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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 4천 년 전에 분화한 인도네시아의 토바 화산은 현재 세계 최대의 칼데라호인 토바 호수가 되어 있다. <출처: (cc) Edubucher at Wikimedia.org>

초창기의 인류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던 중 7만 4천 년 전에 멸절의 위기를 한 차례 맞았었다. '초화산(supervolcano)'인 토바 화산이 분화를 했기 때문이다. 빙심 시추와 해양퇴적물에 의해 토바 화산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 화산의 폭발이 일어나고 수십 년 동안의 얼음 코어 속 산소동위원소 비율은 지난 수만 년을 통틀어 가장 낮았다. 다시 말해 토바 화산이 폭발한 뒤 수십 년 동안은 빙하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보다도 더 추웠다는 것이다. 지구 전역에 걸쳐 기온이 16℃ 정도 하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적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일수록 기온이 더 많이 떨어졌다.

이처럼 기후조건이 악화되면서 식량이 줄어들고 전염병이 창궐했다. 인류는 기근과 질병이라는 두 가지 재앙 앞에 무기력했다. 유럽과 중국 북부에 살던 초기 인류는 아마 완전히 멸종했을 것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가장 적게 미쳤던 지역의 인류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곳이 바로 아프리카였다. 이전의 인류가 멸절되고 아프리카에서 현생 인류가 퍼져 나온 것은 바로 토바 화산 때문이었다.

1. 태양 복사량의 변화

1941년에 세르비아의 천문학자 밀란코비치(Milutin Milanković, 1879~1958)는 과거 100만 년 동안의 지구궤도 운동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이 연구로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량을 밝힌 정밀한 계산 결과를 발표했다.

   

기후역사의 연구에 엄청난 기여를 한 세르비아의 천문학자 밀란코비치.

밀란코비치가 이 계산을 했던 북반구의 고위도 지방은 기후변화를 파악함에 있어 중요한 지역이다. 빙하기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거대한 대륙 빙상이 형성되고 소멸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밀란코비치는 여름 동안 태양 복사에너지가 줄어든 기간을 분석했다.

그는 이 데이터와 65만 년에 걸쳐 유럽 대륙 전역에서 일어났다고 알려진 네 번의 빙하기 사이에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밀란코비치 이전에도 지구의 기후변동이 천문학적 요인 때문이라고 주장한 학자들은 있었다. 그러나 밀란코비치처럼 정확하게 분석한 과학자는 없었다.

태양 복사에너지의 차이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궤도변화는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량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지구의 장기적인 기후변화에 중대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량에 변화를 일으키는 궤도변화는 3가지가 있다. 지구궤도의 형태와 연관된 이심률, 지축의 기울기인 경사도의 변화, 세차운동 등이다.

이심률(eccentricity)

이심률은 지구궤도의 형태 변화를 나타낸다.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의 궤도는 완전한 원이 아니다. 지구의 공전궤도는 오랜 기간에 걸쳐 원에 가까운 형태에서 타원형으로 점차 변하다가 다시 원형으로 되돌아간다.

지구가 태양에서 가장 멀리 있을 때와 가장 가까이 있을 때 태양 복사에너지의 차이는 이심률 차이의 4배보다 조금 더 크다. 지구궤도는 원에서 타원으로 움직이며 매 9만 6천 년마다 다시 돌아온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타원의 장축 길이가 변화하는 것이다.

이심률이 0인 원형 궤도

이심률이 0.5인 궤도

지구와 태양이 가장 가까운 위치(1억 4,600만㎞)에 있는 지점을 근일점, 지구와 태양이 가장 먼 거리에 위치한 지점을 원일점이라 한다. 이심률의 변화는 전체 연간 태양 복사열의 약 0.3%의 차이를 가져온다. 그러나 이 정도로도 계절변화를 만들 수 있다. 만약 지구의 공전궤도가 완벽한 원이었다면 태양에너지의 계절변화는 없었을 것이다.

