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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해가 뜬다", "해가 진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태양이 움직여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광활한 우주에 태양계가 있고 태양계 중심에 있는 태양의 주위를 지구가 도는 것이다(지동설). 하지만 약 1,500년 동안 인류는 '우주의 중심은 지구이며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천동설)'고 믿었다. 이 믿음의 중심에 그리스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Klaudios Ptolemaeos, 85?~165?)가 있다.

천동설에 의거해 지구를 중심으로 복잡한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수성과 금성을 나타낸 그림. 궤도 운동 후 행성은 자기 자리로 돌아온다.

천동설을 주장한 프톨레마이오스

   

천동설을 기반으로 [알마게스트]를 지은 프톨레마이오스.

   

프톨레마이오스는 천동설을 주장한 가장 대표적인 학자로 천문학뿐 아니라 지리학, 점성술에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그가 오늘날까지 유명한 천문학자로 기억될 수 있었던 까닭은 그가 집필한 한 권의 책 때문이다. 그는 고대 그리스와 바빌로니아의 천문학 이론을 저서 [알마게스트(Almagest, 아랍어로 '가장 위대한 책')]에 담아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 1473~1543)가 지동설을 주장하기 이전까지 약 1,500년 동안 위대한 천문학자로 존경 받았다.

[알마게스트]에 쓰인 행성

들의 위치 계산이나 천문 계산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다. 그 수학적 정밀성은 천문학자뿐 아니라 점성술가와 항해사의 요구도 충분히 만족시킬 정도였다. 행성들의 타원 운동은 물론 지동설조차 몰랐던 당시 상황에서 행성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계산했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이외에도 그는 대기에 의한 빛의 굴절

작용, 등속으로 움직이지 않는 달의 운동도 발견했다.

   

천동설을 기반으로 한 [알마게스트]

[알마게스트]에는 주로 그리스 천문학자 히파르코스(Hipparchos, BC190~BC120)의 연구 실적을 기본으로 천동설에 의한 천체 운동이 수학적으로 기술돼 있다. 총 13권으로 구성돼 있으며 첫 2권에는 천동설에 대한 설명과 히파르코스의 사인

함수표가 수록돼 있다. 3권부터는 히파르코스의 삼각법

과 수식을 이용해 해와 달, 행성의 위치 및 천문현상이 설명돼 있다. 프톨레마이오스 본인이 만들었던 일식

과 월식

예보방법도 자세히 기술돼 있다. 별의 밝기를 6등급으로 나누는 히파르코스의 방법 역시 이 책을 통해 알려졌으며 1,000개가 넘는 별의 위치와 밝기를 기록한 별 목록도 수록됐다. 수록된 48개의 별자리는 당시 알렉산드리아 하늘에서 관측할 수 있는 별로 구성됐으며 남반구의 별은 포함되지 않았다.

천동설이란 우주의 중심에 지구가 있고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달, 그리고 오행성(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고유의 궤도를 가지고 돌고 있다는 우주관이다. 역사시대 이래로 천동설은 당연하게 여겨졌으며 고대 그리스에서 프톨레마이오스가 기하학, 수학적으로 해석해냈다. 게다가 중세에는 신학적인 권위까지 보태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우주의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전통적인 천동설로는 행성들의 역행과 해와 달, 행성들의 공전

속도가 일정하지 않은 것을 설명할 수 없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프톨레마이오스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지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공전의 중심으로 하는 큰 원을 정해 이심원으로, 그 이심원을 따라 도는 일정한 크기의 원을 주전원이라고 정한 것이 그것이다.

이심원과 주전원을 도입해 설명한 천동설.

   

행성들은 주전원을 따라, 주전원의 중심은 이심원을 따라 일정하게 돌게 하면 지구에서 볼 때 행성들은 순행과 역행을 번갈아 하면서 공전하게 된다. 또한 지구를 이심원의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두면서 해와 달, 행성들의 공전 속도가 일정하지 않은 까닭을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은 천체의 운동을 역학적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정밀한 관측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에 불과했다. 관측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짜맞추는 과정에서 설명이 복잡해졌고 그 중에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천문서 [알마게스트]

   

[알마게스트]는 이전까지 막연했던 천동설을 수학을 바탕으로 정밀하게 설명한 천문학 책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책의 원래 이름은 '천문학 집대성(Astoronomias, the Great Syntaxis of Astronomy)'이었는데 책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슬람 천문학자들이 아랍어로 '가장 위대한 책'이란 뜻의 '알마게스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원래 그리스어로 집필됐던 책은 아랍어 사본으로 널리 알려졌다.

천동설을 기반으로 한 [알마게스트]가 널리 쓰이면서 지동설이 나오기 전까지 천동설은 천문학 체계로 가장 많이 채택됐다. 12세기 라틴어로 번역된 [알마게스트]는 로마제국이 멸망한 이후 쇠락한 유럽의 천문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유럽은 15세기에 이르러서야 [알마게스트]를 이해할 수 있는 천문학자가 나타날 정도로 천문학이 뒤처져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알마게스트]를 토대로 발전한 유럽 천문학계에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등장하게 됐다.

   

가장 영향력 있는 천문서 [알마게스트]의 번역본 본문 모습.

   

이렇듯 [알마게스트]는 천동설을 기반으로 쓰여졌으나 유럽 등 여러 지역에 퍼져 천문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16세기 코페르니쿠스는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며 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하며 천동설을 부정했다. 하지만 지동설은 [알마게스트]를 기반으로 발전한 천문학계에서 탄생했으니, 이 책이 지동설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 행성(行星)
    중심 별의 강한 인력의 영향으로 타원 궤도를 그리며 별의 주위를 도는 천체.
  • 굴절(屈折)
    빛, 소리 등이 한 매질에서 다른 매질로 들어갈 때 경계 면에서 진행방향이 바뀌는 현상.
  • 사인(Sine)
    직각 삼각형의 빗변과 한 예각(90˚보다 작은 각)을 마주보는 변의 비율.
  • 삼각법(三角法)
    삼각형의 변과 각의 관계를 기초로 한 기하학적 도형의 양적 관계.
  • 일식(日蝕)
    태양이 달의 그림자에 가려 전부나 일부가 보이지 않는 현상.
  • 월식(月蝕)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 전부나 일부가 보이지 않는 현상.
  • 공전(公轉)
    한 천체가 다른 천체의 둘레를 주기적으로 도는 일.

    이태형 / 충남대 천문우주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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