 보일러의 열전도율도 떨어지고, 심할 경우 배관이 좁아져서 높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배관이 터지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예전에는 동네 목욕탕에서 보일러가 터져 옷을 벗은 채로 사람들이 튀어나왔다는 신문기사가 사회면을 차지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아마도 목욕탕 주인이 돈을 아끼려고 수도물 대신에 칼슘이온이 많이 포함된 지하수를 가열하여 장기간 사용한 결과, 보일러 배관이 막혀서 사고가 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탄산수소칼슘이 많이 포함된 물은 가열을 하여 탄산칼슘으로 변형시킨 후, 걸러내면 물의 경도(water hardness)를 일정수준 이하로 낮출 수도 있다. 그러나 황산칼슘(CaSO4)의 형태로 녹아 있는 칼슘을 줄이기 위해서는 탄산나트륨(Na2CO3)을 첨가해야 한다. 탄산나트륨이 황산칼슘과 반응하여 황산나트륨과 탄산칼슘으로 변하면, 탄산칼슘을 걸러내어 물 속의 칼슘이온을 제거할 수 있다.

건축 자재로 빈번하게 사용하는 시멘트의 주원료도 칼슘 화합물이다

탄산칼슘을 높은 온도에서 가열하면, 산화칼슘(CaO)이 생성되면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아파트를 비롯한 각종 건물을 짓는데 필요한 콘크리트의 주성분인 산화칼슘은 이런 탄산칼슘의 성질을 응용하여, 가마에서 높은 온도로 가열하여 얻는다. 시멘트에 포함된 산화칼슘은 물과 반응하여 수산화칼슘(Ca(OH)2)으로 변하며, 시멘트의 다른 성분인 알루미늄 및 실리콘 염과 화학반응을 거쳐 굳어지면서, 매우 단단한 물질로 변한다.

   

시멘트 분말에 자갈과 모래를 섞고 물을 부어 잘 저은 후에 원하는 모형의 틀에 쏟고 굳히면, 원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이런 편리함 때문에 많은 양의 시멘트를 사용하고 있어서, 현재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인해서 배출되는 전체 이산화탄소 양의 약 5% 정도가 시멘트 제조 공정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낡은 콘크리트 벽면에 조그마한 혹처럼 허연 물질이 생성되기도 하는데,이는 탄산칼슘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왜냐하면 시멘트 성형과정에서 생성된 수산화칼슘이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와 다시 만나서 탄산칼슘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건축에 많이 사용하는 시멘트의 주 원료인 산화칼슘은 탄산칼슘을 가열해서

얻는다.

   

농촌에서는 칼슘 화합물로 산성 토양의 토질을 개선한다

석회질 비료의 주성분은 탄산칼슘으로 산성 토양을 개선하는 효과와 함께 식물이나 과일에 칼슘성분을 공급해 주는 역할도 한다. 생석회라 부르는 산화칼슘(CaO)도 토질개선에 이용되기도 한다. 산화칼슘에 물을 부으면 수산화칼슘으로 변하면서 많은 열이 발생(약 63.7 kJ/mol)한다. 수분이 많이 포함된 축산폐수 혹은 폐기물에 산화칼슘을 넣으면 열이 발생하고, 열에 의해서 물이 증발을 하게 되면 폐기물의 수분 함량을 줄일 수 있다. 폐기물을 건조한 상태로 변형시키는 것만으로도 폐기물의 무게와 부피를 현저히 줄일 수 방법이 된다. 따라서 산화칼슘을 보관할 때, 습기를 피하고 물이 닿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한다. 일본 농촌에서 과수원에 사용하려고 창고에 쌓아둔 산화칼슘 더미에 고양이가 오줌을 누는 바람에 불이 나서 창고가 소실되는 사고도 있었다고 한다.

   

탄산칼슘은 산과 만나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필자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총각으로 부임하셔서, 학급 담임을 맡으셨던 박창남 선생님께서는 부족한 과학기구를 가지고도 학생들에게 실험을 즐겨 보여 주시곤 했다. 어느 날 분필 가루에 액체를 부어서 발생한 기체를 모으시더니 촛불이 켜 있는 병에 물을 붓듯이 매우 조심스럽게 부으셨다. 놀랍게도 불이 꺼져 버리는 것이었다. 후에 과학시험을 볼 때 그 실험 결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물으셨다. "기체를 부으면 촛불이 어떻게 되겠는가?" 건방지게도 "켜진다의 반대"라고 답을 썼고, 선생님께서 오답으로 처리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액체는 산 용액이었을 것이고, 탄산칼슘이 주 성분인 분필과 산이 반응하여, 이산화탄소 기체가 발생했을 것이다. 공기보다 무거운 이산화탄소는 병의 밑부분에서 채워지기 시작해서 촛불의 높이 이상이 되면 산소를 차단하여 불이 꺼졌던 것이었다. 그 분이 보여주신 재미난 과학에 빠져 오늘까지 과학 속에서 즐겁게 헤매고(?) 있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원본 위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1756&path=|453|489|&leafId=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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