경사도의 변화(obliquity)

   

경사도의 변화

경사도의 변화는 지구의 공전궤도면(지구궤도가 만들어내는 가상의 면)에 대한 지축의 기울기 변화와 연관이 있다. 밀란코비치는 오랜 시간 수작업으로 지축의 경사 감소가 여름철 복사량의 감소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그 효과가 위도에 따라 다르다는 것도 밝혀냈다.

고위도의 지구-태양 거리 경사주기는 4만 1,000년, 적도의 주기는 2만 2,000년이었다. 그는 기후의 영향을 받는 적설이 여름철 복사의 변화에 따라 얼마나 증가할 수 있는지를 알아냈다. 산악의 설선(snow lines) 자료를 사용한 그의 분석은 정확한 것으로 후에 밝혀졌다.

지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지구에는 계절이 나타난다. 아울러 계절에 따른 태양 복사에너지의 진폭이 생긴다. 지축의 기울기는 최소 21.5도에서 최대 24.5도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한다. 현재의 기울기는 23.5도에 가깝고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서기 1만 년경에는 최솟값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차운동(axial precession)

세 번째 궤도 메커니즘은 세차운동이라고 하는 춘분점(북반구의 경우) 이동과 연관된 근일점 경도의 변화다. 간단히 말해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지축의 요동을 말한다. 태양계의 다른 행성, 주로 목성과 토성이 지구에 미치는 인력에 의해 나타난다.

   

세차운동

세차운동으로 인해 항성을 기준으로 한 지구 자전축의 회전 방향이 바뀐다. 따라서 세차운동은 1년 중 지구의 공전궤도가 태양에 가장 가까운 지점인 근일점과 가장 먼 지점인 원일점이 나타나는 시기를 변화시킨다. 약 1만 9,000년과 2만 3,000년의 주기를 가지고 있다.

세차운동은 (위도 0°인 적도에 미치는 경사의 영향과는 다르게) 열대지방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열대지방에 발생하는 일사량의 직접적인 효과는 세차운동에 의해 조절된 이심률 때문이다.

현재는 보다 정교한 기후이론이 나오고 있지만 밀란코비치의 발견은 기후역사의 연구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20세기 후반기의 기후학 연구는 대부분 지구 대기의 서로 다른 기후 되먹임 과정(climate-feedbackmechanism)을 밝히고 평가하는 것과 연관이 있었다. 밀란코비치의 연구는 이 되먹임 과정의 내용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그가 세심하게 계산한 궤도 이론은 지난 200만 년 동안 빙하기가 발생한 원인을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2. 태양 흑점의 변화

기원후 지구 역사상 가장 추웠던 시기가 17세기 중반이었다. 어떤 원인으로 그토록 추웠던 것일까? 천문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당시에 태양의 흑점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즉 소빙하기 중에서도 가장 추웠던 17세기 중반은 태양의 표면에 생기는 흑점의 수가 현저히 감소한 시대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렇다면 지구의 기후변화에 태양 흑점이 영향을 준 것일까? 많은 학자들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태양 흑점은 기원전에 중국의 천문학자들이 발견한 바 있다. 동양의 기록을 분석해보면 태양 흑점의 증감을 알 수 있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이용해 태양 흑점을 관측한 후 상세한 기록을 남겼다. 그 기록에 따르면 서기 1645년에서 1715년까지는 태양 흑점이 거의 관측되지 않았다. 이 시기를 태양 흑점의 극소기라 하여, 기후와 태양 흑점변화의 연관성을 입증한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워드 마운더(Edward Walter Maunder, 1851~1928)의 이름을 따 '마운더 극소기'라고 부른다.

태양 흑점 개수의 변화 <출처: NASA>

흑점현상이 많아지면 태양에는 주위보다 온도가 높은 백반(白班)현상이 증가한다. 태양표면이 활발하게 대류운동을 한다는 뜻으로 폭발이나 플레어(flare)1) 현상도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태양의 복사에너지는 흑점이 많을 때 크고, 적을 때는 작아진다. 그래서 흑점을 소빙하기의 원인으로 꼽았고 태양 흑점의 변화를 연구해 기후변화를 추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탐측기술이 발달하면서 흑점 수 변화에 따른 입사에너지의 변동이 1㎡ 당 약 1~2와트로 매우 작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기후학자들은 태양의 흑점활동이 소빙하기의 한랭한 기후를 만들었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흑점현상으로 인한 자외선 복사감소의 2차적 영향, 우주선(cosmic rays) 강도의 변동 등 여러 가능성이 겹쳐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3. 지각운동과 화산분출

지구가 처음부터 지금의 대륙과 해양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계속적인 지각운동으로 변화를 거듭해 왔다. 판구조론에서 설명하는 것 처럼 지각운동의 영향으로 대륙의 위치와 크기가 바뀌었다. 해양분지의 형태나 배열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었고, 산지와 고원의 크기와 위치도 변화되어 왔다. 그 결과 세계적인 대기대순환(大氣大循環)과 해양순환의 패턴이 바뀌게 되었다.

해양순환이 바뀌면 표층해류나 심층해류가 바뀐다. 또 대륙 위치의 변화는 주요 빙하기(페름·석탄기의 빙하기)뿐 아니라 습윤하거나 건조한 환경이 발달한 시기(페름·트라이아스)가 나타나도록 했다. 현재 티베트 고원과 히말라야 산맥이 융기하고 있는 것도 지각운동의 하나다. 이로 인해 중국 서부와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건조한 사막 환경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기후변화를 가져오는 것 중의 하나가 화산 분출이다. 강력한 폭발성 화산 분화는 먼지와 이산화황 분진을 성층권으로 분출시킨다. 이로 인해 지구 상공에 화산 분진이 돌면서 극심한 기후변화가 일어난다. 적도에서 분화된 물질들은 양쪽 반구로 확산된다. 그러나 중위도에서 분출되어 고위도로 확산되는 것은 분출된 반구 쪽으로만 영향을 준다.

파푸아뉴기니 타부르부르 화산의 분화 <출처: (cc) Taro Taylor at Wikimedia.org>

화산의 분화 기록들은 남극과 그린란드 빙상에 보존되어 있다. 최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화산 분화는 1815년의 탐보라 화산2) 분화이다. 다량의 화산 물질이 성층권으로 치솟으면서 북반구에 3년 동안 여름이 없는 기후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식량감산과 유럽의 폭동, 발진티푸스, 장티푸스의 창궐, 금융대공황이 발생했다.

4. 대기 조성의 변화

온실효과가 반드시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증가만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산업활동과 구별되는, 대기 조성의 변화로 발생하는 자연적인 온실효과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열염대순환의 변화로 인한 해양에서의 미량 기체의 흡수가 있다. 또 지표 식생에 미치는 빙기-간빙기 변화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메탄 함량의 변화를 가져온다.

온실가스(이산화탄소나 메탄)와 지구 온도의 변화는 빙기와 간빙기 동안에 실제로 동시에 일어났다. 그렇기에 명확한 원인을 알기는 어렵다. 많은 기후학자들은 극 빙상 연구로 나타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장기간 및 단기간의 변화 모두가 해양과 육지의 생물 활동과 해양 해류 순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외에 기후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자연적인 원인으로 혜성이나 소행성 또는 큰 운석들과의 충돌이 있다. 지구는 지난 수십억 년 동안 외계물질과의 수없는 충돌에 의해 지금의 질량을 갖게 된 것이다.

캐나다의 퀘벡 주에 있는 운석 구덩이

대표적인 사례가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거대한 운석이다. 이 운석의 직경은 5~15㎞ 정도로 추정된다. 운석이 지구에 부딪치면서 엄청난 지각변동과 함께 먼지가 성층권까지 솟아올랐다. 결국 대량의 먼지가 성층권과 대류권 내의 에어러졸3)을 증가시켰고 이것이 지구의 기후를 바꾼 원인이 되었다. 에어로졸이 태양빛을 가리면서 기온이 뚝 떨어진 것이다. 당시 지구에 번성했던 공룡 등의 파충류들은 변온동물이라 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멸종한 것으로 보인다.

반기성 |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

연세대 천문기상학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공군 기상전대장과 한국기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이며, 조선대학교 대기과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연세대에도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워렌버핏이 날씨시장으로 온 까닭은?], [날씨가 바꾼 서프라이징 세계사] 등 15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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